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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21년차 현역 선수…“여자가 뭔 축구” 편견을 뚫다
등록 : 2019-12-19 14:55
올해 4개 대회 우승한 천하무적 송파구여성축구단 이끈 최고참 선수들
98년 창단멤버 60살 전후 양경근·김정희씨 “축구인생 쭉 이어가고파”
내년이면 환갑을 맞이하는 전업주부 김정희(송파구)씨는 요즘 근력운동을 열심히 한다. 한 차례 2시간씩, 매주 세 차례 6시간 하는 축구 연습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1998년 4월 생긴 송파구여성축구단에 창단 멤버로 가입한 이후 “집안의 제사나 대소사가 있는 날을 제외하곤” 아파도 축구단 연습에 가능한 한 빠지지 않고 나왔다. 지난 11월29일 오전 송파구 올림픽공원 근처 송파구여성축구장(올림픽로 474) 정례 연습 현장에서 만난 김씨는 “우리가 없으면 운동장이 안 돌아갈 것 같은 마음이에요”라고 말할 정도로 축구단 활동에 열성이다. 그러면서 “50살 이전에는 축구장에서 기초체력 운동을 하면 따라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근력운동을 따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이 창단 멤버 3명 중 한 명으로 팀의 왕언니인 양경근(61)씨는 “아파도 안 아픈 척해요. 아픈 척하면 운동을 못하잖아요”라며 김씨의 말을 받았다.
이런 고참 선수들의 솔선수범이 빛을 발하고 있는 송파구여성축구단은 가히 여성축구계의 천하무적팀이다. ‘전국생활체육대축전’(4월) ‘대통령기 전국 축구 한마당’(8월) ‘서울시민리그’(7월) ‘서울시 자치구 여성축구교실 왕중왕전’(11월) 등 4개 전국대회와 서울시대회에서 우승했다.
1998년 창단 이래 우승 43회, 준우승 18회의 화려한 성적을 거뒀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송파구여성축구팀은 서울 24개 구 소속 팀(성동구 제외) 중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국 여성축구팀 116개 팀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천하무적 송파구여성축구팀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1999년 코치로 축구단에 참여해 2000년부터 19년째 감독을 맡고 있는 김두선(49)씨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구 여성축구단을 발족하는 등 구의 전폭적인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축구단으로는 유일하게 전용 축구장을 보유하고 있다. 구는 2010년 송파여성축구장을 인조잔디구장으로 리모델링해 여성축구단 연습 구장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일반에게도 개방하였다. 축구 경기 개최, 여성축구와 어린이축구교실 운영을 통해 생활체육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구의 여성축구 교실 소속 선수들은 여성축구단과 훈련·연습경기를 같이 하면서 축구단에 선수 공급의 젖줄 노릇도 한다. 축구단 예산(연간 6700만원)도 전국에서 가장 많다고 한다. 구에서는 연간 한 차례 해외 전지훈련(1500만원 예산)까지 지원해준다. 올해 2월 말레이시아로 전지훈련을 다녀온 축구단은 내년엔 괌이나 베트남 전훈을 검토하고 있다. 이봉승 송파구 생활체육팀장은 “다른 구에서도 어떻게 지원하길래 성적이 그렇게 좋으냐고 문의가 많이 온다”며 “성적이 좋은 이유라고 하면 청소년 국가대표팀 출신 지도자가 1999년 이후 쭉 팀을 맡아서 실력을 키워온 것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김두선 감독도 “훈련 시간이나 훈련 강도 면에서는 전국 여성축구단에서 가장 강할 것”이라고 자부심을 나타내며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체력이 없으면 안 되는 게 여성축구”라고 말했다. 연령대별로 골고루 분포된 선수층의 인화단결도 송파구여성축구단의 특징이자 강점이다. 20대 7명, 30대 12명, 40대 이후 11명 등 선수단 30명(1명은 코치이자 선수)으로 구성돼 있다. 대회 출전은 규정에 따라 20대는 2명, 30대는 6명, 40대 이상은 3명으로 연령별로 골고루 출전해야 한다. 특히 축구 선수 출신도 20대 1명, 30대 2명으로 출전이 제한돼 있다. 따라서 연령별로 어떻게 선수단을 구성하고 호흡을 맞추느냐가 여성 생활축구의 관건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구 축구단은 건강 증진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두 번째가 팀워크, 세 번째가 성적을 목표로 하는데 세 번째는 첫 번째와 두 번째가 되면 저절로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축구단 주장이자 창단 멤버인 주은정(49)씨는 “우리 팀의 우승 원동력으로는 무엇보다 팀워크를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언니들도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잘 뛴다”며 “언니들이 제 실력의 70~80%밖에 뛰지 못할 때는 후배들이 기꺼이 120%의 힘을 내서 뒤를 받쳐준다”고 말했다. 축구 선수 출신은 다른 팀이 더 많지만 송파구팀이 천하무적으로 군림할 수 있는 것은 이런 팀워크 덕분이라고 주씨는 덧붙였다.
