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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인형은 대견해요, 이주민에게 희망을 주잖아요”

이주여성 커뮤니티 톡투미 대표 이레샤 페레라

등록 : 2016-06-09 16:44 수정 : 2016-06-10 09:10
다문화 인형 ‘모니카’는 톡투미의 대표 아이콘이다. 톡투미의 이레샤 대표가 모니카 인형을 품에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윤지혜 기자
“우리 톡투미 해요. 나랑 같이 이야기해요.”

톡투미는 스리랑카, 타이, 베트남, 러시아, 일본, 중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여성들이 만든 자조 단체다. 2010년 결성 당시만 해도 10명 정도 모인 친목모임이었지만 지금은 온라인 회원 3000명,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회원만 150명까지 늘었다.

6년째 톡투미를 이끌어온 이레샤 페레라(41)대표는 “사람들은 이주여성을 항상 도와줘야 하는 불쌍한 사람으로만 여겨요. 외국에서 온 사람, 그 이상이 없어요.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고 싶었어요”라며 모임 취지를 설명했다.

‘모니카 인형 만들기’, ‘말하는 도시락’, ‘이모나라 여행’이 톡투미가 찾아낸 사업들이다. 모니카는 ‘머니까’(멀리서 왔다)에서 따온 말로 재활용 헝겊 재료로 만든 인형이다. 회원들은 제공 받은 헝겊과 솜으로 몸통을 만들고 그 위에 얼굴 표정, 머리카락, 옷 등을 직접 꾸민다.

지금까지 5000개 이상의 모니카 인형이 태어났지만 생김새는 모두 다르다.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모니카를 통해 서로의 다양성을 자연스레 인정하고 이해와 존중의 가치를 느껴 보자는 뜻이다.

완성된 인형은 수거 뒤 판매되거나, 필리핀이나 베트남, 그 외 나라의 어려운 아이들에게 보내기도 한다. 국내 어린이집에서 신청하면 다양성 교육을 위해 모니카를 입양 보내기도 한다. “모니카가 참 대견해요.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주지요. 모니카 만들기를 신청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키트를 만들 일손이 필요해졌어요. 톡투미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이런 일자리를 연결해 줍니다. 아직 한국말이 서툴거나 아이가 너무 어려서 바깥 활동을 하지 못하는 이주여성들에게 적은 돈이지만 스스로 벌 수 있도록 주선하고 있습니다.” 이레샤 대표는 모니카의 쓰임새에 뿌듯해했다.

이레샤 대표는 이주여성들에게는 ‘우리와 함께하는 사람’이라는 인정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을 교육시켜 새로운 활동을 하게끔 하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그들이 가진 능력을 살리도록 하는 것이 톡투미의 가장 큰 특징이다.

‘맛있는 도시락’은 요리를 매개로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다. 톡투미 제공

모니카 외에도 ‘말하는 도시락’은 직업 훈련 기회가 부족한 이주여성들이 자신감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다. 스리랑카, 타이, 베트남 등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도시락을 팔거나 모임과 행사에 출장 뷔페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주여성 강사의 고향과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며 요리를 만들어 보는 ‘말하는 레시피 요리교실’을 운영하며 요리로 소통의 장을 넓힌다.

1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이모 나라 여행’은 이주여성의 모국을 방문해 현지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도움이 필요한 지역에 자원 활동을 하는 프로젝트다. 톡투미는 2012년부터 스리랑카 위말라샤르 초등학교 건물과 놀이터를 손보고 고쳐 왔다. 고치기 전에는 건물이 낡아 폐교 직전이었는데 시설이 좋아지니 학생이 670명까지 늘었다. 올해부터는 다른 지역 초등학교를 지원할 계획이다. 올 7월 ‘이모 나라 여행 프로젝트’는 스리랑카로 떠난다.

서울시에 사는 외국인이 46만명을 넘었지만 아직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한국에 와서 가정을 꾸린 지 15년이 넘은 이레샤 대표도 예외는 아니다. “이주여성들은 자기 이름을 찾기가 어려워요. 누구의 엄마가 되는 것도 어렵고요. 그냥 베트남 누구누구지요. 대한민국 국민인 저에게 ‘어디에서 왔어?’라고 물어보면 전 뭐라고 답해야 할까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전 제 이름 이레샤를 찾아가고 있어요.”

톡투미는 다문화라는 이름 안에 이주여성이 머무르기를 원하지 않는다. 다문화 행사만 참여하면 외국인으로 보는 시선이 더 강해져서, 처음에는 다문화 행사만 참여했지만 지금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곳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수상한 그녀들의 공예길’과 ‘서울밤도깨비야시장’,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도 모니카를 만날 수 있는 까닭이다.

“우리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면 우리가 직접 나서야지요. 제 아이가 한국인으로 살아가는데 제가 언제까지고 외국인처럼 살아갈 수는 없잖아요”라고 다부지게 말하는 이레샤 대표는 “다른 사람을 바꾸려는 것보다 저 스스로 노력하면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니카 인형 만들기’ 또는 ‘말하는 도시락’은 톡투미 누리집(talktome.or.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