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에 숨겨진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지난해 10월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설립 50돌을 맞아 홍보대사로 임명된 이명호(45) 사진작가는 ‘사진과 역사를 대하는 방식’을 이렇게 강조했다. 흔히 역사를 생각하면 인공적인 건축물이나 공예품을 떠올리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단다. 많은 이들에게 인문학이 정해준 ‘정답’을 알려주는 것보다 역사의 근본을 ‘정리’해야 하지 않겠냐며,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에 사진의 원리를 체험하는 방식처럼 역사의 인식을 바꾸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사진 원리인 ‘카메라 옵스큐라’로 역사를 되돌아보는 <역사가 있는 풍경>(11월18~29일, 경복궁)을 기획하게 됐다. 우리말로 ‘암실’을 뜻하는 ‘카메라 옵스큐라’는 ‘어두운’을 뜻하는 옵스큐라(obscura)와 ‘방’을 의미하는 카메라(Camera)의 합성어다. “암실에선 사물을 보기 위해 몰입감이 높아지죠. 게다가 상하좌우가 뒤바뀌면서 대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새로운 시선을 안겨주기도 하고요.”
그는 정해진 사진과 예술의 정의를 주입하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사물에 매몰되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역사를 대하는 마음가짐도 사진을 대하는 이런 태도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뒤바뀐 사물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가설을 만들고 정설을 세워야 하죠. 이것이 역사가 흘러온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역사가 있는 풍경>은 지난 9월 말, 국보 1호인 ‘숭례문’에서 시작해 ‘울릉도-독도’와 ‘광화문’을 거쳐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할 ‘경복궁’에 대한 전시를 앞두고 있다.
디지털카메라보다 아직도 필름카메라를 고집하는 그가 이 프로젝트에 기대하는 이유를 이렇게 덧붙였다. “필름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셔터를 누르죠. 역사도 마찬가지예요. 시공간의 한 지점을 드러내 본질을 되짚어볼 수 있는 환기가 필요합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 이명호는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라이카의 홍보대사, 전업작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전시로는 ‘Tree’ ‘사진-행위 프로젝트’ ‘어두운 방, 밝은 방’ ‘까만 방, 하얀 방 그리고 사이 혹은 너머’ ‘아무것도 아닌, 그러나’ 등이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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