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독립운동 정신과 문학적 감성 느끼는 곳

성북구 종암동 ‘문화공간 이육사’

등록 : 2020-02-13 15:11

성북구는 한국 근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살며 문화예술을 꽃피운 역사적 현장이다. 얼마 전 종암동에는 이육사를 기념하고 지역 문화를 가꾸는 복합문화시설 ‘문화공간 이육사’(사진)가 들어섰다. 3·1운동 100주년인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이육사는 애국지사이자 시인으로, 그의 삶은 저항 그 자체였다. 1904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이육사는 독립을 위한 여러 활동으로 수차례 투옥돼 요시찰 인물이 되기도 했다. 1939년 가족과 함께 종암동으로 이사 왔다. 그해 대표작 ‘청포도’를 발표하고 다음 해에 ‘절정’ ‘광인의 태양’ 등의 저항시를 잇따라 내놓았다. 1943년 중국에서 잠시 귀국했다 일본군에 붙잡혀 중국으로 이송돼 이듬해 베이징 일본총영사관 감옥에서 순국했다. 장례는 성북동에서 치러졌고, 미아리공동묘지에 안장됐다가 고향 안동으로 이장됐다. 동생 이원조가 유고 시 ‘광야’ ‘꽃’을 찾아 <육사시집>을 1946년 출판했고, 1968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성북구와 이육사와의 인연은 그의 외동딸 이옥비 여사가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2015년 성북구청에 찾아오면서 되살아났다. 여기에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는 성북문화원의 협력으로 이듬해 5월부터 이육사 탄생 기념문화제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2017년 서울시 마을활력소 사업의 하나로 종암동 지역 문화 커뮤니티 공간 건립이 본격화되자, 주민들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해 이육사 기념 전시 공간을 만들고자 앞장섰다. 주민들은 전문가를 초빙해 강좌를 열고 자료집을 발간하며 마을의 역사문화를 알리는 해설가로 거듭났다. 이렇게 지역 커뮤니티 시설과 이육사 기념 전시실을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문화공간 이육사’가 세워졌다.

‘문화공간 이육사’라는 명칭은 주민 공모로 정해졌다. 각 층의 명칭은 공간의 기능과 이육사의 대표 시 제목에서 따왔다. 1층 ‘청포도 라운지’는 주민들의 소통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며, 책을 볼 수 있는 휴게실도 있어 여가와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이육사를 비롯해 한국 근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성북의 문인에 대한 정보도 만날 수 있다.

2층 ‘광야 상설전시실’은 이육사의 활동과 작품을 자료와 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유고 시 ‘광야’가 세상으로 나오게 된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상영해 집중력을 높인다. 3층 ‘교목 기획전시실 및 커뮤니티 공간’에서는 시의성 있는 주제로 연 2회 기획전시를 여는 동시에 주민 요청으로 시민강좌, 영화 상영회, 문화행사 등 체험 프로그램을 한다. ‘절정 옥상정원’은 이육사의 친필을 집자(활판인쇄 시절 글자를 찾아 모음)한 기념조형물이 포토존으로 조성돼 있다.

‘문화공간 이육사’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다. 이웃에 보탬이 되려는 중장년층이 전시해설가로 나서 어린이의 손을 잡은 가족을 맞이하고, 역사와 문학을 배우고자 하는 지역의 소모임이 모여 토론하며, 교과서에서 이육사를 만난 청소년이 그의 독립운동 정신과 문학적 감성을 느끼고 공유하는 곳이 되길 기대한다.


최인담 성북구 문화체육과 주무관, 사진 성북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