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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수용시설 위험 코로나19로 입증돼”

정태수상 수상 임소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무총장

등록 : 2020-03-12 14:44
‘20년간 장애인 인권투쟁’ 평가 상 받아

2005년 미신고시설 현장조사 때 충격

장애인에 대한 야만행위 막아야 다짐

“21대 국회에서 시설폐쇄법 통과 목표”

임소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무총장이 7일 종로구 동숭동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안전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ungil@hani.co.kr

“코로나19 집단 감염은 폐쇄병동 등 집단 수용시설에서 가장 위험하게 발생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재난이죠. 최선의 예방은 이 구조를 깨는 것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최근 경북 청도대남병원과 칠곡 밀알사랑의집 등 노약자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이는 구조적으로 닫혀 있는 집단 수용시설의 위험성이 그대로 노출된 사례다. 임소연(51)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 사무총장은 7일 “이번 집단 감염 사태로 시설 구조를 유지하면서 시설 거주인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명확해진 것으로, 시설 구조를 깨고 나와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정부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사무총장은 1일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정태수 열사 묘소에서 열린 제18회 정태수 열사 추모제와 함께 열린 시상식에서 정태수상을 받았다. 그는 “20여 년 동안 걸어온 장애 인권 투쟁의 길을 격려하는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너무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는 장애 인권운동을 하다 숨진 정태수 열사의 투쟁과 헌신 정신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장애 인권운동에 앞장서온 활동가나 단체에 정태수상을 주고 있다. 임 사무총장은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운동에 힘써왔고, 한자협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조직 기반을 마련하고 현장 투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온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임 사무총장은 2000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활동을 시작으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를 거쳐 2015년부터 한자협 사무총장을 맡아 활동해오고 있다. 한자협은 2003년 10월 만들어진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연대체로, 장애인 인권 확보와 자립생활을 위한 실천 투쟁을 해온 조직이다. 임 사무총장은 2015년 장애인 복지 예산 확대 투쟁, 2016년 대구시립희망원 인권 유린 및 비리척결 투쟁을 진행했고, 2017년부터는 장애등급제, 부양 의무자 기준, 장애인수용시설 ‘3대 장애 인권 적폐 폐지’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임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장애 인권운동을 통해 이룬 성과로 ‘존재 투쟁’ ‘권리 투쟁’ ‘사회적 투쟁’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존재 투쟁’은 장애인 존재를 드러내는 투쟁으로, 대표적으로 시설에 들어간 장애인들의 존재를 사회가 인식하도록 널리 알리는 것이다. 임 사무총장은 “대다수 사람이 장애인을 보는 것을 불편하게 여겨 그 불편함조차도 겪고 싶지 않아 그들을 보이지 않는 시설로 보낸다”며 “이들의 존재를 알리고 드러내는 투쟁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권리 투쟁’에 대해 임 사무총장은 “장애인들은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실질적 권리를 누리지도 못하고 있다”며 “다양한 권리를 만들어내는 투쟁을 해왔다”고 했다. 세 번째로 ‘사회적 투쟁’은 장애인에 대한 공적 자원을 확대하는 것으로, 장애인에 대한 부양 의무를 가족의 책임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했다.

“악랄한 곳에서는 폭력과 성폭력, 감금, 착취 등 야만적인 일들이 자행되고 있었죠.”

임 사무총장이 시설 장애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로 일하던 그는 인권위원회,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미신고시설에 대한 현장조사를 나갔다. 당시 시설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을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지’ ‘어떤 호칭으로 불리는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런 질문들은 시설 거주인 스스로 선택과 결정이 가능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였다. 임 사무총장은 ‘내가 그럴 수 있나요’ ‘잘 모르겠어요’ 등의 답변에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나는 여기서 한 번도 내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는 시설 거주인의 말에 충격이 컸습니다. 왜 장애인은 갇혀 살고 무존재로 살아야 하는지 문제의식을 갖게 됐죠.”

임 사무총장은 이후 시설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활동을 했다. 2005년 시작한 ‘장애인 활동보조 제도화 투쟁’은 장애인 가족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는 획기적인 투쟁이었다. 장애인의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가족 부담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돌린 운동이다. 이는 국내 장애 인권 투쟁 역사에서 의미 있는 투쟁으로, 2011년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열매를 맺게 됐다.

“지금껏 항상 없는 것을 만들어달라고 투쟁하고 그 결과 법이 만들어지는 그런 과정이었죠.”

임 사무총장은 장애인 차별금지법 투쟁도 자신의 삶과 장애 인권운동의 궤적에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현실의 법 안에 갇혀서는 장애인의 삶을 보장받을 수 없었다”며 “그래서 항상 법을 뛰어넘는 권리를 요구하는 투쟁을 이어왔다”고 했다.

“앞으로 21대 국회에서 시설폐쇄법 등을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죠.”

임 사무총장은 “한자협은 소중한 공간으로 장애 인권을 위한 거점 공간 역할을 충실히 해갈 것”이라며 “장애 인권을 위한 실천과 투쟁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