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대립하던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 한자리에 모이게 됐을까?”
집회 모습을 다각적으로 해석한 ‘불안정 대기’(Unstable Atmosphere, ~12월13일, 아카이브 봄)를 기획한 배한솔(26) 작가는 어느 날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위를 보며 이런 생각에 빠졌다고 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점은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퀴어 퍼레이드’와 찬성하는 ‘기독교 단체’ 등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의견이 대립해 충돌하던 이들조차 ‘난민 입국을 반대’하는 곳에선 한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우리 사회에 내재한 잠재적 갈등이 표출된 모습을 다양하게 해석한 세 편의 영상으로 구성됐다. 우선, 집회에 모인 수많은 참여자를 1년간 추적하면서 촬영한 ‘잠망경’(사진), 부르카와 같이 평소에 보지 못한 복장을 보고 난민이나 테러리스트로 의심하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마치 진실로 자리 잡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꼬집는 ‘학습된 알고리즘’이 첫째와 둘째 영상이다. 그리고 셋째 영상은 전시 제목이기도 한 ‘불안정 대기’다. 이는 찬반 양극단으로 치닫는 갈등과 각종 시위 때문에 불안한 대기(atmosphere) 상태에 놓인 국내외 정세를 뜻하기도 하며, 정부에 신변을 맡겨야만 하는 난민들의 초조한 ‘기다림’(waiting)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배 작가는 서로 다른 두 가지 해석을 동시에 담은 ‘불안정 대기’를 제목으로 정했다.
“매스컴이 획일적으로 전하는 일기예보도 비슷하지 않나요? 우리가 실제로 접하지 않았으면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무분별하게 인식하는 거예요. 이것은 우리 사회가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하는 상황과 다르지 않아요.” 이렇게 한국 사회에 퍼진 구조적 문제를 통찰력 있게 조망하는 이번 전시의 기대효과를 그는 이렇게 드러냈다. “서로 다른 관점으로 상대방에게 돌을 던지는 현상에 해답을 제시하진 못해요. ‘왜 저런 일이 벌어질까?'라는 화두를 던지는 것만으로도 생각할 거리를 위한 촉매제가 되지 않을까요.”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 배한솔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했으며, 인터미디어 전문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참여했던 주요 단체전으로 ‘말하는 법’(2015), ‘마부들의 약속’(2017), ‘캐치를 하는 세계’(2017), ‘골든 에이지’(2018), ‘Trace the Piece’(2018) 등이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불안정 대기’는 서울문화재단 최초 예술지원사업 선정작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