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조선 동호독서당’ 맥 잇는 평생학습 메카

성동구 독서당인문아카데미센터

등록 : 2019-10-10 15:24 수정 : 2019-10-11 14:08

성동구 평생학습관은 서울시에서는 유일하게 평생학습관이라는 이름 외에 ‘독서당 인문아카데미센터’라는 특별한 이름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조선 시대 ‘동호독서당’의 인문·교양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것이다.

조선 세종 시대 인재 양성을 위해 젊은 관리에게 휴가를 주어 학문에 전념하게 하는 사가독서(賜暇讀書) 제도가 시행되었다. 사가독서에 선발된 이들의 독서 효율성을 높이고자 마련된 전용공간이 바로 ‘독서당’이다.

독서당은 독서와 더불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풍광이 뛰어난 곳에 있었다. 특히 가장 오랜 기간 존속되면서 독서와 학문 연구의 중심이 돼온 곳이 ‘두모포’라 불리던 지금의 옥수동 지역에 있었던 ‘동호독서당’(東湖讀書堂)이다.

관련 문헌으로도 율곡 이이가 왕도정치의 이상을 문답 형식으로 서술하여 선조에게 올린 ‘동호문답’이 있다. 이이가 34살 되던 해 홍문관 교리로 동호독서당에서 사가독서를 하면서 지은 글이다.

성동구에서는 이렇듯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독서당의 의미와 정신을 계승하고자 2012년 7월 독서당 건립의 첫발을 디뎠다. 당시에는 한옥으로 지을 계획을 세웠다. 2017년 7월 동호독서당 터 인근 공영주차장으로 쓰였던 금호유수지에 연면적 786.21㎡, 지상 2층 규모로 문을 열게 됐다.

개관 2년차를 맞은 평생학습관의 1층에는 각각 60석 규모의 강의실 2개, 북카페, 책마루, 수유실 등이 있고, 2층에는 50석 규모의 강의실과 동아리방, 금호글로벌체험센터가 있다.

특히 1층 책마루는 지난해 4월에 성동구청 책마루에 이어 2호점으로 개관하여 많은 구민의 쉼과 나눔의 공간으로 활용된다. 명절을 제외한 연중무휴로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개방하며 일평균 250명 이상이 다녀간다. 무더운 한여름에는 주민들의 땀을 식혀 주는 무더위쉼터 공간이 된다.


2층에는 영어 학습을 지원하는 금호글로벌체험센터가 있다. 원어민 강사 2명이 수업한다. 초등학생들의 영어 체험 교육이 주된 목적이지만 아이들 방학 기간에는 어른들 차지가 되어 원어민과 직접 소통하며 자신감을 채워가고 있다.

평생학습관의 프로그램은 정기 강좌 이외에도 방학맞이, 한가위 특집 등 개성 있는 특강들이 운영된다. 벌써 정기 강좌 및 특강 212개에 2526명이 수강했다. 강좌 수강으로 끝이 아니다. 인문학 강좌를 매개로 주민의 자주적 참여를 중심으로 하는 인문 학습 동아리 9개가 구성되어 주민 70여 명이 함께한다.

독서당은 한양대학교와 관학협력을 맺어 한양대 학생들이 자원봉사 활동도 펼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교재 제작과 강의다. 수업에 참여한 주민 채아무개(65)씨는 “스마트폰 사용은 하는데 전화, 문자, 카톡 정도밖에 없으니 늘 답답했죠. 그런데 동네에서 한양대 학생들이 스마트폰 활용법을 가르쳐 준다는 거예요. 이제 스마트폰으로 대중교통 이용, 쇼핑, 결제, 유튜브 등 모든 기능을 잘 사용하고 있어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선 시대 독서당의 명맥을 잇는 평생학습관에서는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전 세대가 배움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2015년 교육특구 지정과 2016년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선정에 이어 올해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성동구는 구민 누구나 가까이에서 배움을 누릴 수 있는 전국 최고의 평생학습도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박미자 성동구청 교육지원과 평생교육팀장

사진 성동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