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금천 주민들 멋진 실험, ‘보행로 만들기’
구청의 리빙랩 공모에 선정된 ‘시흥골뚜벅이’ 4개월 활동 마쳐
등록 : 2020-02-27 15:30
초등학교 거쳐야 생활현장 가던 주민들
드론 띄워 실태 파악하고 캠페인 진행
‘학교 뒤 모노레일 설치’ 대안도 제시해
“뛰는 만큼 이뤄” 소중한 체험을 공유
2003년, 금천구 시흥2동 관악산벽산타운 아파트 5단지와 6단지 안쪽에 금동초등학교가 생겼다. 이후 6단지가 있는 금동초 정문 쪽 금하로30길에는 주민센터를 비롯해 다양한 주민시설이 들어섰다. 5단지 아파트 주민들이 주민센터 등 편의시설을 이용하려면 5단지 쪽에 나 있는 금동초 후문으로 들어가 정문을 통과해 가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금동초 교내 통행로를 지나지 않고 정문 쪽으로 가려면 무려 3㎞가량 걷거나 마을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불과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을 몇십 분을 돌아가야 해 매우 불편하다.
금동초는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24시간 개방된 학교로 교내 통행로를 주민들이 생활도로로 이용한다. 하지만 교장이 바뀔 때마다 5단지 주민들이 상황을 설명하고 생활도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일이 반복돼왔다.
2018년 하반기에 금동초 교장이 새로 부임했다. ‘전국에서 학교 안 길을 주민 생활도로로 이용하는 사례가 없어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학교장의 말에 주민들은 ‘잘못하면 이 길이 막히겠다’고 걱정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주민들이 팔 걷고 나섰다. 김희숙(46)씨와 유하나(45)씨는 지난해 8월 시흥2동 주민의 안전과 쾌적한 통행로 확보를 위해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단체인 ‘시흥골뚜벅이’를 만들었다. 김씨가 대표, 유씨가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았다. 그리고 뜻이 맞는 주민 4명이 함께했다. “금동초 후문 쪽에 사는 벽산 5단지 주민들이 금동초 정문 쪽 금하로30길에 있는 공공기관이나 학원 등으로 가려면 학교 내 통행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죠. 이 길은 노인이나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데, 새로 부임한 학교장과 협의가 잘 안 되면 금동초 내 길을 이용할 수 없게 되죠.” 20일 금천구 마을 민주주의 플랫폼인 ‘금천1번가’에서 만난 김 대표와 유 매니저는 “우선 학교 내 통행로를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금동초 학생을 둔 학부모로 김 대표는 이곳에서 15년, 유 매니저는 12년 넘게 살고 있다. 김 대표는 학부모회장, 유 매니저는 운영위원장을 맡아 하다 ‘안전한 통행로’ 마련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정문 쪽도 막다른 골목이라 통행이 열악하고 차량도 무질서하게 엉켜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많이 노출돼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통행로를 만드는 일을 같이 해보자고 했죠.” 금동초 후문 쪽에 사는 주민들은 교내 통행로를 이용해 정문을 지나 금하로30길 주변에 있는 사랑채요양병원, 금천청소년수련원, 탑골어린이집, 시흥2동 주민센터, 시흥도서관 등 주민 편의시설을 이용한다. 주로 어린이, 청소년, 노인들이 이용하는 시설이 많다. 주민들은 금하로30길이 안전한 길은 아니라고 했다. 인도는 중간에 끊어졌고, 신호 체계는 복잡하다. 유 매니저는 “매일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했다. 두 사람이 이처럼 ‘안전한 통행로 만들기’에 나선 데는 지자체의 도움이 컸다. 금천구는 2019년부터 주민과 지자체가 협력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리빙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리빙랩은 우리말로 ‘생활실험실’이라는 뜻으로 공공에서 해결하지 못한 일상 문제들을 일반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구가 시작한 리빙랩 프로젝트 첫 번째 주제인 ‘여성이 안전한 도시 만들기’에 시흥골뚜벅이가 제안한 ‘여행우동’(여성이 행복한 우리 동네 안전 프로젝트)이 선정됐다. 시흥골뚜벅이와 주민들은 금동초 내 통행로를 대신할 새로운 통행로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래도 새 통행로가 생기기 전까지는 여전히 금동초 교내 통행로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새로운 통행로가 생긴다면 가장 바람직하죠. 하지만 도로가 생기기 전까지 이 길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했죠.” 시흥골뚜벅이는 지난해 9월 들어 통행로 안전실태 관련 각종 자료를 조사했다. 드론을 활용해 촬영한 영상으로 주민들이 입체적인 현장 인식이 가능하도록 도왔다. 이를 본 주민들은 열악한 통행 현실을 실감했다. 시흥골뚜벅이는 안전 우선 등 다양한 통행 안전 캠페인도 시작했다. 10월에는 주민들을 상대로 안전한 통행로에 대해 인식조사도 했다. 10월 말과 11월 초에는 구청과 교육청, 주민 등 관계자들이 만나 ‘금동초 안전대책을 위한 협의체’ 회의를 열었다. 11월 중순에는 공론장도 열었다. 안전한 통행로 만들기 해법으로, 5단지와 6단지를 잇는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것과 금동초 뒤편 산 쪽으로 모노레일을 만드는 것 등 크게 두 가지로 모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5단지와 6단지 사이는 아파트 용적률이 꽉 차서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없다는 주민 대표의 말을 들었다. 5, 6단지 사이 벽의 높낮이 차이가 너무 커서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학교 뒤쪽으로 모노레일을 만드는 방안은 계속 추진 중”이라고 했다. “순진하게 안 된다고 하니 지금껏 가만있었는데, 발로 뛰는 만큼 되는 것도 있더라고요.” 