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면서 춤을 추세요. 최대한 웃으면서….”
아프리카 타악기 젬베의 두드림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30여 명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레게 머리의 선생은 그들에게 여러 가지를 주문한다. 격정의 몸짓이 10분 정도 이어졌을까.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됐다. 이곳은 20대부터 40대까지 성인이 참여하는 ‘꿈의 아프리카 댄스’ 현장이다. 마포구 한 연습실에서 진행된 이 수업은 우리나라 최고의 아프리카 댄서로 알려진 양문희(35)씨가 이끈다. 미술작가라고 밝힌 한 수강생은 이 수업이 “억눌린 감정을 분출하는 유일한 창구”라고 고백할 정도다.
대학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양씨는 졸업 이후 극단과 뮤지컬에서 안무가로 활동했다. 춤을 멈춘 적은 없었지만 정해진 틀에 맞춰 반복되는 동작에 싫증을 느꼈단다. 현대무용이 그의 열정을 담기에 부족했는지, 새로운 춤을 찾아 무작정 아프리카로 떠났다. 이후 10년간 서아프리카 7개국을 돌면서 1년 중 3개월은 그곳에서 춤만 추며 살았다. “도착하자마자 한동안 매일 울었어요. 저 빼고 모두 잘 추는 거 같더라고요.” 이 악물고 1년을 버티자, 마스터에게 “현지인보다 더 아프리카 춤을 잘 춘다”는 칭찬을 들었다. 아프리카엔 서너 명만 모여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몸을 흔드는데, 우리도 ‘농번기에 춤과 노래를 즐기는 모습’이 비슷하지 않냐고 되묻는다. 지난해 12월엔 사물놀이의 대가가 펼치는 ‘사물놀이; GRAND MASTER 이광수’에서 상모놀이에 맞춰 아프리카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편, 12일 금천구 모두의학교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댄스 대회 ‘실수대첩’ 참여자들에게 이렇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아프리카 춤은 죽을힘을 다해 추는 춤이에요. 이들의 열정처럼 어느 것에도 갇히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면서 말이죠. 마치 저처럼 말이죠.”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 양문희는 한국체육대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현재는 아프리카 공연예술 그룹 ‘포니케’의 리더로, 브라질 바테리아 댄스 그룹인 ‘라 퍼커션’에서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2017년부터 마포문화재단의 ‘꿈의 카니발’에서 ‘꿈의 아프리카 댄스’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2013) 등에 출연했으며, 저서로는 <아프리카에 춤추러 가자>(2019)가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