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90년대 신촌은 대한민국 청년 문화 1번지였다. 언더그라운드 음악이 태동했고, 신촌블루스, 들국화, 동물원 등 뮤지션들이 청년들과 함께 낭만을 즐기던 대표 장소였다.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배경이 신촌이 된 이유도 당시 청년들의 문화·패션 등 최신 유행을 이끄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청년 문화의 중심지’라는 신촌의 명성이 퇴색돼갔다. 청년들이 떠나면서 당장 어려워진 곳이 바로 주변 상권이다. 과거 뮤지션들과 함께 신촌 문화의 한 축을 맡았던 음악 카페나 엘피(LP)바들이 사라져갔다.
서대문구는 신촌을 다시 청년 문화 중심지로 만들어 지역 상권을 부흥시키기 위해 창천문화공원에 있던 경로당을 이전하고, 그 자리에 청년 문화예술 활동가를 위한 거점 공간인 ‘신촌, 파랑고래’(사진)를 지난 5월에 개관했다. 고래를 형상화한 외관과 청년을 상징하는 색인 파랑을 더해 이름 지은 ‘신촌, 파랑고래’는 대학생들과 청년 예술가들이 만나 교류하고 지역과 연계한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신촌, 파랑고래’는 지하 1층, 지상 3층(건축 면적 279.33㎡, 연면적 808.21㎡)으로 연습실, 공연장, 커뮤니티·다목적실 등을 갖췄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고래 입에 해당하는 1층 야외 공연장은 관객들이 건물 내부 계단식 좌석에서 날씨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지하 연습실은 드럼, 건반, 앰프(증폭기) 등이 있어 따로 장비를 빌리지 않아도 된다. 60~70명 들어갈 수 있는 3층 다목적실은 강연과 실내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를 할 수 있다. 2층에는 청년문화 예술가들이 교류하고 쉴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정식 개관에 앞서 3월부터 운영됐다. 시설 홍보와 사전 점검을 위해 거리극 공연, 지역 주민 토론회, 강연 등의 ‘프리개관 프로그램’을 했다. 또한 대학생·청년들이 직접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개최하는 ‘밀레니얼 공작소’를 모집해, 5월31일 ‘신촌, 파랑고래 나랑 놀래?’ 행사를 열었다.
‘신촌, 파랑고래’는 지역 청년들이 자유롭게 꿈을 꾸고 활동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하반기에도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밀레니얼 공작소 2기’는 8월30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최신유행어인 ‘뉴트로’를 콘셉트로 한 문화예술행사(11월22일)를 기획하고 있다. 또한 신촌 지역 명소화를 위해 청년들이 직접 신촌 여행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신촌, 여행 콘텐츠 만들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시인 정호승의 시 ‘고래를 위하여’처럼 세상이라는 푸른 바닷속에서 꿈을 꾸는 청년들이 한 마리 고래가 되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신촌, 파랑고래’는 지원과 응원을 이어간다. 문화예술, 청년 활동에 관심 있는 이는 누구든 환영이다.
글·사진 양주열 서대문구 도시재생과 주무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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