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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와” 명령에 귀 쫑긋…우리집 반려견 토리가 변했어요
등록 : 2019-12-12 14:32
이충신 기자, 양천구 반려견 행동교정 교육 과정 참가기
5주 교육에 9마리 반려견 참여…이론·실습 교육 진행
“토리야~” “토리야~” “토오리~”.
양천구의 반려동물 행동교정 교육장에 온 첫날인 11월19일, 교육장에 들어갔더니 기자의 반려견 ‘토리’가 실내를 왔다 갔다 하다가 배변 패드 위에 용변을 봤다. 몇번이나 이름을 불러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주위가 낯설어서인지 긴장한 듯했다. 토리는 3년2개월 된 갈색 푸들로 집에서는 심심찮게 말썽을 부리는데, 밖에 나오면 겁이 많다.
토리는 대부분의 반려견이 그렇듯 보호자가 귀가하면 깡충거리며 무척 반긴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몇 가지 문제가 있다. 토리는 귀가한 가족의 양말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 양말을 달라는 듯 마구 물어뜯는다. 발을 물리는 경우가 있어 재빨리 양말을 벗어 던져주면 양말을 물고 자기 집으로 가서 웅크리고 앉아 가만히 양말을 물고 있다.
토리는 또한 볼펜이나 휴지 등 물건들을 물고 간다. 그냥 뺏으려고 하면 으르렁거리며 달려들고 문다. 몸무게가 7㎏ 정도라서 물리면 상당히 아픈데, 피가 난 경우도 있다. 가족들은 그럴 때마다 토리에게 간식을 주면서 물건을 뺏곤 한다. 이빨로 부러뜨리면 위험할 수 있는 물건도 물고 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토리는 가족이 있을 때는 혼자 잠을 자는 경우가 없고 꼭 사람들 틈에서 함께 잔다. 부부 사이 가운데 자리를 잡고 ‘사람처럼’ 잔다. 사람들이 식사할 때면 식탁 옆에서 얼쩡거린다. 두 발로 서서 먹을 것을 달라는 듯한 애처로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올려다본다. 여기에 마음이 약해져 먹던 음식을 주기도 한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양천구에서 하는 반려동물 행동교정 교육을 받아봤다. 교육은 신정동에 있는 반려동물 미용센터인 ‘두스펫페’에서 상·하반기 두 차례 열렸는데, 하반기는 11월5일부터 12월3일까지 화요일마다 총 5회 교육이 진행됐다. 문제 행동을 하는 반려견과 견주를 대상으로 실습과 이론 교육을 해 문제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번 반려견 행동교정 교육에는 토리를 포함해 진돗개 ‘장고’, 푸들 ‘초코’, 몰티즈 ‘풀이’, 비숑 ‘코코’, 포메라니안 ‘탄이’ 등 모두 아홉 마리가 참가했다. 토리는 첫째, 둘째 날은 가지 못하고 11월19일 셋째 날부터 교육받았다. 오전 10시30분, 교육시간이 가까워지자 하나둘 견주와 함께 반려견들이 들어왔다. 대부분 들어오면서부터 왈왈거리며 짖기 시작했다. 반려견 수가 늘어날수록 시끄럽고 날카로운 개 짖는 소리에 귀청이 찢어지는 듯했다. “낯선 환경이라 불안하고 무서워서 짖는 거죠.”
강사로 나선 김윤진 유기견없는도시 교육부 팀장은 “강아지들은 새로운 환경에서는 대부분 꼬리를 내리고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며 “강아지에게 간식을 주면서 안정을 찾도록 해줘야 한다”고 했다. 꼬리가 차츰 위로 치켜세워지면 어느 정도 불안감을 벗어났다는 신호다. 다른 반려견이 들어올 때 토리가 짖지 않고 반응하지 않아 “잘했다”고 칭찬하며 간식을 하나 줬다.
