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에 가치를 부여해 자본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에서 교환가치로 환원되는 신체를 이야기한 ‘신체교환론’(12월13~14일, 플랫폼엘)을 기획한 유지영(26) 안무가는 공연을 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서울문화재단의 유망예술지원사업 무용 부문 선정작인 이 공연은 그가 지난해 도봉산 평화문화진지 레지던시에서 한 달마다 지급받은 30만원에서 출발했다. 작업의 재료가 명확한 시각예술가에 비해 “몸을 쓰는 안무가들은 어떤 재료를 구입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물이다. 그는 안무가로서 가진 운동성에 주목했으며, 결국 ‘가상의 임금 기준치’를 만들어보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가 지난 7월 이후 선보였던 전작 ‘길다란 선을 따라 무한히 이동하는’과 ‘어디로부터 온 것도 아니고 향하는 것도 아니다’도 어쩌면 이번 공연과 같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작품을 위해 유씨는 우선 움직임을 목록화했다. 공연에는 세 명의 퍼포머가 출연하는데, 각각은 신체를 사용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기준치를 먼저 설정한 뒤 움직임을 메우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평균 1회의 출연료가 다른 개별 무용수들은 어떤 기준에서 금액이 지급될까’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팔을 굽혔다 펴는 동작을 2초 동안 수행한다면, 10%의 에너지와 0.7%의 무리가 가기 때문에 300원이 책정된다고 기준을 잡았어요.” 이렇게 ‘신체교환론’은 무용수 각자가 받을 출연료에 도달하면 자연스럽게 공연이 완성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대학에서 공부한 무용과 현재 공부하는 시각예술을 토대로 신체가 가진 담론을 고민하는 유씨는 이번 작업의 의미를 이렇게 기대했다. “여전히 미술과 퍼포먼스, 무용이라는 분야에는 전통적인 장벽 같은 것이 남아 있어요. 그래도 젊은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권장해보고 싶습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 유지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를 졸업하고 미술원 조형예술과 석사과정으로 인터미디어과에 재학 중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어디로부터 온 것도 아니고 향하는 것도 아니다’(2019), ‘길다란 선을 따라 무한히 이동하는’(2019), ‘두를 위한 몸 만들기’(2018), ‘신체부위의 명칭에 대한 의문’(2017), ‘인체도’(2014) 등이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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