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물 관련 위기 선제대응에 자부심 가져”
물 전반에 걸친 중심 연구원 새 선장 엄연숙 서울물연구원장
등록 : 2020-02-27 15:12
1989년 출범, 90여명 조직으로 성장
‘더 나은 한강 수생태계’ 만들기 위해
물 처리 기술 발전 넘어 사람 중심의
에너지 덜 쓰는 물 생산 등 적극 연구
“지구적으로 맞이할 위기의 절반이 물과 연관돼 있어요.”
19일 광진구 천호대로 구의정수센터와 나란히 있는 서울물연구원에서 <서울&>과 만난 엄연숙(58) 원장의 첫마디다. 원장실의 가로 2m가 넘는 화이트보드에는 그가 쓴 지구적 위기와 전세계적 도전에 대한 내용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엄 원장의 생각과 고민이 엿보였다.
서울물연구원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산하기관이다. 지난해 발족 30주년을 맞았다. 1989년 11월 수도기술연구소(2부 1계)로 출범했다. 수질 분석을 통한 예측, 진단, 사업 방향 설정을 위한 전문 연구기관으로 만들어졌다. 2007년 상수도연구원(2부 10과), 2015년 서울물연구원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현재 90여 명이 근무하는 물연구 기관(2부 1센터 11과)으로 성장했다. 직원의 65%가 석·박사급 연구원이다. 연구 분야와 영역도 넓어졌다. 2007년 하수처리 연구도 시작했고, 그 뒤 물 순환 등으로 넓히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를 활용한 재난 예측과 물과 에너지를 융합한 미래 선도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분석, 진단, 평가, 전략 등을 아우르는 물 전반에 걸친 중심 연구원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지난달 부임한 엄 원장은 연구원의 미래 비전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어왔다. 원장실엔 한강 수계 지도, 서울시 상하수도 물 흐름 현황, 정수처리 공정도와 아리수 생산·공급 과정, 연구개발 과제 진도 관리 로드맵 등의 커다란 보드 4개가 이젤 위에 놓여 있었다. “한강 수생태계를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물 처리 기술 발전을 넘어 사람 중심, 에너지를 덜 쓰는 물 생산 방식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어요.” 엄 원장은 연구원을 미래지향적 조직으로 만들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는 데이터를 통합해 예측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기초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30년 동안 원수를 분석해왔지만, 아직 데이터가 통합 관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원이 보유한 기술 가운데 일부는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해 자동으로 분석하는 모델을 시도해볼 생각이다. 최초 분석은 사람이 해서 방법론을 정한 뒤 이후 공정은 인공지능(AI)이 지원하는 자동화된 분석시스템이 수행하는 방식이다. 시민들과 정수처리센터 등 현장에서 기대하는 연구도 챙긴다. 특히 지난해 인천, 서울 일부 지역의 붉은 수돗물 사태로 상수관망 수질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진행 중인 ‘상수도관 노후도 평가 기준 설정 연구’는 30년이 지난 상수도관을 녹슬지 않는 2세대 강관(덕타일 주철관)으로 교체를 결정하는 판단 근거 제공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물 부족에 대비한 물 절약 방안 연구도 주요 과제다. 현재 서울시민은 1인당 302의 물을 공급받아 289(2017년 기준)를 사용한다. 서울시의 유수율(이용자에게 급수된 물이 누수 등으로 허비되지 않고 사용되는 비율)은 95.8%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서울시민의 하루 물 사용량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의 대도시와 견줘 2배 이상 많다. 운영의 효율성은 높지만 물 소비량은 상대적으로 많은 셈이다.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가정용 수돗물 소비 패턴을 조사해 분석하고, 절수 설비와 절수 기기 절약량 산정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엄 원장은 “임기와 무관하게 물연구원의 미래 비전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심어주고 싶다”고 한다. 그는 공직생활 마감 1년 반을 앞두고 예상하지 못했던 이번 인사에 처음엔 당황했다. 지난해 맡았던 평생교육국장직을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긍정적 성향의 엄 원장은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물연구원에 와보니 우리 사회의 미래와 연관된 비전이 필요한 곳이라는 걸 느꼈어요.” 인터넷과 책을 찾아보면서 물 관련 트렌드를 읽고 미래 비전과 기술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미래 사회의 도전에 선제 대응을 준비하는 선장의 역할에 자부심이 생겼어요.” 1994년 행정고시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엄 원장은 서울시 홍보담당관, 문화예술과장, 일자리기획단장, 구로구 부구청장, 평생교육국장 등을 지냈다. 그는 자신의 장점으로, 머무르지 않고 시도하는 추진력과 중단할 수 있는 용기를 꼽았다. 자신의 적극성에 조직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대화를 많이 해왔단다. “다그치지 않으려 해요. 