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연극 본 것이 언제예요?”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된 <이럴 때, 연극>(2019)의 저자 최여정(41)씨는 독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최씨는 지난 10여 년간 공연 분야의 마케터로 일하면서 “어떻게 하면 연극을 보게 할까?” 하는 고민을 놓지 않았다. 한때는 흥행몰이에 성공했던 ‘열극열전’부터 창작극의 예술성을 알리는 ‘남산예술센터’까지 연극에서 상반된 경험도 했지만 “전공자를 위한 이론서가 아니라 초보자를 위한 연극 입문서는 왜 없을까?”를 고민해왔다.
현장에 뛰어든 지 10년째가 되던 해에는 자신에게 안식년을 주고자 영국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년간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 발간한 <셰익스피어처럼 걸었다>(2018) 이후 7개월 만에 연극 초보 관객을 위한 입문서가 나온 것이다. 여기엔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과 지금도 전세계에서 무대에 오르고 있는 피터 섀퍼의 <에쿠우스>까지 총 12편의 서양 희곡이 담겨 있다. 그 많은 것 중에서 왜 희곡을 선택했을까. “연극에 다가가는 첫 번째 방법은 ‘읽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연극은 희곡에서 시작해요. 우연히 보게 된 대사 한마디를 붙들어 두고 싶을 때 희곡을 펼치면 좋거든요.” 최씨는 살면서 느끼는 감정을 12가지로 나누고 여기에 맞는 연극 처방을 내렸다. 연극을 접하기 어려운 초보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냐고 물으니 그는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라 대답한다.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름 모를 누군가가 건네준 책 한 권이 우편함에 있더라고요. 그 책 첫 구절에 이런 말이 나와요.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이든, 정말 중요한 것은 그동안 내가 꿈꿔왔던 명성이나 화려함이 아니다. 바로 견뎌내는 법이다.’ 젊은 시절, 영광과 욕망을 좇아 미처 보이지 않던 이 대사가 지금에야 눈에 들어오는 건 우리에게 남겨진 긴 인생에서 무엇보다 용기가 값지다는 뜻 아닐까요?”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 최여정은 경희대학교 브랜드 엠비에이(MBA)를 졸업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서울문화재단,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을 거쳤으며 현재는 디엠제트(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홍보를 총괄하고 있다. 저서로는 문학나눔도서에 선정된 <셰익스피어처럼 걸었다>(2018, 바다출판사)와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된 <이럴 때, 연극>(2019, 틈새책방)이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