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서울 ‘서남권 종가 영등포’ 명성 반드시 되찾을 것”

2020 구청장이 뛴다│‘서남권 거점도시 기반 마련’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등록 : 2020-02-27 15:20
코로나19 여파에 매일 회의 적극 대처

‘영중로 노점 정비·주차난 해소’ 큰 성과

올해 쪽방촌 개선 등으로 경제 살리고

고가 철거 등 ‘탁 트인 영등포’ 완성 노력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21일 코로나19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해 영등포구 청사 1층 출입구에 설치된 열화상카메라를 보며 담당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대부분 가게에 손님이 없고, 제가 첫 손님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깨가 무거웠습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관내 상가를 찾을 때마다 이런 말을 듣는 게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채 구청장은 최근 코로나19로 위축된 지역 상권 살리기와 방역 상황 점검을 위해 매일 관내를 바쁘게 누비고 있다. 그는 코로나19가 지역 사회로 확산하고 있는데다 소비 심리마저 잔뜩 움츠러들어 걱정이 크다고 했다. 채 구청장은 21일 영등포구 내 대형마트와 숙박업소를 찾아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꼼꼼히 점검했다.

“영등포구는 이날까지 12명을 자가격리했으나 아직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영등포구는 1월28일부터 구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감염병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는데, 매일 1회 이상 비상대책 회의를 열고 있다. 채 구청장은 “구민의 건강과 생명 관련해서는 ‘과잉 대응’이 낫다고 판단해 신속한 정보 공유와 선제 대응으로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채 구청장은 지난 6일 경기도에 거주하는 지에스(GS)홈쇼핑 직원이 20번째 확진자로 판정받자, 영등포에 있는 지에스홈쇼핑 본사 폐쇄 명령을 내리는 단호함도 보였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21일 구청장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서울&>은 21일 코로나19 때문에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민선 7기 반환점을 앞둔 채 구청장을 영등포 구청장실에서 만났다. 그는 교육, 경제, 안심, 복지, 민주 도시를 목표로 62개 공약 사업을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말 기준 평균 공약 추진율 63%로, 13개 공약을 완료하고 49개 공약은 추진 중에 있다.

채 구청장이 가장 힘을 쏟는 분야는 청소, 주차, 보행 환경 개선 등 기초 행정이다. 채 구청장은 취임 후 가장 큰 성과로 50년 만에 이룩한 영등포역 앞 영중로 노점 정비와 보행 환경 개선을 들었다. 그는 “지난 1년 반 동안 구민이 피부로 느끼는 성과를 만들었으며, 탁 트인 영등포의 기반을 다졌다”고 했다. ‘탁 트인 영등포’는 채 구청장의 구정 캐치프레이즈다.

“상인의 생존권과 시민의 보행권, 그 어느 것도 소홀히 대할 수 없죠. 50년간 영중로를 점유했던 노점을 두 시간 만에 아무런 충돌 없이 정비했습니다.”

지난해 3월25일 영등포구는 무질서하게 난립하던 영중로의 70여 개 노점을 새롭게 규격을 정해 디자인한 26개의 거리가게로 정비했다. 구청, 지역주민, 상인이 끊임없이 소통하며 신뢰를 쌓았고 현장 조사, 공청회, 주민설명회 등 100여 차례의 만남과 협의를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만든 것이 원동력이었다. 채 구청장은 “영중로 개선 사업은 영등포 신문고의 첫 번째 청원으로 올라온 내용이자 지역의 숙원사업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었다”고 했다.

채 구청장이 다음으로 꼽은 사업은 주차장 확보 문제다.