걸어가야 할 곳을 달려가면 다치더라고요. 다져가면서 차근차근 결과를 낼 수 있게 도와 물연구원이 행복한 조직이 됐으면 해요.”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19일 광진구 서울물연구원에서 <서울&>인터뷰를 마친 엄연숙 신임 원장이 1층 로비 물연구원을 알리는 대형 화면 안내판 앞에 섰다. 엄 원장은 물 관련 지구적 위기에 선제 대응하는 중심 연구원으로 나아갈 수 있게 속 도보다는 방향을 중시하겠다고 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물연구원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산하기관이다. 지난해 발족 30주년을 맞았다. 1989년 11월 수도기술연구소(2부 1계)로 출범했다. 수질 분석을 통한 예측, 진단, 사업 방향 설정을 위한 전문 연구기관으로 만들어졌다. 2007년 상수도연구원(2부 10과), 2015년 서울물연구원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현재 90여 명이 근무하는 물연구 기관(2부 1센터 11과)으로 성장했다. 직원의 65%가 석·박사급 연구원이다. 연구 분야와 영역도 넓어졌다. 2007년 하수처리 연구도 시작했고, 그 뒤 물 순환 등으로 넓히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를 활용한 재난 예측과 물과 에너지를 융합한 미래 선도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분석, 진단, 평가, 전략 등을 아우르는 물 전반에 걸친 중심 연구원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지난달 부임한 엄 원장은 연구원의 미래 비전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어왔다. 원장실엔 한강 수계 지도, 서울시 상하수도 물 흐름 현황, 정수처리 공정도와 아리수 생산·공급 과정, 연구개발 과제 진도 관리 로드맵 등의 커다란 보드 4개가 이젤 위에 놓여 있었다. “한강 수생태계를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물 처리 기술 발전을 넘어 사람 중심, 에너지를 덜 쓰는 물 생산 방식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어요.” 엄 원장은 연구원을 미래지향적 조직으로 만들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는 데이터를 통합해 예측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기초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30년 동안 원수를 분석해왔지만, 아직 데이터가 통합 관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원이 보유한 기술 가운데 일부는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해 자동으로 분석하는 모델을 시도해볼 생각이다. 최초 분석은 사람이 해서 방법론을 정한 뒤 이후 공정은 인공지능(AI)이 지원하는 자동화된 분석시스템이 수행하는 방식이다. 시민들과 정수처리센터 등 현장에서 기대하는 연구도 챙긴다. 특히 지난해 인천, 서울 일부 지역의 붉은 수돗물 사태로 상수관망 수질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진행 중인 ‘상수도관 노후도 평가 기준 설정 연구’는 30년이 지난 상수도관을 녹슬지 않는 2세대 강관(덕타일 주철관)으로 교체를 결정하는 판단 근거 제공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물 부족에 대비한 물 절약 방안 연구도 주요 과제다. 현재 서울시민은 1인당 302의 물을 공급받아 289(2017년 기준)를 사용한다. 서울시의 유수율(이용자에게 급수된 물이 누수 등으로 허비되지 않고 사용되는 비율)은 95.8%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서울시민의 하루 물 사용량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의 대도시와 견줘 2배 이상 많다. 운영의 효율성은 높지만 물 소비량은 상대적으로 많은 셈이다.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가정용 수돗물 소비 패턴을 조사해 분석하고, 절수 설비와 절수 기기 절약량 산정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엄 원장은 “임기와 무관하게 물연구원의 미래 비전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심어주고 싶다”고 한다. 그는 공직생활 마감 1년 반을 앞두고 예상하지 못했던 이번 인사에 처음엔 당황했다. 지난해 맡았던 평생교육국장직을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긍정적 성향의 엄 원장은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물연구원에 와보니 우리 사회의 미래와 연관된 비전이 필요한 곳이라는 걸 느꼈어요.” 인터넷과 책을 찾아보면서 물 관련 트렌드를 읽고 미래 비전과 기술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미래 사회의 도전에 선제 대응을 준비하는 선장의 역할에 자부심이 생겼어요.” 1994년 행정고시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엄 원장은 서울시 홍보담당관, 문화예술과장, 일자리기획단장, 구로구 부구청장, 평생교육국장 등을 지냈다. 그는 자신의 장점으로, 머무르지 않고 시도하는 추진력과 중단할 수 있는 용기를 꼽았다. 자신의 적극성에 조직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대화를 많이 해왔단다. “다그치지 않으려 해요. 걸어가야 할 곳을 달려가면 다치더라고요. 다져가면서 차근차근 결과를 낼 수 있게 도와 물연구원이 행복한 조직이 됐으면 해요.”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