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로 서울과 인천을 오가던 시절, 오류동은 지친 여행자들이 쉬어가던 곳이었다. 쉼터를 만들면서 오동나무(梧)와 버드나무(柳)를 많이 심은 데서 오류동이란 지명도 유래했다. 시간이 흘러 마차 대신 철도가 놓이면서 지하철 1호선 철로를 따라 오류1동과 2동이 나뉘었다. 철길 하나가 뭐 그리 대수냐 싶지만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단절감은 결코 작지 않다. 더구나 그 가운데 위치한 오류동역 주변은 뒷골목이 풍기는 우중충한 분위기 탓에 선뜻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그랬던 오류동역 일대가 지난해 몰라보게 달라졌다. 변화의 중심에는 ‘오류역문화공원’과 ‘오류문화센터’가 있다. 오류동역 4번 출구로 나서면 곧장 철길 위 옥상 공원인 오류역문화공원을 만나게 된다. 철길·옥상·공원이라는 낯선 조합의 오류역문화공원은 오류동역 철길 위에 인공지반을 쌓아 만들어졌다. 총면적 7510㎡의 널찍한 공간에는 광장, 잔디밭, 플레이가든, 운동시설, 산책로 등이 들어서 있다.
주말 오후에 찾은 오류역문화공원은 산책을 즐기는 이들, 홀로 조용히 앉아 책을 읽거나 사색에 잠긴 이들,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이들,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등 제 나름의 방법으로 가을의 절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공원은 지상과 연결되는 완만한 경사로와 오류동역과 연결되는 출입구 덕에 어느 방향에서나 접근하기에 좋다. 이제는 철길 반대편에 있는 이웃을 만나기 위해 혹은 일터로, 혹은 학교로 가기 위해 복잡한 오류동역 육교 대신 탁 트인 공원을 상쾌하게 가로질러 갈 수 있게 됐다.
공원이 생기면서 오랜 시간 단절됐던 오류1, 2동이 자연스레 연결된 것은 물론 새로운 문화공간도 탄생했다. 오류동이 위치한 구로구 서쪽 지역은 구의 동쪽에 비해 문화예술시설이 부족해 아쉬움이 있었다. 오류역문화공원 야외무대에서는 그간의 아쉬움을 씻기라도 하듯 다양한 공연과 크고 작은 행사가 줄지어 열리고 있다. 특히 매월 1회 펼쳐지는 ‘철길 위 옥상몽(夢)’은 이색콘서트·전통연희·서커스·인형극 등의 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자세한 공연 일정은 구로문화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류역문화공원 놀이터 옆에는 오류문화센터가 자리한다. 지난해 3월 개관한 오류문화센터는 총면적 5276㎡ 규모에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지어진 복합문화시설이다. 1층 구립 어린이집, 2층 오류아트홀, 3층 오류골 사랑방과 경로당, 4층 꿈나무장난감나라와 구로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5층 구로문화원이 들어서 남녀노소 모두가 즐겨 찾을 수 있는 면모를 두루 갖췄다.
365석 규모의 전문공연장인 ‘오류아트홀’은 클래식, 무용, 뮤지컬 등 수준 높은 공연으로 관객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지난해에만 모두 61번의 공연이 열렸고 관람객 1만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개관과 동시에 지역 대표 공연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오류아트홀 공식 블로그를 방문하면 공연 스케줄과 공연에 대한 자세한 설명, 이용방법 등을 볼 수 있다.
어두컴컴한 과거를 뒤로하고 만남과 소통의 장으로 깜짝 변신한 오류동역. 지친 몸과 마음을 지하철에 싣고 오가는 이들에게 오류동역 하차를 추천해본다.
이선영 구로구청 홍보전산과 언론지원팀 주무관
사진 구로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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