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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자랑은 화장실” 여고 괴담은 없다
동일여상·신현중 ‘함께 꿈’ 사업 선정 뒤 ‘즐거운 화장실’로 대변신
등록 : 2016-06-16 16:30
새 화장실은 더 이상 화장실로만 쓰이지 않는다. 동일여상 1학년 셋은 화장대 앞인 것처럼 세면대 앞에 서서 자신들의 매무새를 고치고 있다.
신현중학교 3층 여학생 화장실은 ‘숲의 길’콘셉트에 맞춰 세련되게 변했다.
그래픽 이미지로 꾸민 신현중학교 2층 여학생 화장실.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그러나 지금의 화장실에서는 ‘여고 괴담’은 찾아볼 수 없다. 신관 새 화장실의 문은 학생들이 원하는 이미지로 장식했다. 1층은 ‘바람의 언덕’, 2층은 ‘물의 나라’, 3층은 ‘숲의 길’이란 콘셉트를 잡고, 열기구나 음표 등으로 세련된 이미지를 입혔다. 모두 학생들이 투표로 고른 것이다. 화장실에는 이 밖에도 학생들의 손길이 닿은 곳이 많다. 쉬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볼 수 있도록 전자시계를 설치했다. 전교생 대상 설문조사에서 의견이 많이 나온 오디오도 갖췄다. 대중가요를 틀어 주진 않지만 은은한 클래식이 항상 흘러나온다. 수용성 화장지를 사용하는 추세에 맞춰 화장실 칸에 있는 휴지통도 없앴다. 신현중에는 전 학년을 통틀어 특수반이 두 반 있는데, 장애 학생들이 이용하기 쉽도록 장애인 화장실을 더 넓히고 샤워기도 갖췄다. 학생들 의견을 반영해 전신거울이 있는 탈의실도 만들었다. 덕분에 지난해 열린 제17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에서 동상을 받기도 했다. 전담팀에 참여했던 서경아(15)양은 “예전에는 화장실에 낙서가 많았는데, 시설이 좋아지니까 아무도 낙서를 하지 않아요. 더 깨끗하게 쓰지요. 화장실이 달라지니까 학교 분위기 자체가 밝아졌어요”라고 말했다. 화장실의 변화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피부로 느낀 학교는 다른 교내 시설 개선에도 적극 나섰다. 구비로 만든 ‘옥상 텃밭’과 교육부 사업의 지원을 받은 학생식당 ‘다담’, 4층의 운동 시설 ‘꿈 키움터’ 등이 그런 사례다. 이은채양은 “친구들끼리 모여도 우리 학교가 제일 좋다고 얘기해요. 초등학교 다니는 제 동생한테도 추천해요”라며 자랑했다. 학교 화장실 개선 사업은 꼭 필요한 공간을 편리하게 만드는 차원을 넘어, 학생들이 참여의 가치를 배우고 학교에 대한 자부심도 키우게 하고 있다. 최아리 인턴기자 usimjo33@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