이날은 ‘이리 와’ 훈련을 복습하고 ‘하우스’ 훈련을 했다. ‘이리 와’ 훈련은 처음에는 간식을 보여주고 “이리 와”라고 하면서 차츰 적응하면, 간식을 숨기고 “이리 와”를 해 반려견이 다가오면 “옳지”라고 칭찬하며 간식을 주면 된다.
드디어 토리 차례다. “토리, 이리 와”라고 한 뒤 토리가 오면 “옳지” 하고 간식을 준 뒤 “잘했어”라고 칭찬해줬다. 토리가 곧잘 따라 했다. 김 팀장은 “처음에는 낚시질하듯이 간식을 보여주고 하지만 다음에는 간식을 숨기고 해야 한다”고 했다.
‘하우스’ 훈련은 “하우스”라고 말하면 강아지가 자기 집으로 들어가도록 만드는 교육이다. 처음에는 간식을 활용해 집으로 유도하다가 익숙해지면 “하우스”라고 말한 뒤 반려견이 집 안으로 들어가면 간식으로 보상해준다. 나중에는 반려견이 집으로 완전히 들어가서 보호자를 쳐다보는데, 이때 간식을 많이 던져주는 ‘잭팟 간식’으로 강아지 행동에 대해 강한 보상을 해줘야 더 큰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
김 팀장은 “‘어떻게 하면 간식을 많이 얻어먹을까’ 하는 강아지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며 “하우스 명령어를 익히게 되면, 나중에는 따로 간식 보상을 해주지 않아도 하우스라고 말하면 강아지가 집 안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려견에게 하우스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곳’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 토리는 서너 번 정도 애를 태우더니 완전히 자신의 집(방석) 안으로 쏙 들어갔다.
“너무 잘 걸었잖아요, 그럼 간식 여러 개 주세요.”
11월26일 한 리드워킹 교육에서 토리가 칭찬을 받았다. 처음에는 토리보다 내가 더 서툴렀다. 두 손으로 잡아야 할 리드줄을 한 손으로 잡았고, 거기다 리드줄을 내 가슴 높이까지 올려 잡았다. 곧바로 김 팀장의 충고가 이어졌다. “그렇게 잡으면 안 돼요.” 김 팀장이 시범을 보인 뒤 내가 다시 리드줄을 잡고 걸었다. 김 팀장이 칭찬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줄을 편안하게 늘어뜨린 상태로 걸으니까 토리가 아빠를 쳐다보며 걷잖아요. 토리 잘하네.”
“반려견 행동 바꾸려면 주인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양말 물어뜯고, 식탁 맴도는 반려견 방침 정하고 일관성 유지해야 변해 각 구청마다 교정 프로그램 진행중 12월3일에는 종합테스트를 했다. ‘하우스’ ‘기다려’ ‘이리 와’를 연속으로 시키는 것이다. 누가 가장 빨리 세 가지 과제를 수행하는지 테스트한 결과, 코코가 41초로 1등, 탄이가 50초로 2등, 장고가 1분5초로 3등을 차지했다. 토리는 아깝게 1분10초로 4등이었다. 김팀장은 토리는 더 빨리 할 수 있었는데 아빠가 어설퍼서 토리가 제대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반려견의 행동은 견주의 행동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첫날에 비해 장고와 탄이가 가장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경계심이 많은 장고는 교육을 받으러 온 반려견 중에서 몸집이 가장 크다. 견주 김소연씨는 “공격성이 많아 다른 개를 보면 미친다. 외부인들한테는 짖고 집에서 가족한테도 으르렁거린다”며 “교육받은 뒤부터 조금씩 변하고 있고,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코코 견주 박지윤씨는 “배달 왔다거나 외부 사람이 왔다 하면 기가 막히게 안다”며 “옆집에서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건 안 짖는데 택배가 오면 귀신같이 알고 짖어서 제어가 안 된다”고 말한다. 박씨는 “교육을 받으면서 지금은 빈도가 조금씩 줄어 나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리 바로 옆에 이웃한 풀이는 ‘심심하면’ 짖었다. 