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한국 문학계에 이런 시도가 괜찮을까?”
등단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새로운 것을 고민한 김서령 소설가는 2012년 이후 네 번째 소설 <연애의 결말>을 내놓았다. 페이스북 프로필에 ‘소설, 에세이, 번역도 하고 책을 만드는’ 일을 한다고 소개하지만, 소설가 말고는 되고 싶은 것이 없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소설은 그에게 숙명이었다.
지난해엔 직접 출판사를 차려 등단 유무에 상관없이 좋은 작가를 발굴하는 일도 시작했다. 이렇게 나온 책은 출판사의 이름을 내건 ‘폴앤니나 소설시리즈’. 지난해 10월, 회사를 시작하면서 발간한 첫 번째 소설 <달콤한 밤 되세요>(노정 저)는 마케팅을 위해 텀블벅에서 모금했는데 목표액의 5배가 넘었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이어 2월12일 발간된 두 번째 <애비로드>(최예지 저)와 세 번째로 낸 그의 작품 <연애의 결말>엔 공통점이 보인다. 소설과 일러스트의 만남.
지금까지 걸어온 한국문학과 전혀 다른 길을 나서는 이유가 뭘까. 여기에 김 작가는 따분하고 어두운 문학계에서 “어떻게 하면 독자의 손에 책을 쥐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기 때문이란다. 만화풍 그림이 찢고 나올 듯한 표지는 소설의 책장을 넘기고픈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는 이미 포털 사이트에서 고정 팬을 확보한 일러스트 작가를 섭외해 그림을 부탁했다. 출판사 이름도 자신이 애정을 갖고 즐겨봤던 만화 <이상한 나라의 폴>의 두 주인공에서 따왔다.
“단지 원고만 던져주고 교정본이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기성 출판사 방식이 아니에요. 작가와 끊임없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제가 좋아서 입에 달고 살았던 주제곡처럼 저만의 방식으로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발간하는 책마다 화제를 몰고 올 정도로 스타 작가이지만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선택한 그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독자를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 때문이 아닐까.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 김서령은 포항에서 태어나 <현대문학>(2003) 신인상으로 데뷔했다. 소설집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어디로 갈까요>, 장편소설 <티타티타>, 산문집 <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 번역출판 <빨강머리 앤> <에이번리의 앤>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두 번째>, 공저 <피크> <캣캣캣> <무민은 채식주의자>가 있다. 현재는 도서출판 폴앤니나에서 책을 만들고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