언니들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후배들을 보면 나중에 전화를 걸어서 무슨 일이 있는지 챙겨주기도 한다. 주씨는 “그러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고 한다.
앞에 나온 김정희씨도 “후배들에게 인간적인 이야기를 하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어서 자식 때문에 고민하는 이야기를 슬쩍 하면 후배들이 ‘언니, 그대로 내버려두면 저절로 나아져요’라고 다가오기도 한다”며 “운동할 때는 동료지만, 운동이 끝나고 나면 언니·동생 사이가 된다”고 말했다.
전용구장에 해외전훈까지…송파구 여성축구단 무적행진 이유 있네 우승 43회, 준우승 18회 화려한 성적 연령대별 고른 선수층 인화단결 강점 ‘전국 여성축구 발전’에 촉매역할 기대
그렇지만 중장년 여성이 축구를 일상적으로 하는 것은 조금 과격한 것 아닐까? 왕언니인 양경근씨가 “그렇지 않다”고 하자 김씨는 “격한 운동인 건 맞아요. 언니는 20년 하다보니 노하우가 생겨서 그렇지”라고 맞받았다. 양씨는 초창기 때 대회에 나가서 골도 넣고 어시스트도 곧잘 하는 실력파였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대회까지도 “감독님의 배려로 대회에서 교체 멤버로 뛴” 현역 선수다.
이들 언니에게 축구단 생활은 “여성이 무슨 축구”라는 편견을 뚫고 나가야 하는 세월이기도 했다. 주장인 주은정씨는 “과거에는 훈련 뒤 유니폼을 꼭 가방에 넣고 다녔다.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지나가던 중년 남자들이 꼭 한마디씩 했다. ‘말세다, 여자가 무슨 축구를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축구 한다고 하면 “우리 부인도 시키고 싶다”며 부러워한다고 주씨는 전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남편 눈치 보느라 책잡히지 않으려 살림도 열심히 했는데 지금은 우리 축구단이 너무 잘하니까 은근히 자부심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씨도 “처음에는 가족이 반대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몸 다치지 않게만 하라며 전적으로 밀어준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축구를 할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언제까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도저한 축구 사랑을 드러냈다. 김씨는 축구장에 못 나올까봐 운동장에 나오지 않는 날에는 열심히 운동한다고 말했다.
송파구의 축구 언니들에게 축구는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는, 여전히 재미있는 운동인 것이다. 김씨는 1998년 1월 송파구에서 어머니 축구교실을 열었을 때만 해도 축구의 ‘축’자로 몰랐다고 한다. 그러다 한 달간 축구교실을 거쳐 추려진 58명에 포함되고, 이어 그해 4월16일 창단 멤버에 참여한 뒤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김씨는 여러 사람과 부대낄 수밖에 없는 축구를 하면서 사회성이 커져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양씨도 “새침한 성격이었는데 축구를 하면서 쉽게 사람들과 접할 수 있게 됐다. 포용력이 생겼다고 할까요?”라고 축구의 장점을 말했다.
최근 들어 여성축구단 사이 실력 차이는 많이 좁혀진 편이다. 8월에 열린 대통령기 전국 축구 한마당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모두 승부차기로 이겼다. 특히 과천시여성축구단과의 결승전에서는 두 골을 먼저 내주고 두 골을 따라붙은 뒤 승부차기 끝에 우승했다.
