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숲속에 도서관 지었더니, 핫플레이스 떠올랐다
등록 : 2019-11-21 15:23 수정 : 2019-12-05 14:20
동대문 배봉산 숲속도서관 개관 한달만에 하루 평균 1400명 몰려
종로구 삼청공원도서관은 뉴욕타임스서 ‘사람 중심 혁신의 정수’ 거론
늦가을 햇살이 커다란 통유리 창문을 통해 따뜻하게 내리쬐어 처음 발을 들여놓은 사람에게도 안온한 느낌을 준다. 내부 자재를 원목으로 지어 기분 좋은 향기가 그윽하게 퍼지는 2층 330㎡(100평) 공간에 4살짜리 꼬마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방문객 50여 명이 저마다 책을 들거나, 노트북컴퓨터를 들여다보며 뭔가 집중해서 읽고 있다. 7일 오후 3시 반께 동대문구 전농동 배봉산 둘레길 입구 언덕길에 자리한 ‘배봉산 숲속도서관’에서 만난 풍경이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배봉산 관리사무소와 공중화장실이 있던 살풍경한 모습이었으나 9개월의 공사 끝에 10월8일 개관한 이후 한 달 만에 지역 명소로 떠올랐다.
초등학생 이하 어린아이를 위한 제1열람실에서 4살 딸 금이현양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던 동대문 주민 우승희(38)씨는 일주일에 1~2회 도서관을 찾는데 “무엇보다 자연친화적 시설이어서 아이 정서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간이 트여 있어 아이가 답답해하지 않는데다 너무 조용한 기존 도서관보다는 이곳 어린이 열람실이 편하게 책을 읽어줄 수 있어 자녀와 함께 오기 안성맞춤이라는 게 우씨의 설명이다.
“그전에는 동대문 구립도서관을 이용했는데 아이들 책이 오래된 것이 많고 권수도 한정된 데 비해 이곳은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이 많은 것도 장점입니다.”
배봉산 숲속도서관은 한 달 만에 평일 1천여 명, 주말 2천 명 이상, 하루 평균 1400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고 김명수 동대문구 문화체육과장이 말했다. 김 과장의 설명대로 도서관 2층 3개 열람실 100평 공간에는 이용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학건 배봉산 숲속도서관장(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 도서관운영팀)에 따르면 가족 단위 지역주민이 가장 많고, 카페에서 공부하던 대학생이나 취준생 등 ‘카공족’, 배봉산 둘레길을 다녀오다가 들른 산책객 등 세 부류라고 한다. 이 관장은 “주변 아파트 4개 단지 5천 가구가 거주하는데다 주변에 도서관 시설이 많지 않아 장안동·답십리 도서관 이용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등 예상보다 내방객이 많은 편”이라며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가벼운 기분으로 도서관을 생활공간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커다란 유리 창문으로 공간을 개방하고 있어 바깥에서 보면 도서관에 들어가고 싶고, 안에서는 숲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설계됐다”고 배봉산 숲속도서관의 특징을 설명했다. 1층에는 아이들 놀이방을 갖춘데다 도서관 앞마당에는 놀이터까지 있어 자녀를 동반한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제격이다.
배봉산 둘레길이 바로 보이는 제2열람실 창가 쪽에서 부인과 함께 책을 읽던 황길연(75·장안동)씨는 둘레길 산책을 마치고 도서관에 들렀다.
“여기서 책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요. 세 번째 들렀는데 참 좋아요. 진작 생겼어야 했어요. 다른 곳에도 이런 게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제3열람실에는 노트북을 켜놓고 저마다 공부에 열중하는 카공족이 대세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입실하자마자 전기 콘센트부터 찾는다고 한다. 열람실에는 공영 와이파이가 제공되는데다 전기 콘센트도 10개 정도 구비돼 있고 다른 일반 도서관과 달리 자기 음료 반입도 허용한다.
카공족은 더 많은 콘센트를 요구하나 조용히 책읽기를 즐기는 전통적 도서관 이용자들은 “쟤들을 내보내달라”는 요구도 한다고 한다. 이 관장은 “숲과 도서관이 조화를 이루듯이 요구가 다른 두 도서관 이용자들의 조화를 이뤄내는 게 우리의 숙제”라고 말했다.
제1열람실은 자녀와 어머니의 책읽기 교실뿐 아니라 공부방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동대문구 다문화센터 방문지도사인 안선희(56)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몽골 출신 가정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학습지도를 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안씨는 “집에서 하던 때에 비해 환경이 좋아서인지 학습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몽골계 친구와 함께 온 조현준(12)군도 “시설이 쾌적하고 비치된 책이 많다”며 “게임방 못지않게 이곳 도서관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 “현재 10곳인 숲속도서관을 2023년까지 30개로 늘릴 것” 올해 성동구·양천구 1곳씩 조성하고 ‘자연훼손 최소화’ 장소에 추가 건립 면적은 평균 330㎡…총예산 362억원 동대문구는 2016년부터 구민들이 책과 도서관에 보다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역 내 도서관들이 참여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북페스티벌 축제도 해오고있다. 올해는 9일 새로 문을 연 배봉산 숲속도서관 주변에서 열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책도 읽고 차도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개방형 공간 콘셉트가 주민들에게 평가를 받는 것 같다”며 “전체 소요 예산 24억4천만원 중 21억3300만원은 서울시장이 구청장에게 제공하는 특별조정교부금에서 마련했다”고 말했다.
