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종묘제례악 재해석하기

‘팔음’ 예술감독 이아람

등록 : 2020-01-16 14:21

“당연하게 전해 내려온 음악이 과연 우리에게 꼭 맞는 옷일까?”

유네스코 문화유산이자 한국전통예술을 대표하는 종묘제례악을 재해석한 <팔음>(17~1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은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이 말은 15세기 때 세종대왕이 중국 송나라에서 들여온 음과 동작으로 종묘제례를 지낸 고려의 예종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이아람, 황민왕, 최인환 등 전통음악과 재즈로 각자의 어법에 익숙한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음악그룹 나무’가 같은 질문을 세종에게 던졌다. 중국에서 건너온 아악(고려·조선 궁중의식에서 연주된 전통음악)으로 왕가의 제례를 지내고 있는 것에 의구심을 품은 세종대왕이 우리에게 맞는 음악을 만들라 지시했던 것처럼 이들도 “당연한 것으로 인식된 가치가 후세에까지 계승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공연을 만들었단다. “개인이 500년 넘게 내려온 민족문화를 짧은 시간에 해체, 조립하는 것이 어불성설이죠. 그래도 지금 이 시대에 통용되는 보편적 정서를 담아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었어요.”

이를 위해 이아람 예술감독은 종묘제례악을 원자 단위까지 쪼갰다. 쇠·돌·줄·대나무·바가지·흙·가죽·나무 등 악기를 제작할 때 쓰이는 여덟 가지 재료를 뜻하는 8음이 관념적인 개념이라면, 종묘제례는 공연을 채우는 형식을 뜻한다. 이처럼 음악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만드는 이 감독은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기존 생각의 틀을 허물어 관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 강조했다.

팀이 창단된 지 채 5년이 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실험을 이끄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전통예술을 하는 팀이 굳이 종묘제례악을 비틀고 해체하냐고 물어요. 이유는 ‘왜, 어떻게’라는 질문을 통해 우리에게 전승되는 음악이 다음 세대에도 멋진 모습으로 전승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죠.”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 이아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예술전문사를 졸업했으며 단국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창작하는 대금 연주자이자 프로듀서인 이아람은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을 거쳐 현재 ‘음악그룹 나무’ 대표와 ‘블랙스트링’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제18회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금상(2002),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연주상(2017), 제36회 KBS 국악대상 연주(관악)상(2017) 등을 수상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