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탐욕에 무너진 가족 얘기

‘터널구간’ 연출 오유경

등록 : 2020-02-06 14:18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리게 될까?”

동시대에 던지는 울림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연극 연출가 오유경(53)은 7~16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터널구간>(작 이상례)을 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2014년, 우연한 기회에 사회문제를 가족 안으로 끌어들인 초고를 읽으면서 이 작품은 시작됐다. 이처럼 <터널구간>은 자본 논리를 무시할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물질에 목매는 인간의 단면을 보여준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린 장씨 가족 이야기이다. 두 자녀가 의사와 검사를 사위와 며느리로 들여와 자신이 못 이룬 사회적 욕망을 대신 충족하길 원했다. 생존에 불필요한 감정은 철저하게 지워버리는 딸. 부모와의 애정 결핍으로 사회에서 소통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아들. 이들은 최소한의 자아를 상실한 껍데기 증후군의 인간을 나타낸다. 이처럼 물질을 향한 욕망 때문에 괴물이 되어버린 인간의 병적인 광기를 보면서 인간 본능에 경종을 울리게 하는 것이 의도다. 최근 세습 문제로 가족 간 패륜 싸움이 낱낱이 공개된 한 재벌 항공사의 소식이 이번 연극의 줄거리와 묘하게 겹쳐 보인다. “검사가 청소부는 될 수 있지만 청소부는 검사가 될 수 없다”는 극중 주인공 대사처럼 연출가는 희생, 믿음, 소망, 배려가 없는 인간의 치부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비극으로 내몰리는 한 가족이 무너지는 과정은 그의 전작에서도 잘 나타난다. 아버지의 잘못으로 신에게 딸을 제물로 바친 <아가멤논가의 비극>, 세 딸에게 명예, 희생, 미모를 강요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무너져가는 <그녀들의 집>처럼 철저히 무너지는 가족의 이야기에 몰입하는 이유는 뭘까. “모든 죄의 시작은 가족에서 나옵니다. 그들이 처한 환경이나 가치관, 교육에서 말이죠. 이것은 개인의 선택뿐 아니라 사회로 이어지기 때문이에요. 가정의 중요성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요.”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 오유경은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학사를 졸업했다. 영국 에식스대학교 대학원 영문과에서 드라마 비평으로, 동국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학과에서 각각 석사를 수료했다. 제34회 서울연극제 자유참가작 부문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작품으로는 <아가멤논가의 비극> <박제 갈매기>(2004) <서글퍼도 커튼콜>(2012) <그녀들의 집>(2015) 등이 있다. 현재는 그룹 동(動)·시대의 상임 연출가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