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빈 가지 사이로 활짝 열린 한강을 보다
장태동 여행작가의 운치 있는 겨울 걷기길 ① 한강 남쪽 겨울 산, 겨울 강가의 길을 걷다
등록 : 2019-12-05 14:39
동작충효길 1코스
한강 너머 펼쳐진 광활 풍경에 빠지고
영등포 생태순환길
밤섬에 모인 겨울 철새 가마우지 보며
서초구 구룡산 국수봉
서울권 한강, 동에서 서까지 한눈 조망
서울에서 겨울의 운치를 즐길 수 있는 길을 한강을 기준으로 강북권과 강남권으로 나누어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첫 번째는 한강 남쪽에 있는 길 중 겨울 산길과 한강의 풍경을 보며 걷는 길이다. 기존의 코스를 걷되, 긴 구간은 짧게 끊거나 코스를 조정했다. 또 조망 조건 등을 고려하여 코스를 고치기도 했다. 겨울 길의 운치는 코끝 찡한 칼바람을 맞으며 통쾌한 조망을 즐기는 순간과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산과 강의 풍경에 있다.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겨울 숲의 운치는 겨울나무의 빈 가지가 촘촘하게 얽혀 만들어내는 풍경에 있다. 눈 내린 숲 오솔길, 빈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보며 걷는 길은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그런 길을 걸어 산꼭대기에 오르면 코끝을 찡하게 하는 바람과 시원하게 펼쳐진 전망에 통쾌하다. 마음에 굳은 생활의 더께를 찌꺼기 하나 남기지 않고 훑어내는 겨울 강의 칼바람도 그렇다. 보금자리에 날아든 겨울 철새들이 겨울 속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동작충효길 1코스 고구동산길
출발 지점인 흑석역 1번 출구로 나와 효사정에 올랐다. 이 코스의 첫 번째 전망 좋은 곳이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정자 기와지붕의 운치가 눈앞에 펼쳐진 한강과 도심, 멀리 북한산까지 아우르는 풍경과 잘 어우러진다.
효사정에서 한강대교 쪽으로 내려서서 육교를 건너 뒤돌아서 걷는다. 마크힐 건물을 오른쪽에 두고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용봉정근린공원이 나온다. 이곳이 두 번째 전망 좋은 곳이다.
용봉정근린공원은 옛날 흑석동 아이들이 한겨울에 뛰어놀던 마을 꼭대기 언덕이었다. 그동안 재개발 공사 때문에 드나들지 못하다가 얼마 전 공사가 끝나 공원으로 조성됐다. 서쪽으로 흘러가는 한강의 풍경에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 보인다. 동쪽으로 펼쳐지는 풍경 속에는 멀리 송파구까지 눈에 들어온다.
용봉정근린공원에서 동양중학교 후문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을 따라 걷는다. 동양중학교 후문을 지나 내리막을 내려서서 오른쪽으로 돌아 걷다가 이레마트 앞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 걷는다. 동양중학교 정문 앞을 지나 넓은 찻길을 따라 계속 가면 고구동산이 나온다.
고구동산을 넘어 중앙대학교 후문으로 가는 이정표를 따라 걷는다. 중앙대 후문 앞 횡단보도를 건너 녹색 철책을 왼쪽에 두고 찻길 옆 인도를 걷다보면 서달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계단으로 올라가서 숲 오솔길을 걷는다. 잣나무숲길을 지나서 숲속 작은 도서관 쪽으로 가다보면 숲에 남아 있는 단풍이 아직도 붉다.
생태통로를 지나 서달산 정상인 동작대에서 달마사 쪽으로 내려선다. 달마사 바로 위 거북바위 전망대가 이 코스의 마지막 전망 좋은 곳이다. 달마사 절집 기와지붕에서 시작된 풍경이 서달산 비탈을 타고 흑석동으로 내려가서 한강을 만난다. 한강 너머 펼쳐지는 광활한 풍경에 빠져든다.
겨울 철새를 볼 수 있는 영등포 생태순환길 영등포 생태순환길 중 여의도를 한 바퀴 도는 여의도 코스 7.7㎞를 걸었다. 여의나루역 아래 원효대교 남단 한강 둔치에서 출발해서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한강 둔치 중 한강과 가장 가까운 길로 걷는다. 마포대교를 지나 서강대교 쪽으로 걷다보면 강 가운데 밤섬이 보인다. 섬 한쪽 숲이 하얗다. 말라죽은 나무들인 줄 알았는데 철새 배설물이었다. 겨울 철새 가마우지가 밤섬에 모여 있었다. 밤섬은 2012년에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도심의 철새 도래지라고 한다.
한강에 떠 있는 여의도수난구조대 건물 앞을 지나 강과 가장 가까운 길로 걷는다. 한강의 물결이 강기슭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한강에 남아 있는 강기슭 펄도 보인다. 개발 이전 한강 풍경의 흔적일 것이다. 가지를 늘어뜨린 수양버들도 머리로 그려보는 옛 한강의 풍경에 한몫한다.
서울 마리나 건물로 이어지는 굽은 길 왼쪽 언덕에 햇빛 받은 억새꽃이 하얗게 빛난다. 길은 샛강으로 이어진다. 굴다리를 지나 여의2교 하부 쪽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걷다가 샛강을 건너는 다리를 만난다. 다리를 건너 걷다보면 수양버들과 어우러진 각종 나무들이 숲을 이룬 풍경 앞에서 서울이 아닌 시골의 어느 숲을 느낀다. 숲에 난 길을 따라 걸으면 샛강다리가 나온다. 샛강다리 위로 올라가서 걸어온 숲의 정수리를 굽어본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또 다른 숲의 풍경을 바라본다.