두 사람은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동안 진행한 리빙랩 활동으로 많은 교훈을 얻었다. 프로젝트 기간은 끝났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아이들과 주민들을 위한 안전한 통행로를 꼭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금천구 리빙랩 공모에 선정돼 지난해 안전한 통행로 만들기 활동을 펼쳤던 시민단체 ‘시흥골뚜벅이’의 김희숙(오른쪽) 회장과 유하나 프로젝트 매니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2018년 하반기에 금동초 교장이 새로 부임했다. ‘전국에서 학교 안 길을 주민 생활도로로 이용하는 사례가 없어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학교장의 말에 주민들은 ‘잘못하면 이 길이 막히겠다’고 걱정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주민들이 팔 걷고 나섰다. 김희숙(46)씨와 유하나(45)씨는 지난해 8월 시흥2동 주민의 안전과 쾌적한 통행로 확보를 위해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단체인 ‘시흥골뚜벅이’를 만들었다. 김씨가 대표, 유씨가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았다. 그리고 뜻이 맞는 주민 4명이 함께했다. “금동초 후문 쪽에 사는 벽산 5단지 주민들이 금동초 정문 쪽 금하로30길에 있는 공공기관이나 학원 등으로 가려면 학교 내 통행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죠. 이 길은 노인이나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데, 새로 부임한 학교장과 협의가 잘 안 되면 금동초 내 길을 이용할 수 없게 되죠.” 20일 금천구 마을 민주주의 플랫폼인 ‘금천1번가’에서 만난 김 대표와 유 매니저는 “우선 학교 내 통행로를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금동초 학생을 둔 학부모로 김 대표는 이곳에서 15년, 유 매니저는 12년 넘게 살고 있다. 김 대표는 학부모회장, 유 매니저는 운영위원장을 맡아 하다 ‘안전한 통행로’ 마련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정문 쪽도 막다른 골목이라 통행이 열악하고 차량도 무질서하게 엉켜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많이 노출돼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통행로를 만드는 일을 같이 해보자고 했죠.” 금동초 후문 쪽에 사는 주민들은 교내 통행로를 이용해 정문을 지나 금하로30길 주변에 있는 사랑채요양병원, 금천청소년수련원, 탑골어린이집, 시흥2동 주민센터, 시흥도서관 등 주민 편의시설을 이용한다. 주로 어린이, 청소년, 노인들이 이용하는 시설이 많다. 주민들은 금하로30길이 안전한 길은 아니라고 했다. 인도는 중간에 끊어졌고, 신호 체계는 복잡하다. 유 매니저는 “매일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했다. 두 사람이 이처럼 ‘안전한 통행로 만들기’에 나선 데는 지자체의 도움이 컸다. 금천구는 2019년부터 주민과 지자체가 협력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리빙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리빙랩은 우리말로 ‘생활실험실’이라는 뜻으로 공공에서 해결하지 못한 일상 문제들을 일반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구가 시작한 리빙랩 프로젝트 첫 번째 주제인 ‘여성이 안전한 도시 만들기’에 시흥골뚜벅이가 제안한 ‘여행우동’(여성이 행복한 우리 동네 안전 프로젝트)이 선정됐다. 시흥골뚜벅이와 주민들은 금동초 내 통행로를 대신할 새로운 통행로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래도 새 통행로가 생기기 전까지는 여전히 금동초 교내 통행로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새로운 통행로가 생긴다면 가장 바람직하죠. 하지만 도로가 생기기 전까지 이 길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했죠.” 시흥골뚜벅이는 지난해 9월 들어 통행로 안전실태 관련 각종 자료를 조사했다. 드론을 활용해 촬영한 영상으로 주민들이 입체적인 현장 인식이 가능하도록 도왔다. 이를 본 주민들은 열악한 통행 현실을 실감했다. 시흥골뚜벅이는 안전 우선 등 다양한 통행 안전 캠페인도 시작했다. 10월에는 주민들을 상대로 안전한 통행로에 대해 인식조사도 했다. 10월 말과 11월 초에는 구청과 교육청, 주민 등 관계자들이 만나 ‘금동초 안전대책을 위한 협의체’ 회의를 열었다. 11월 중순에는 공론장도 열었다. 안전한 통행로 만들기 해법으로, 5단지와 6단지를 잇는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것과 금동초 뒤편 산 쪽으로 모노레일을 만드는 것 등 크게 두 가지로 모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5단지와 6단지 사이는 아파트 용적률이 꽉 차서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없다는 주민 대표의 말을 들었다. 5, 6단지 사이 벽의 높낮이 차이가 너무 커서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학교 뒤쪽으로 모노레일을 만드는 방안은 계속 추진 중”이라고 했다. “순진하게 안 된다고 하니 지금껏 가만있었는데, 발로 뛰는 만큼 되는 것도 있더라고요.” 두 사람은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동안 진행한 리빙랩 활동으로 많은 교훈을 얻었다. 프로젝트 기간은 끝났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아이들과 주민들을 위한 안전한 통행로를 꼭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