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는 문래동이 주된 관심사였는데, 지금은 하나의 주제로 모으기조차 쉽지 않네요.” 문래동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작업 세계를 보여주는 전시 ‘세상의 중심에서’(11월4~15일, 지에스강서엔타워 1층)를 기획한 김정연(50) 큐레이터는 자신이 겪은 문래창작촌을 이렇게 기억했다. 문래창작촌은 중소 철공소들이 모여 있는 문래동3가를 중심으로 2000년대 초부터 형성된 자생적인 예술가 마을을 일컫는다. “이곳이 주목받은 지 10년이 됐는데 그동안 살아남은 곳도, 사라진 공간도 많죠. 그래도 변하지 않은 건 예술가뿐이에요.” 그가 전시회 제목을 정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예술가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서 활동하든지 상관없이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존재”라고 했다. 이번 전시는 문래예술공장이 지에스(GS)홈쇼핑과 협력해 문래동 예술가들의 작품을 지원하는 ‘2019 문래창작촌 지원사업’의 하나로 기획됐다. 문래창작촌이 주목받은 10년 전부터 시작했으니, 이곳의 역사와 동고동락한 사이인 셈이다. 그동안 1500여 명의 예술가가 참여한 200여 건의 프로젝트를 발굴했는데 올해는 문래동에 본사를 둔 대기업의 후원으로 전시가 한층 풍성해졌다. 전시에서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20개 팀의 65점이 공개됐다. 무엇보다 문래창작촌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공유하지만 회화·설치·미디어·영상·사운드·퍼포먼스 등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주제를 표현했다. 특히, 부동산 계약 문제로 입주 6개월 만에 쫓겨났지만 그 과정 등에서 작가의 컴퓨터 안에 있는 흔적을 오롯이 전시한 언더스코어(백인경·심하경·사진)의 작업이 눈에 띈다. 이는 작가의 컴퓨터가 가상의 스튜디오가 되는 미디어와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이 밖에 문래동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드로잉을 그린 김세희 작가의 작품도 특이하다. 보통 회화 작가들이 세상과 거리를 두면서 작업하기 마련인데, 그는 문래동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그대로 담아냈다.
장소: 영등포구 양평동1가 지에스강서엔타워
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
관람료: 무료
문의: 02-2676-4332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