다시 샛강 옆길로 내려서서 걷는다. 길은 그렇게 이어져 출발했던 원효대교 남단으로 다시 연결된다.
대모산, 구룡산, 국수봉을 잇는 길
수서역 6번 출구에서 출발해서 대모산, 구룡산, 국수봉을 지나 능인선원으로 내려오는 약 7㎞ 코스를 걸었다. 대모산 정상을 지나 나오는 헬기장, 구룡산 정상 전망대, 국수봉 등 전망 좋은 곳이 세 곳이다. 이 중 국수봉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가장 광활하다. 서울 권역 한강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다 볼 수 있다.
대모산 정상을 지나 헬기장에서 보는 전망에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이 펼쳐진다. 한강 북쪽 아차산이 또렷하게 보인다. 한강 가에 자리 잡은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이 강물에 뜬 커다란 배처럼 보인다.
구룡산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에 안산, 남산,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아차산이 펼쳐진다. 대모산 헬기장보다 시야각이 더 넓다.
국수봉에서 보는 풍경은 구룡산 정상 전망대보다 더 광활하다. 서울의 남쪽 관악산이 서울의 북쪽 북한산과 마주 보는 형국이 눈에 들어온다. 북한산 동쪽으로 도봉산이 흐르고 수락산과 불암산의 산세도 정확하게 보인다. 한양도성을 이루는 내사산 중 백악산(북악산), 인왕산, 남산도 한눈에 보인다. 광활하게 펼쳐진 그 풍경과 어울린 한강이 서울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흐르는 모습이 유장하다.
호압사와 불영암을 지나는 전망 좋은 길 관악산 한 줄기가 서쪽으로 뻗어 삼성산을 밀어 올리고, 그 맥이 북서쪽으로 이어지다 그 끝에 뭉툭 세운 게 호암산이다. 호암산 절벽 아래 호압사라는 절이 있다. 경복궁을 향해 달려가는 호랑이 형국인 호암산의 기세를 누르기 위해 호압사를 지었다고 한다. 호압사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접어든다.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서서 이정표에 적힌 ‘한우물’ ‘석수역’ 방향으로 조금 더 가다보면 왼쪽에 크고 작은 바위가 드러난 곳이 나오는데, 그곳으로 올라가면 전망 좋은 곳이다. 마당처럼 펼쳐진 너럭바위 끝에 서면 숲에 안긴 호압사가 굽어보인다. 멀리 인천까지 시원하게 트인 전망에 마음이 통쾌하다.
그곳에서 전망을 즐기고 올라왔던 바윗길로 내려가서 길을 만나면 가던 방향으로 걷는다. 불영암 바로 전에 돌로 만든 커다란 석구상이 있다. 석구상도 호암산의 호랑이 기운을 누르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불영암 마당에 있는 이정표 ‘시흥동(호암1터널)’ 방향으로 간다. 칼바위 전망대에서 이 코스의 마지막 전망을 즐긴 뒤에 폭포전망대를 지나 데크길로 접어든다. 그 길 끝에 작은 잣나무 숲이 있어 쉬기에 좋다. 길은 호압사 입구로 이어진다. 거리는 4~5㎞가량 된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겨울 숲의 운치는 겨울나무의 빈 가지가 촘촘하게 얽혀 만들어내는 풍경에 있다. 눈 내린 숲 오솔길, 빈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보며 걷는 길은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그런 길을 걸어 산꼭대기에 오르면 코끝을 찡하게 하는 바람과 시원하게 펼쳐진 전망에 통쾌하다. 마음에 굳은 생활의 더께를 찌꺼기 하나 남기지 않고 훑어내는 겨울 강의 칼바람도 그렇다. 보금자리에 날아든 겨울 철새들이 겨울 속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동작충효길 1코스 고구동산길
효사정에서 본 풍경.
효사정.
겨울 철새를 볼 수 있는 영등포 생태순환길 영등포 생태순환길 중 여의도를 한 바퀴 도는 여의도 코스 7.7㎞를 걸었다. 여의나루역 아래 원효대교 남단 한강 둔치에서 출발해서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한강 둔치 중 한강과 가장 가까운 길로 걷는다. 마포대교를 지나 서강대교 쪽으로 걷다보면 강 가운데 밤섬이 보인다. 섬 한쪽 숲이 하얗다. 말라죽은 나무들인 줄 알았는데 철새 배설물이었다. 겨울 철새 가마우지가 밤섬에 모여 있었다. 밤섬은 2012년에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도심의 철새 도래지라고 한다.
밤섬으로 날아온 겨울 철새,가마우지.
대모산, 구룡산, 국수봉을 잇는 길
국수봉 지나 능인선원으로 내려가는 길.
호압사와 불영암을 지나는 전망 좋은 길 관악산 한 줄기가 서쪽으로 뻗어 삼성산을 밀어 올리고, 그 맥이 북서쪽으로 이어지다 그 끝에 뭉툭 세운 게 호암산이다. 호암산 절벽 아래 호압사라는 절이 있다. 경복궁을 향해 달려가는 호랑이 형국인 호암산의 기세를 누르기 위해 호압사를 지었다고 한다. 호압사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접어든다.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서서 이정표에 적힌 ‘한우물’ ‘석수역’ 방향으로 조금 더 가다보면 왼쪽에 크고 작은 바위가 드러난 곳이 나오는데, 그곳으로 올라가면 전망 좋은 곳이다. 마당처럼 펼쳐진 너럭바위 끝에 서면 숲에 안긴 호압사가 굽어보인다. 멀리 인천까지 시원하게 트인 전망에 마음이 통쾌하다.
석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