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염병 소식에 봄소식이 묻혀버려 자연의 섭리마저 잊힌 듯해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홍릉숲 옆 천장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때아닌 폭설이 내린 다음날 동대문구에 있는 홍릉숲(동대문구 회기로 57)에는 봄을 알리는 복수초가 얼음눈 사이로 빼꼼히 모습을 드러냈다. 복수초는 1~2월에 피는 꽃으로 봄의 전령사로도 알려져 있다. 옆에 있는 백목련 가지에도 꽃망울이 맺힌 걸 보니 봄이 생각보다 더 가까이 우리 곁에 와 있는 느낌이다.
동대문구와 성북구에 걸쳐 있는 해발 140m의 천장산은 ‘하늘이 숨겨둔 명당’이라고 불릴 만큼 보석 같은 곳이다. 그러나 천장산 남쪽 산책로는 경희대 사유지와 국립산림과학원 시험림(홍릉숲)이 자리하고 있어 그동안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않았다.
동대문구는 2013년부터 관계기관과 수십 차례 협의를 진행하고 개방을 요청했다. 주민들에게 녹지쉼터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지난해 숲길 조성 공사를 시작했고, 올해 1월에 숲길(천장산 하늘길)을 개통할 수 있었다.
천장산 하늘길은 국립산림과학원(홍릉숲)~군부대~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 뒤~이문어린이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총 1.76㎞ 코스로 조성됐다. 이곳은 기존 임도와 숲길을 최대한 활용해 자연을 보전하며 정비돼 어느 산책로보다도 자연 친화적이다. 또한 방문객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지형에 맞춰 목재 데크와 계단, 야자 매트 등이 설치됐고 야간조명과 무인 감시카메라도 갖췄다.
국립산림과학원을 왼편에 두고 시작되는 천장산 하늘길에 들어서면 홍릉숲의 대나무 잎들이 청량한 소리를 자아내며 반긴다. 넓지 않은 산책로지만 덕분에 오롯이 조용하고 깊은 산과 숲을 느낄 수 있다.
생각보다 가파른 산을 계속 오르다 잠시 쉬어가고 싶을 무렵, 소나무가 울창하게 자리잡은 능선길이 나온다. 허리를 펴고 상쾌한 산 공기를 마시다 보면 봄기운이 가슴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경희대 평화의 전당이 내려다보이는 내리막을 거쳐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는 길목에는 이문어린이도서관인 숲속작은도서관(동대문구 천장산로9길 68, 현재는 코로나19로 임시 휴관 중)이 있다. 잠시 숨을 돌리며 책을 읽기 좋은 곳이다. 이문동 근처에서 천장산으로 진입하려면 숲속작은도서관을 시작으로 홍릉숲 방향으로 천장산 하늘길을 오를 수 있다.
이 봄, 자연에서 한적하게 새 기운을 만끽할 곳을 찾고 있다면 천장산 하늘길로 가보자.
현진선 동대문구 홍보담당관 주무관, 사진 동대문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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