견주 김은영씨는 “큰 개, 작은 개 구분 없이 강아지만 보면 짖고, 그럴 때는 간식도 안 먹는다”며 “교육을 받아도 썩 나아지지 않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김 팀장은 견주가 반려견과 주도권 다툼에서 지면 안 된다고 했다. 견주가 장난감을 던지고 “가져와”라고 해서 강아지가 말을 들으면 간식을 줘 보상하는 게 정상적이다. 하지만 토리가 양말을 물고 가면 간식을 주는 것은, 오히려 강아지가 견주에게 ‘간식 내놔’하면 ‘어, 알았어’ 하며 간식을 주는 주도권이 바뀐 형태라고 했다. 김 팀장은 강아지들은 천 조각 등 가족 냄새가 나는 물건을 매우 좋아한다고 했다. 간식을 줘서 먹으려고 입을 벌리면 “놔”라는 말을 반복해서 나중에는 간식 없이도 “놔”라는 말만으로 양말을 놓게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토리를 침대 밖에서 자게 할 생각이면 단호하게 마음먹고 하고, 안 될 것 같으면 시도를 안 하는 게 낫죠.” 반려견을 방에 못 들어오게 문을 닫으면, 짖거나 문을 긁거나 한다. 김 팀장은 “아마 밤새도록 그런다면 견디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침대에 올려달라고 조를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조를 텐데 그 기간을 버텨야 한다”고 했다. 견주는 인내심이 강해야 한다는 말이다. 김 팀장은 식탁에 오르거나 낑낑거리는 데 반응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줬다. 한마디로 ‘불쌍히 여기면 안 된다’는 말이다. 대신 토리 간식을 식탁에 놔두고 가만히 있을 때마다 하나씩 줘보라고 조언했다. 당장은 간식을 자주 줘야겠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나면 드문드문 줘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관성 있게 해주면 토리는 금방 바뀔 거예요.” 김 팀장은 “토리가 처음보다 훨씬 차분해졌다”며 “이랬다저랬다 하지 말고 앞으로 계속 관심을 갖고 대하면 충분히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반려견이 늘어나면서 올바른 반려문화 정착과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으로 발생하는 이웃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견주와 반려견을 대상으로 페티켓(펫과 에티켓의 합성어)이나 행동교정을 교육하는 구청이 늘어나고 있다.(표 참조) 교육 기간에 반려견에 대한 기본지식, 반려견 문제 행동 원인과 개선 방법 찾기, 상담 등이 이뤄진다. 해당 지역 구민이라면 무료인데, 반려동물이 속을 썩인다면 한번쯤 참가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한겨레> ‘서울&’ 이충신 기자가 11월26일 양천구 신정동에 있는 애견미용센터 ‘두스펫페’에서 반려견 ‘토리’와 함께 반려견 행동교정 교육을 받았다. 왼쪽 둘째가 이충신 기자와 반려견 토리, 셋째가 김윤진 유기견없는도시 교육부 팀장. 정용일 yongil@hani.co.kr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양천구에서 하는 반려동물 행동교정 교육을 받아봤다. 교육은 신정동에 있는 반려동물 미용센터인 ‘두스펫페’에서 상·하반기 두 차례 열렸는데, 하반기는 11월5일부터 12월3일까지 화요일마다 총 5회 교육이 진행됐다. 문제 행동을 하는 반려견과 견주를 대상으로 실습과 이론 교육을 해 문제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번 반려견 행동교정 교육에는 토리를 포함해 진돗개 ‘장고’, 푸들 ‘초코’, 몰티즈 ‘풀이’, 비숑 ‘코코’, 포메라니안 ‘탄이’ 등 모두 아홉 마리가 참가했다. 토리는 첫째, 둘째 날은 가지 못하고 11월19일 셋째 날부터 교육받았다. 오전 10시30분, 교육시간이 가까워지자 하나둘 견주와 함께 반려견들이 들어왔다. 대부분 들어오면서부터 왈왈거리며 짖기 시작했다. 반려견 수가 늘어날수록 시끄럽고 날카로운 개 짖는 소리에 귀청이 찢어지는 듯했다. “낯선 환경이라 불안하고 무서워서 짖는 거죠.”
