“서울의 쪽방·반지하 등 가난한 이들의 방에 사람들의 관심이 가닿길 바랐어요.”
오는 27일까지 영등포구 당산동 서울하우징랩에서 열리는 주거실험실 기획전 <플라이미투더#룸>(Fly Me To The #Room)을 기획한 <서울&> 전유안(35) 객원기자가 밝힌 전시 기획 의도다. 그는 지난 3년6개월간 다양한 서울의 문화 공간을 취재해왔지만, 무엇보다 ‘방에 꽂혔다’고 한다. 방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며, 그래서 ‘사회로부터 밀폐된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1인 가구가 560만에 이른 오늘날 방은 “고립된 이들이 각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은근한 공포’에 휘둘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방은 또 인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41.8도의 기록적인 폭염을 견디던 노숙인 출신의 한 여성과 인터뷰를 하며 그것을 깊이 느꼈다고 한다. “서울에 내 방 하나 없다는 것, 그건 외계인처럼 우주를 떠도는 기분일 거예요.”
서울도시주택공사(SH) 공모전으로 진행된 이번 전시는 그가 취재하며 느꼈던 이런 문제의식을 담기에 적절한 공간이었다. 서울하우징랩 전시 공간에 있는 책장을 그대로 활용해 책장의 작은 칸들을 자신이 취재한 30여 명의 개별적 방으로 꾸며놓았다.
그는 왜 취재 경험을 기사에 담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장까지 가져온 것일까. “더 많은 사람이 타인의 방에 손 내미는 경험을 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서로의 방에 관심을 가진다면 사회안전망을 넓히고, 타인과 신뢰를 쌓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그 사례로 지난해 취재했던 여성 노숙인을 들었다. “제가 취재한 이후 그분이 서울시의 시민기자단에 지원해 뽑혔다며 저를 취재하러 오셨어요. 오래도록 고립됐던 자신의 방에 누군가를 들인 경험이 자신이 방 밖으로 나가는 계기가 됐대요.”
그는 자신의 실험적 전시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이런 ‘손잡음의 체험’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 전유안은 2016년부터 <서울&>에서 서울의 문화·여행·역사 소식을 취재하는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3대 사진가의 서울’(2018), ‘우리동네 3·1운동’(2019), ‘주거 취약자들의 서울살이’(2019) 등을 취재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