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100편 오페라 제작의 힘

<나비의 꿈> 연출 장수동

등록 : 2019-09-26 15:29

“그동안 외국을 쫓아가기 바빴다면 이제는 우리의 세계화에 도전해야죠.”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삶을 그린 창작 오페라 <나비의 꿈>(27~28일, 구로아트밸리)을 제작한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장수동 예술감독의 말이다. 전작을 살펴보면 <백범 김구>로부터 이번 작품까지 ‘격동기 인물’에 집중한 것이 많다. 그 이유를 “역사를 오늘의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한국 오페라를 동시대의 음악 언어로 만들기 위해서”라 설명했다.

대다수의 민간 예술 단체가 예산의 압박과 관심 부족 때문에 꾸준히 작품을 올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창단 25주년이 되는 단체를 이끌어오면서 100여 편의 오페라를 제작했다. 그 원동력이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의 마지막 종합예술이 주는 감수성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지금은 구로문화재단의 상주 예술단체로 4년간 활동해온 데 대해서는 “오페라를 공연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박스가 있는 곳이 서울에 몇 개 안 될 정도로 열악하지만, 여기에 한국 오페라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신작에 관한 그의 고집에 보상이라도 됐을까. 2017년 초연됐던 <나비의 꿈>은 지난해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시상식에서 ‘소극장 최우수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이번 작품은 소극장용이지만 오케스트라를 보강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으며, 무대에서 감옥에서 고통받았던 윤이상의 상황을 극중극으로 보여주는 과정에 집중했다.

한편 장 감독은 공연장을 찾기 어려운 오페라에 꾸준한 관심을 부탁하면서도 오페라를 만드는 동료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오페라의 변방에서 짧은 시간에 압축 성장한 한국 오페라가 세계 속의 오페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글로컬(글로벌+로컬) 오페라로 거듭나야 해요. 쉽지는 않겠지만 이는 우리(오페라인)에게 맡겨진 소중한 예술 작업이자 사명입니다.”


■ 장수동은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데뷔해 <춘향전> <심청> <안중근> <백범 김구> 등 100여 편의 오페라를 연출했다. 제1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연출상(2008), 제2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 대상, 제24회 기독문화대상(2011), 서울문화투데이 최우수연출상(2015) 등을 받았다. 현재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이자 대표로 재직 중이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