간식으로 훈련중인 토리.
“반려견 행동 바꾸려면 주인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양말 물어뜯고, 식탁 맴도는 반려견 방침 정하고 일관성 유지해야 변해 각 구청마다 교정 프로그램 진행중 12월3일에는 종합테스트를 했다. ‘하우스’ ‘기다려’ ‘이리 와’를 연속으로 시키는 것이다. 누가 가장 빨리 세 가지 과제를 수행하는지 테스트한 결과, 코코가 41초로 1등, 탄이가 50초로 2등, 장고가 1분5초로 3등을 차지했다. 토리는 아깝게 1분10초로 4등이었다. 김팀장은 토리는 더 빨리 할 수 있었는데 아빠가 어설퍼서 토리가 제대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반려견의 행동은 견주의 행동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첫날에 비해 장고와 탄이가 가장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경계심이 많은 장고는 교육을 받으러 온 반려견 중에서 몸집이 가장 크다. 견주 김소연씨는 “공격성이 많아 다른 개를 보면 미친다. 외부인들한테는 짖고 집에서 가족한테도 으르렁거린다”며 “교육받은 뒤부터 조금씩 변하고 있고,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코코 견주 박지윤씨는 “배달 왔다거나 외부 사람이 왔다 하면 기가 막히게 안다”며 “옆집에서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건 안 짖는데 택배가 오면 귀신같이 알고 짖어서 제어가 안 된다”고 말한다. 박씨는 “교육을 받으면서 지금은 빈도가 조금씩 줄어 나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리 바로 옆에 이웃한 풀이는 ‘심심하면’ 짖었다. 견주 김은영씨는 “큰 개, 작은 개 구분 없이 강아지만 보면 짖고, 그럴 때는 간식도 안 먹는다”며 “교육을 받아도 썩 나아지지 않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김 팀장은 견주가 반려견과 주도권 다툼에서 지면 안 된다고 했다. 견주가 장난감을 던지고 “가져와”라고 해서 강아지가 말을 들으면 간식을 줘 보상하는 게 정상적이다. 하지만 토리가 양말을 물고 가면 간식을 주는 것은, 오히려 강아지가 견주에게 ‘간식 내놔’하면 ‘어, 알았어’ 하며 간식을 주는 주도권이 바뀐 형태라고 했다. 김 팀장은 강아지들은 천 조각 등 가족 냄새가 나는 물건을 매우 좋아한다고 했다. 간식을 줘서 먹으려고 입을 벌리면 “놔”라는 말을 반복해서 나중에는 간식 없이도 “놔”라는 말만으로 양말을 놓게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토리를 침대 밖에서 자게 할 생각이면 단호하게 마음먹고 하고, 안 될 것 같으면 시도를 안 하는 게 낫죠.” 반려견을 방에 못 들어오게 문을 닫으면, 짖거나 문을 긁거나 한다. 김 팀장은 “아마 밤새도록 그런다면 견디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침대에 올려달라고 조를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조를 텐데 그 기간을 버텨야 한다”고 했다. 견주는 인내심이 강해야 한다는 말이다. 김 팀장은 식탁에 오르거나 낑낑거리는 데 반응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줬다. 한마디로 ‘불쌍히 여기면 안 된다’는 말이다. 대신 토리 간식을 식탁에 놔두고 가만히 있을 때마다 하나씩 줘보라고 조언했다. 당장은 간식을 자주 줘야겠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나면 드문드문 줘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관성 있게 해주면 토리는 금방 바뀔 거예요.” 김 팀장은 “토리가 처음보다 훨씬 차분해졌다”며 “이랬다저랬다 하지 말고 앞으로 계속 관심을 갖고 대하면 충분히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