그러나 여성들의 축구 참여는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등록된 여성축구팀(116개)은 남성팀(2816개 팀)에 비해 20분의 1도 안 된다. 우리나라는 워낙 입시 위주 교육에 찌들어 기본적으로 남녀 불문하고 학교 체육 활동이 저조한데다 축구는 남성 운동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조사한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 여성의 축구와 풋살 참여율은 2.7%에 그친 반면, 10대 남성은 43.6%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걷기와 조깅은 10대 여성이 20.4%, 남성이 3.8%로 편차를 보였다.
일본에서는 중고등학교에서 방과 뒤 ‘부카쓰’(부서 활동)를 적극 장려해 남녀가 한데어울려 스스럼없이 체육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다. 미국은 1972년 ‘타이틀나인’이란 법을 만들어 여학생들이 차별을 받지 않고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난 11월29일 오전 송파구여성축구단 전용구장에서 열린 정기 연습 경기에서 구단 선수들이 헤딩 연습을 하고 있다. 송파구 여성축구단은 매주 3차례 체력 증진 위주로 팀 훈련을 한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지난 11월29일 송파구여성축구단의 최고참 선수인 양경근(61 안경쓴 이)씨와 김정희(59 오른쪽에서 두번째)씨가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그렇다면 천하무적 송파구여성축구팀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1999년 코치로 축구단에 참여해 2000년부터 19년째 감독을 맡고 있는 김두선(49)씨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구 여성축구단을 발족하는 등 구의 전폭적인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축구단으로는 유일하게 전용 축구장을 보유하고 있다. 구는 2010년 송파여성축구장을 인조잔디구장으로 리모델링해 여성축구단 연습 구장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일반에게도 개방하였다. 축구 경기 개최, 여성축구와 어린이축구교실 운영을 통해 생활체육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구의 여성축구 교실 소속 선수들은 여성축구단과 훈련·연습경기를 같이 하면서 축구단에 선수 공급의 젖줄 노릇도 한다. 축구단 예산(연간 6700만원)도 전국에서 가장 많다고 한다. 구에서는 연간 한 차례 해외 전지훈련(1500만원 예산)까지 지원해준다. 올해 2월 말레이시아로 전지훈련을 다녀온 축구단은 내년엔 괌이나 베트남 전훈을 검토하고 있다. 이봉승 송파구 생활체육팀장은 “다른 구에서도 어떻게 지원하길래 성적이 그렇게 좋으냐고 문의가 많이 온다”며 “성적이 좋은 이유라고 하면 청소년 국가대표팀 출신 지도자가 1999년 이후 쭉 팀을 맡아서 실력을 키워온 것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김두선 감독도 “훈련 시간이나 훈련 강도 면에서는 전국 여성축구단에서 가장 강할 것”이라고 자부심을 나타내며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체력이 없으면 안 되는 게 여성축구”라고 말했다. 연령대별로 골고루 분포된 선수층의 인화단결도 송파구여성축구단의 특징이자 강점이다. 20대 7명, 30대 12명, 40대 이후 11명 등 선수단 30명(1명은 코치이자 선수)으로 구성돼 있다. 대회 출전은 규정에 따라 20대는 2명, 30대는 6명, 40대 이상은 3명으로 연령별로 골고루 출전해야 한다. 특히 축구 선수 출신도 20대 1명, 30대 2명으로 출전이 제한돼 있다. 따라서 연령별로 어떻게 선수단을 구성하고 호흡을 맞추느냐가 여성 생활축구의 관건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구 축구단은 건강 증진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두 번째가 팀워크, 세 번째가 성적을 목표로 하는데 세 번째는 첫 번째와 두 번째가 되면 저절로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1월29일 송파구여성축구단의 최고참 선수인 양경근(61 맨 오른쪽)씨와 김정희(59오른쪽에서 세번째)씨가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전용구장에 해외전훈까지…송파구 여성축구단 무적행진 이유 있네 우승 43회, 준우승 18회 화려한 성적 연령대별 고른 선수층 인화단결 강점 ‘전국 여성축구 발전’에 촉매역할 기대
지난 11월29일 송파구여성축구단 선수들이 팀 훈련을 마친 뒤 단체사진을 찍었다. 맨 앞줄 왼쪽 셋째가 팀의 최고참인 양경근씨, 둘째 줄 왼쪽 넷째가 팀의 창단 멤버인 김정희씨.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