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미세먼지 걱정 말고 실내에서 놀자!”

강남구 미미위 클린 ‘공공형 어린이 실내놀이터’ 서울에서 첫선

등록 : 2020-01-30 14:57 수정 : 2020-01-30 16:19
시 참여예산 공모사업…22일 개관식

자연채광, 공기정화·관리 시스템 갖춰

7살 이하 아이들 2시간 1천원에 이용

양천은 6월, 도봉은 12월 문 열 예정

15일 오전 강남구 도곡동 ‘미미위 클린 실내놀이터’를 찾은 구립 어린이집과 직장 어린이집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다. 미미위 클린은 서울에서 첫선을 보인 공공형 어린이 실내놀이터로 7살 이하 어린이와 부모 누구나 2시간에 1천원으로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겨울철 추위에 미세먼지까지, 어린아이들은 밖에 나가 놀지 못하는 날이 늘면서 답답하기 그지없다. 부모들은 경제적 부담 없이 아이들이 뛰어놀며 활동할 수 있는 실내공간이 있길 기대한다. 시흥시, 세종시 등의 지방자치단체에서 2018년부터 잇따라 공공형 실내놀이터를 조성하고 있다. 서울에선 지난 22일 1호 공공형 실내놀이터가 정식으로 문을 열어 눈길을 끈다.

강남구 도곡동에 들어선 ‘미미위(나·너·우리가 함께하는 공동체 지향의 강남구 새 브랜드) 클린 실내놀이터’는 도곡정보문화도서관의 유휴공간(공연장)에 들어섰다. 435.70㎡(131평) 규모로 지하 1~2층을 터, 층고 8m에 공중 미로, 정글짐, 볼풀장 등 대·중형 놀이기구 9종류를 갖췄다. 천장은 서울식물원 덮개와 같은 재질로 자연채광률이 70%를 넘고, 공기 정화와 관리 시스템을 꼼꼼하게 갖췄다.

15일 오전 강남구 구립어린이집과 직장어린이집 아이들 40여 명이 미미위 클린을 찾았다. 아이들은 들어서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우와 저기 게임 있네.” “나 저 게임 해본 적 있어.” 친구들과 얘기하는 들뜬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안전을 위한 주의사항을 들은 뒤 아이들은 각자 놀고 싶은 곳을 찾아 순식간에 흩어졌다.


곽림(7) 어린이는 노란색 장난감 대형 블록(가로 60㎝, 세로 30㎝)을 들고 친구들과 블록놀이방에서 놀이했다.(아래 사진) “늑대가 온다. 숨을 곳을 만들자.” 노란색, 주황색, 회색 빅 블록들을 옮기는 예닐곱 살 아이 여덟 명의 이마엔 이내 땀이 맺혔다. 옆방 볼풀장에서 대여섯 살 아이 서너 명이 게임 스크린에 공을 힘껏 던졌다. 건너편 터치 미끄럼틀에선 고누림(5) 어린이가 암벽을 타듯 올라가 꼭대기 빨간 등에 손을 대 사이렌 소리를 내는 재미가 쏠쏠한지 쉼 없이 오르락내리락한다.

강남구 구립어린이집의 이소현 원장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공간에 한계가 있다”며 “층고가 높고 자연채광이라 너무 좋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기구들을 갖춰 아이들 정서와 건강에 참 좋다”고 조금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들이 미세먼지나 추위·더위에 상관없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동마다 하나씩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미미위 클린 실내놀이터는 강남구가 지난해 서울시 참여예산 공모사업(공공형 실내놀이터)에 도봉구, 양천구와 함께 뽑혀 추진한 사업이다. 공공형 실내놀이터 사업은 2018년 미세먼지 대책을 위한 ‘아이들이 맘껏 숨 쉬는 서울’ 타운홀 미팅에서 참여 학부모들이 제안해 시작됐다. 공간(100㎡ 전후)은 자치구가 마련하고, 인테리어와 비품 비용(7억원)을 시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강남구 실내놀이터는 서울의 7살 이하 아이들과 부모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강남구 누리집에서 예약하고 1회 이용시간은 2시간, 이용료는 1천원이다. 20명 이상 단체는 50% 할인해준다. 최경희 강남구 출산정책팀장은 “시간당 1만원에 놀이기구도 제한적인 사설 실내놀이터에 견줘 이용 부모와 아이들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다”고 했다.

도봉구는 자체 사업으로 실내놀이터를 추진하는 가운데 시 참여예산 사업까지 추가했다. 두 곳 모두 올해 개관할 예정이다. 한 곳은 초안산 근린공원의 ‘배 놀이터’(가칭)다. 기증받은 폐선박을 리모델링해 5월쯤 개관한다. 다른 한 곳은 도봉구청 건물 지하 유휴공간을 활용해 연말쯤 문을 연다. 구는 지난해 아이들과 부모들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으로 의견을 모았고, 아이들 그림 공모전도 해 설계에 반영했다. 황영미 도봉구 교육지원과장은 “공간의 특징을 살려 배 놀이터는 아이들이 실제 배를 타고 노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고, 구청 실내놀이터는 구청 광장과 연계해 실내외 융합놀이터로 꾸미려 한다”고 했다.

양천구는 신정동 갈산근린공원 안 어린이교통교육관을 리모델링해 실내놀이터(규모 456.18㎡)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주민 설명회를 거쳐 설계를 마치고 공사 시작을 앞두고 있다. 올 상반기쯤 개관할 것으로 내다본다. 종로구와 금천구도 지역구 시의원이 발의해 올해 공공형 실내놀이터 조성을 추진할 예정이다.

용산구는 자체 예산으로 공공형 실내놀이터를 조성하고 있다. 시 공모가 끝난 뒤 뒤늦게 기부채납으로 부지(국제빌딩 인근 구민 편의 복합시설)를 확보해 ‘아동참여형’으로 추진했다. 구는 실내놀이터 설계에 아이들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 디자인 캠프를 열었다. 7~10살 아이 50여 명이 참여해 원하는 놀이터 모습을 그려냈다. 김혜리 용산구 아동청소년친화팀 주무관은 “아이들이 공통으로 수영장 같은 놀이터, 미끄럼틀을 좋아해 설계와 놀이기구 선택에 반영했다”고 했다. 용산구는 설계를 마쳤고 준공은 8월로 예상한다.

공공형 실내놀이터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한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는 “경기도와 더불어 서울에서도 문을 열어 박수를 보낸다”며 반가워했다. 그는 실내 공기 질 관리를 위한 기술적인 노력과 실내놀이터 관리자들의 안정적인 근무조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공공건물에 하나씩 생겨 아이들이 집에서 걸어 놀러 다닐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