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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사회적 경제 경험 늘리는 데 초점”

사회적기업가에서 지원조직 수장 된 조주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등록 : 2020-02-13 14:56
사회적기업 14년 운영한 문화기획자

사회적 경제 전체 위해 경험 활용 나서

같이살림·주민기술학교 사업 키우고

직원들 자존감·의지 갖고 일하게 지원

6일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조주연 신임 센터장이 과 인터뷰했다. 그는 시민과 사회적 경제 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의 균형을 강조하며, 시민이 사회적 경제를 경험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사회적 경제는 양극화 등 사회문제를 풀기 위해 협력과 연대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파는 민간 분야 경제활동이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 등 조직 형태도 다양하다. 서울시는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해법으로 2011년부터 ‘사회적 경제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세워 실행해오고 있다.

지난해 3월 시가 발표한 사회적 경제 활성화 2.0 추진계획에 따르면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에 맞춰졌던 지원정책 영역이 시민들이 생활에서 사회적 경제를 체감할 수 있게 넓어졌다. 이런 정책 변화 속 서울시 사회적 경제 지원의 허브 역할을 해온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8년 만에 새 수장을 맞이했다. 공모를 거쳐 선임된 조주연(52) 2대 센터장은 1월2일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서울&>은 취임 한 달을 맞은 조 센터장을 6일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실에서 만나 서울의 사회적 경제를 어떻게 지원하고, 센터를 어떻게 꾸려나가려 하는지를 들어봤다.

조 센터장은 지난 14년 동안 문화기획자로 활동했다. 2006년부터 사회적기업 ‘티팟’의 대표를 맡아 공간기획, 공동체 활성화, 지역재생 등의 사업을 펼쳤다.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 서울시청의 ‘시민청’,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국민인수위원회가 광화문 광장에 설치해 국민 정책 제안을 받은 ‘광화문1번가’, 유휴공간인 충남 중부 농축산물류센터를 시민 참여형 공간으로 바꾼 ‘위롤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적기업을 성장시킨 경험을 사회적 경제 전체를 위해 써보라는 선배의 조언에 공감해 조 센터장은 지난 연말 센터장 공모에 지원했다. 그는 “사회적 경제 기업들 성장과 더불어 시민들이 사회적 경제의 소비자이자 주체로 설 수 있게 지원정책의 균형을 잡는 과정은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조 센터장은 서울의 사회적 경제가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서 있기에 센터가 해야 할 역할과 과제가 많다고 본다. 올해는 시민들의 사회적 경제 경험을 늘리는 데 지원의 초점을 맞추려 한다. 지난해부터 서울시는 일상 속에서 시민이 주체적으로 사회적 경제를 경험하는 ‘같이살림’ ‘주민기술학교’ 등의 사업을 펼쳐왔다.

같이살림은 공동주택살이에서 생기는 문제를 주민들이 찾아내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같이’ 풀어가는 사업이다. 2018년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해 자치구 11곳의 20여 개 아파트단지에서 진행됐다. 지역 혁신학교의 학부모들이 모임을 꾸려 아이들 돌봄 프로그램을 열고, 단지 안 유휴공간에 카페를 만들어 주민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등 ‘같이살림’을 하면서 일상을 바꿔나가는 주민들이 생겨나고 있다. 참여 주민 가운데 입주자 대표회에 출마하거나 단지 내 공간을 운영하며 일자리를 얻는 사례도 나왔다.

주민기술학교는 집수리, 옷 수선 등 생활 기술과 서비스를 교육해 주민이 사회적 경제 방식(마을관리기업 등)으로 동네의 공공사업을 직접 맡아 해낼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조 센터장은 “사회적 경제 기업을 창업하는 목표보다는 시민들이 사회적 경제 활동으로 동네 문제를 풀어가면서 생활이 즐거워지고 사회적 가치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지원할 의미가 충분하다”고 했다.

한 달 동안 센터 업무를 살펴본 조 센터장은 서울시 지원정책 변화에 맞춰 조직을 개편했다. 크게 시민 지원, 사회적 경제 기업 지원, 확산 지원 등 세 파트로 나눴다. 23명 직원을 한 명씩 면담한 뒤 전체 직원회의에서 조직개편 방향을 제안했다. 2인 1조의 작은 팀 10개로 쪼개 두 명이 협의하며 업무를 해나가는 방식이다. “10개 팀이 논의 작은 저수지인 ‘둠벙’ 같은 역할을 하길 기대하며, 팀 명칭과 업무 내용 등 세부적인 건 직원들이 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기획자를 키워낸 그간의 경험을 센터 운영에 접목하려 한다. 먼저 직원들이 지원조직의 기획자로서 자존감과 의지를 갖고 일할 수 있게 조직 분위기를 만들 생각이다. 조 센터장은 “센터를 일 잘하는 혁신적인 지원조직으로 만들어가는 리더가 되고 싶다”고 한다. 기획은 능력이 아니고 의지이며, 의지는 자존감을 가져야 생기기에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할 건지’ 스스로 묻게 하고, 주도적으로 사업을 기획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는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기에 길게는 중간지원조직을 재단화하는 것도 모색해보려 한다”고 했다.

조 센터장은 기획자답게 자신의 노후 계획도 일찍이 세워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농촌 출신인 그는 “어릴 적 경험이 몸에 배어서인지,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농사가 은퇴 뒤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되었다”고 멋쩍어하며 말한다. 50대에 들어서면서 귀농학교를 다니고 서울 근교에 농사지을 땅도 마련했다. 집 텃밭에서도 토마토 등을 키운다. 지난해엔 정원학교에서 식물과 토양에 대해 배웠고 올해는 가양주 담그기를 배우고 있다. 그는 “취미가 노동이 되지 않게 재미있는 정도로만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