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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도 우려하는 ‘풍자개그 빈곤’

등록 : 2016-06-09 15:01 수정 : 2016-06-10 09:14
<개그콘서트>(한국방송2)의 코너 ‘1대1’은 모처럼 나온 풍자 개그다. 권력을 강하게 비판하지는 않지만, 가끔 가려운 곳을 긁어 준다. 퀴즈 형식인데 진행자인 유민상이 “하나를 가르면 둘로 분열되는 것은?(플라나리아)”이라고 물으면 이상훈이 “야당!”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과거에 견주면 이정도의 풍자는 풍자도 아니다. 그러나 최근 정치 풍자가 사라진 현실에서는 이나마도 나오는 게 ‘대견’하다.

개그에서 정치 풍자의 흥망성쇠는 정권의 영향이 크다. 풍자에 관대한 정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정권이 있다. 피디들은 “요즘은 풍자가 쉽지 않다”고 했다. 풍자란 잘못한 것을 꼬집는 것인 만큼 좋아할 정권은 없겠지만, 이를 내버려두느냐, 두지 않느냐의 문제다.

대개 불편한 방송이 나가면 방송국 윗사람이 제작진을 불러 이런저런 얘기를 하곤 한다. 이야기를 하는 선에서 그치느냐, 어떤 행위를 하느냐는 정권의 분위기에 따라 다르다. 피디들은 “간혹 누리집에서 다시보기가 내려지거나, 촌철살인의 정치 풍자로 화제가 됐는데, 다음 회에서 일반적인 사회 풍자로 강도가 약해지면 ‘몸사리기’ 신호라고 봐도 된다”고 귀띔한다.

최근에는 툭하면 고소를 하는 통에 개그맨과 제작진이 잘 나서지 않으려는 이유도 있다. 보수 민간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도 지난달 ‘1대1’의 이상훈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1대1’에서 유민상이 “계좌로 쉽게 돈을 송금 받을 수 있는 것은?”이라고 묻자, 이상훈이 “어버이연합”이라고 답한 것을 문제 삼았다. 지난해 <개그콘서트> ‘민상토론’도 7개월 내내 이런저런 논란에 휩싸였다. 이러니 ‘괜히 해 봤자 나만 피곤해진다’는 인식이 과거보다 강해졌다고 한다.

어떤 정권이라도 말기가 되면 풍자에 관대해진다고 했다. 요즘이 그런 모양새다. 그런데도 촌철살인의 풍자 개그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개그맨의 능력 탓도 있다. 풍자 개그를 많이 했던 한 개그맨은 “과거처럼 무릎을 탁 치는 풍자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개그맨이 없다. 풍자를 하려면 신문도 읽고, 뉴스도 많이 봐야 하는데 요즘 개그맨들은 대부분 그러지 않는다”고 했다. 의미 없는 ‘병맛’ 개그가 난무하는 시대에 개그맨들은 어떻게 하면 화제가 되는 유행어를 짜낼까에 더 몰두한다.

이러다 정치 풍자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개그맨들도 우려한다. 한부모 가정의 아이를 조롱한 <코미디 빅리그>처럼 갈수록 풍자의 대상이 권력층이 아닌 약자를 향하는 현실을 한탄한다. 그러나 <유머 1번지> 등 군사 정권의 잔재가 남아 있던 시절에도 정치 풍자는 존재했다. 풍자는 못 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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