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야, 놀자

놀이터에서 어른도 놀아 보자

등록 : 2016-06-09 15:49 수정 : 2016-06-10 09:12
아이들이 대동여지도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내일 놀이터에 나오실 거지요? 대동여지도 이야기 좀 들려드리려고요.”  

저녁마다 놀이터에서 만나는 어른들에게 역사 특강을 하겠다고 큰소리쳤다. 며칠 전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처럼 어른들도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리저리 고민하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내가 잘할 수 있는 역사 이야기를 하면 되겠구나!’

다음 날 5시, 놀이터 탁자로 어른들이 봉지를 들고 하나둘 모여들었다. “수업료예요!” 하며 내민 봉지에는 모두가 저녁으로 먹기에 충분한 먹을거리가 들어 있었다. 그 마음을 받아 아이들만큼 반짝이는 눈빛을 보내는 어른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에 대동여지도를 주제로 고른 건 대동여지도는 모두 들어 봤을 뿐만 아니라 지도 맞추기를 할 때는 아이들과 같이 놀 수 있기 때문이었다. 중간중간 아이들이 오고 한쪽에서는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어수선하기도 했는데, 그런 정도는 충분히 예상했다. 여기는 강의실이 아니고 시끌벅적한 놀이터니까.

“여기 좀 보세요. 지도에서 두 가지 길이 보이지요. 물길과 뭍길. 모두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에요. 뭍길은 십리마다 점을 찍었어요.”

대동여지도 이야기가 끝나고 어느새 강화도조약으로 이야기가 넘어갔다가 동학농민전쟁에서 끝을 맺었다. 그동안 이렇게 궁금한 걸 어떻게 참았을까. 대미를 장식할 대동여지도를 펼쳐 보려는데 놀이터에서 먼지가 풀풀 날리는 게 아닌가.

“얘들아! 운동장으로 가자!”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은 앞다투어 길 건너 운동장으로 우르르 달려갔다.


“지도 같이 맞춰 보자. 퍼즐하고 똑같아.”

박물관 답사 때 쓰려고 일주일 동안 복사하고 자르고 붙여 만든 실물 크기의 대동여지도였다. 모두들 김정호가 되어 한 장씩 지도를 맞춰나가자 어느새 눈앞에 한반도가 시원스럽게 펼쳐졌다.

“이게 대동여지도예요? 진짜 큰데요!”

이번에는 아이들이 언제 대동여지도를 걸어 보겠나 싶어 먼저 신발을 벗고 지도 위로 올라서 외쳤다.

“얘들아! 올라와서 우리 땅 걸어 볼래?”

아이들은 제주도에서 백두산까지 끊어지지 않은 삼천리강산을 손을 잡거나 혼자서 종주했고, 나이 어린 아이들은 걷는 것은 성에 차지 않는지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마침 지나가던 아이들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훗날 아이들이 어렴풋하게나마 대동여지도에서 놀았던 걸 기억하면 좋겠다 싶었다. 설사 그렇지 않다 해도 오늘 지도를 가지고 논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지도 놀이를 끝내고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던 한 엄마가 말했다.

“우리나라 역사를 쭉 살펴봤으면 좋겠어요. 잘 연결이 되지 않아서.”

“그럼 다음에는 우리나라 역사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이제 놀이터에서 어른들이 우아하게 놀 일이 생겼다. 어른들의 놀이터 파이팅!

글·사진 박찬희 자유기고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