“건물주는 주차장 개방에 따른 시설 지원비를 보조받고, 구는 주차장 건설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주택가 주민에게 주차장을 제공할 수 있게 됐죠.”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이 서울시는 평균 101%인 데 비해 영등포구는 80%로, 전체 25개 구에서 24위다. 채 구청장은 이런 주차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임 직후부터 전담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고민이 있었다. 서울 도심에서 주차장 1면을 조성하는 데 대략 8천만원 이상 들어가지만, 정작 비싼 비용을 들여 주차 공간을 마련하는 데 비해 효과는 적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영등포구는 자투리땅과 이면도로, 기존 건물 주차장 등으로 눈을 돌려 1075면의 주차장을 확보했다. 구는 지난해까지 양남시장과 양평2동 등의 자투리땅과 이면도로 여유 공간을 활용해 주택가 거주자 우선 주차장을 365면 조성했다. 여기에 신길교회, 공군호텔 등의 주차장과 일반건물 주차장을 개방해 612면의 주차장을 확보했다. 또한 사물인터넷(IoT) 주차 공유서비스를 통해 98면의 주차면을 마련했다.

채 구청장은 “단순 수치로만 따지면 1면에 8천만원짜리 주차장 1천여 개를 만들었으니 800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셈”이라며 “소통과 협치의 대표적인 사례로 올해도 적극적으로 추진해가겠다”고 했다.

영등포구는 보행자의 쾌적한 보행 환경을 위해 올해 1월부터 여의도 증권가 골목 일대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고 흡연 부스를 따로 설치했다. 그동안 증권가 골목 일대가 사유지여서 금연 구역으로 지정할 수 없었지만 조례를 제정해 지난해 10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유지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했다.

채 구청장은 “여의도 증권가 골목은 무분별한 흡연으로 너구리굴로 불릴 만큼 간접흡연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많았다”며 “금연 구역으로 지정한 이후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또한 “흡연 부스 쪽에서 담배 연기가 버스 정류소 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연기 차단막을 설치하는 등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채 구청장은 올해는 서울 서남권에서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는 도시 기반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해갈 사업으로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도시재생, 지역경제 활성화를 꼽았다.

먼저 영등포 쪽방촌 지역을 공공주택사업을 통해 주거, 상업, 복지타운으로 만들 계획이다. 영등포 쪽방촌에는 1만㎡ 지역에 36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데, 이를 개발해 쪽방 주민을 위한 영구임대 주택,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민간분양 등 1200가구를 공급한다.

영등포 쪽방촌은 도시 빈곤층의 거주지로 1970년대부터 형성됐다. 한때 주거 개선을 위해 낡은 쪽방을 리모델링했으나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기존 주민이 쫓겨나고 새로운 쪽방 주민이 유입되는 현상이 이어졌다. 또한 2015년 토지주를 중심으로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했으나 쪽방 주민들에 대한 이주 대책이 부족해 사업이 중단됐다.

영등포구는 국토교통부, 서울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와 함께 전담팀(TF)을 구성해 쪽방촌 정비 계획을 구체화했다. 올해 하반기 지구 지정을 거쳐 2023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채 구청장은 “쪽방촌 주민들의 현재 주거 면적은 대부분 1.65~6.6㎡인데, 공공주택사업을 진행하면 16㎡로 넓어진다”며 “기존 쪽방보다 2~3배 넓고 쾌적한 공간을 현재의 20%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말에는 영등포 로터리 고가차도를 철거한 자리에 평면 교차로와 녹지공간, 랜드마크를 조성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채 구청장은 “영등포 로터리는 서울에서 교통사고가 가장 많은 곳으로 차량 동선이 복잡하고 위험하다”며 “도시 미관을 저해하고 지역 단절을 일으키는 영등포 로터리 고가 철거는 ‘탁 트인 영등포’를 만드는 상징성도 함께 지닌다”고 했다.

채 구청장은 영등포 경인로 일대 도시재생사업은 영등포의 도시 기능을 회복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서울 서남권 경제 중심지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중로 보행환경 개선 사업과 청년희망복합타운 조성, 대선제분 도시재생, 제2 세종문화회관 개발을 통해 경인로와 문래동 일대가 산업·문화가 어우러진 4차 산업의 견인차 구실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채 구청장은 올 한 해 “적극적인 발품 행정을 펼쳐 서울 서남권 종가댁의 옛 명성을 반드시 되찾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