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책이 현장의 생생함을 살리지 못했어요.”
편집자 출신의 큐레이터이자 미술비평가인 조숙현(37)씨가 최근 번역서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의 큐레이터 되기>(Ways of Curating)를 발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브리스트가 누구인가. 70년 전통을 가진 영국의 예술매체 <아트리뷰>에서 매년 발표하는 ‘현대예술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두 차례나 1위에 오를 정도로 큐레이터의 전설로 꼽히는 인물이다. 지금까지 번역서가 몇 권 나왔지만, 그마저도 2015년에 국내에 도입된 일이라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말했다.
조씨는 졸업 이후 4년 동안 독립 큐레이터와 월간지 편집자로 일하면서 “생각보다 현대미술 서적 종류가 많지 않아 책에서 영감을 얻을 기회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어느 대학원의 큐레이터과에선 지원자가 급감해 수업이 취소될 정도로 수요가 적은 것도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대중이 오해하고 있던 ‘큐레이터’를 정확히 알리고 싶어 오브리스트의 책을 선택했다. 이 책은 그의 개인적 매력보다는 학구적 콘텐츠에 집중했으며 큐레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큐레이터는 단순히 작품을 섭외해 공간에 배치하는 것이 아니에요. 큐레이팅의 모든 과정을 통해 전시 주제에 부합하는 작가 발굴과 연구까지 폭넓은 의미를 갖고 있죠.”
‘전시 아카이빙의 역사는 깊은데 큐레이팅과 관련된 도서는 부족하다’고 한 오브리스트의 말처럼 조씨는 현장에서 겪은 아쉬움을 덜어내고자 지난해 현대미술 전문 출판사인 아트북프레스를 설립했다. “인프라 비용을 줄여서 전문가에게 외주를 맡긴 독립출판사입니다. 발간을 기념하면서 기획자, 번역가, 공간대표 등 현장의 전문가들과 함께 전시도 열었어요. 이 모든 답은 현장에서 나오거든요.”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 조숙현은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학사와 연세대학교 영상 커뮤니케이션 석사를 졸업했다. 필름2.0과 퍼블릭아트에서 취재기자를 했다. 큐레이터 경력으로는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 ‘악의 사전’, 인천문화재단 2018 ‘바로 오늘’이, 김기라×김형규 ‘X-사랑’에서 디렉터로, 인천아트플랫폼(2020) 입주기획자로 참여했다. 저서로는 <내 인생에 한 번, 예술가로 살아보기>(2015), <서울 인디 예술 공간>(2016)이 있다. 아트인컬처(2020)에서 영파워 111로 선정됐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