규모는 배봉산보다 작지만 2013년 개관해 숲속도서관 효시 격인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은 <뉴욕 타임스>에서 거론됐다. 결제시스템 페이팔 설립자이자 경영자인 데이비드 색스는 2018년 12월7일치 ‘혁신에 대한 집착을 끝내다’라는 칼럼에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을 방문한 후기를 게재해 이 도서관을 21세기 첨단 문명사회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사람 중심 혁신’의 정수로 꼽았다. 14일 오후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안에는 40~50대 여성 20여 명이 카페를 중심으로 책을 읽거나 늦가을 숲속 정경이 그대로 보이는 통유리 창가 좌석에 앉아 커피를 앞에 두고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며 ‘힐링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0평 크기의 지하 1층에는 자녀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모습도 보였다. 1층으로 이어진 계단 벽에는 편하게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책이 빽빽이 꽂혀 있었다.
도서관 밖에는 유아숲도 있어 어린 자녀와 함께 편하게 책도 읽고 함께 뛰어놀 수 있는 휴식의 장소로 꼽힌다. 공원 입구에 자리한 이 숲속도서관은 온통 붉은 단풍잎으로 물든 삼청공원 숲속에 원래 있던 존재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숲속도서관의 이런 복합힐링공간 기능에 주목해 2023년 6월까지 서울시내 각 공원에 20개의 숲속도서관을 추가 건설해 모두 30개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지난 8월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숲속도서관 기능을 하는 공원 도서관은 10개다. 카페를 겸한 도서관, 작은도서관 등의 형태다. 세부적으로 종로구(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인왕CP) 노원구(상계 숲속 작은 도서관, 초안산 숲속 작은 도서관, 한내지혜의 숲) 관악구(낙성대공원 도서관) 동작구(국사봉 숲속 작은 도서관) 중랑구(책깨비 도서관) 동대문(배봉산 숲속도서관) 성동구(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 작은 도서관) 등이다.
연도별로 올해 2개, 2020년 4개, 2021년 4개, 2022년 5개, 2023년 5개 세울 예정이다. 면적은 한 곳당 330㎡ 내외다. 예산은 362억4천만원이다. 10개를 포함한 총예산은 446억9500만원이다. 부지는 기존 시설물을 최대한 활용해 자연 훼손은 최소화하고 공원 이용활성화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이 대상이다.
시는 올해 성동구 응봉근린공원과 양천구 양천근린공원에 숲속도서관 조성을 추진한다. 예산(특별조정교부금)은 38억4천만원이다. 성동구가 17억4천만원, 양천구가 21억원이다. 사업 추진은 해당 자치구가 맡는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동대문구 배봉산 입구에 자리 잡은 배봉산 숲속도서관. 커다란 통유리를 통해 안팎이 훤하게 내다보이는 개방형 구조에 힘입어 개관 한 달여 만에 구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오른쪽은 배봉산 둘레길 입구. 둘레길 산책을 마치고 도서관에 들르는 사람도 많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동대문구 배봉산 숲속도서관 제1열람실. 자녀와 함께 책을 읽기 좋은 곳이다. 정용일 기자
동대문구 배봉산 숲속도서관 제1열람실. 자녀와 함께 책을 읽기 좋은 곳이다. 정용일 기자
배봉산 숲속도서관은 한 달 만에 평일 1천여 명, 주말 2천 명 이상, 하루 평균 1400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고 김명수 동대문구 문화체육과장이 말했다. 김 과장의 설명대로 도서관 2층 3개 열람실 100평 공간에는 이용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학건 배봉산 숲속도서관장(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 도서관운영팀)에 따르면 가족 단위 지역주민이 가장 많고, 카페에서 공부하던 대학생이나 취준생 등 ‘카공족’, 배봉산 둘레길을 다녀오다가 들른 산책객 등 세 부류라고 한다. 이 관장은 “주변 아파트 4개 단지 5천 가구가 거주하는데다 주변에 도서관 시설이 많지 않아 장안동·답십리 도서관 이용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등 예상보다 내방객이 많은 편”이라며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가벼운 기분으로 도서관을 생활공간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배봉산 숲속도서관 외관. 커다란 통유리로 돼 있어 밖에서 보면 안에 들어가보고 싶게 설계됐다. 아뜨리에리용 서울(소장 이소진) 설계작품. 정용일 기자
동대문구 배봉산 숲속도서관 외관 전경. 정용일 기자
서울시 “현재 10곳인 숲속도서관을 2023년까지 30개로 늘릴 것” 올해 성동구·양천구 1곳씩 조성하고 ‘자연훼손 최소화’ 장소에 추가 건립 면적은 평균 330㎡…총예산 362억원 동대문구는 2016년부터 구민들이 책과 도서관에 보다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역 내 도서관들이 참여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북페스티벌 축제도 해오고있다. 올해는 9일 새로 문을 연 배봉산 숲속도서관 주변에서 열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책도 읽고 차도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개방형 공간 콘셉트가 주민들에게 평가를 받는 것 같다”며 “전체 소요 예산 24억4천만원 중 21억3300만원은 서울시장이 구청장에게 제공하는 특별조정교부금에서 마련했다”고 말했다.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내부 모습. 카페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다. 아뜨리에리용 서울(소장 이소진) 설계작품.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