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우울과 불안장애는 더는 특별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불청객이 아니다. 지난해 대형 서점에서 발표한 베스트셀러의 정서 키워드가 ‘토닥토닥’인 것만 봐도 이 얘기는 설득력을 더한다. 여기에 청년실업, 홀몸노인, 경력단절, 명예퇴직, 학교폭력, 고독사, 자살 등 듣기만 해도 우리를 피곤하게 만드는 요인을 열거하니 끝이 안 보일 지경이다. 이런 현상에 착안해 ‘일상에서 멀어진 환경을 극복하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전시 ‘찍다: 리메이드 인 서울’이 16~30일 열린다. 특히 전시가 열리는 대학로 동숭아트센터는 지난 수십 년간 공연예술의 심장으로 불렸던 곳인데 내후년 재개관을 목표로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어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전시는 서울문화재단이 글로벌 의료기업 올림푸스 한국과 5년 동안 이어온 ‘엉뚱한 사진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번 전시는 각종 위협에 둘러싸인 보통 사람들이 저마다 회복과 치유 과정에서 들려주는 전환점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됐다. 사진과 영상으로 구현되는 이 전시는 저마다의 에피소드가 담긴 보통 사람들의 일상 회복기라 소개하면 맞겠다. 총 22명이 참여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모인 만큼 이들이 리메이드된 사연도 제각각이다. 1998년 탈북 이후 남한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리잡’으로 버티고 있는 30대 초보 아빠, 남편과 사별한 뒤 2년간 앓아온 실어증과 우울증을 극복하고 청소년 상담사로 복귀한 70대 할머니,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 동숭아트센터에 옛 추억을 간직한 배우 장영남과 정동환까지. 국악계의 이단아로 불렸지만 독특한 개성으로 국악의 세계화에 앞장선 이희문도 참여자 22명 중 한 명이다. 그는 전시 개막에 앞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저를 B급 소리꾼이라 불렀는데 귀여운 노이즈 마케팅으로 손 안 대고 코 풀었죠.(하하) 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준 거 아닐까요? 오히려 하고 싶은 게 분명해졌어요. 앞으로도 보통의 목소리에서 벗어나는 것들을 계속하고 싶어요.”
장소: 종로구 명륜2가 동숭아트센터
시간: 월~토 오전 10시~오후 7시
관람료: 무료
문의: 02-3290-7055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