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과 이야기했던 ‘달문’을 닮고 싶어요.”
서울문화재단이 2004년부터 모은 청계천 성금으로 제작한 웹 판소리 <이토록 고고한 연예>(원작 김탁환, 일러스트 김효찬)에서 작창과 소리를 맡은 최용석(46)씨는 8일 영상 공개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2002년부터 창작 판소리와 창작 민요, 소리극을 만들고 공연하는 ‘바닥소리’의 대표로 활동해오던 그가 2018년에 단체를 그만두고, 이제는 새로운 길을 나섰다. 10대 이후 줄곧 한길만 파왔던 그가 이제 유튜브상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2년 전, 불현듯 찾아온 건강 이상 때문에 당산동에 커피숍을 열고 바리스타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여기서 공연을 하고 싶더라고요.” 이번에 제작한 웹 판소리도 손님으로 찾아온 김탁환 소설가와의 만남에서 시작했다. “평소 김 작가님의 팬이었는데 여기서 인연이 닿았죠. 김 작가님의 소설과 판소리가 어울리지 않나요? 그래서 그의 소설로 판소리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죠.” 그래서 지난 10월엔 원작 <가시리>에 최씨가 대본을 쓰고 바닥소리에서 소리극으로 만들어 공연도 했다.
이번에 제작하는 웹 판소리 영상은 조선시대를 풍미한 광대인 ‘달문’이 청계천을 떠돌며 민중과 함께하는 일을 재조명하는 내용이다. 어쩌면 광대 옷을 걸치고 평생 판소리로 대중과 호흡해온 최씨가 달문의 캐릭터와 묘하게 겹쳐 보인다. 최씨는 “촛불집회나 미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현장에서 펼친 공연이 생각난다”며 “약 2년간의 공백이 저를 되돌아보는 약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시대를 담은 판소리는 삶의 일부이자 여전히 하고 싶은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달문은 제게 큰 스승과도 같은 존재죠. 이제는 사람과 소통하는 판소리에 더욱 집중하고 싶어요.”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 최용석은 중앙대학교 한국음악과를 졸업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김세종제 춘향가) 이수자이며 판소리 공장 바닥소리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방탄철가방-배달의 신이 된 사나이>의 극작가 겸 배우로 활동했고 <순실가> <쥐왕의 몰락기> 등을 제작, 발표했다. 제1회 창작국악극대상 최우수상 및 음악상(2014), 제2회 창작국악극대상 남자창우상(2015), 제3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국악·전통부문 최우수상 및 대상(2016), 서울어린이연극상 대상(2019)을 수상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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