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구청장이 직접 마스크와 손소독제 전달

<서울&> 긴급 설문조사에 나타난 악전고투 2개월의 생각│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등록 : 2020-04-02 14:51 수정 : 2020-04-02 16:57
<서울&>은 두 달 넘게 ‘코로나19’ 방역 행정의 최일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일반 주민들에게 전염병 방역을 통해 자치구의 중요성이 여느 때보다 부각됐다는 점에서 구청장들이 방역 현장에서 느꼈던 생각을 원문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 온라인에서는 축약없이 전재한다.

직접 ‘사회적 거리두기’홍보에 나선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동대문구청 제공

1. 코로나사태를 통해 방역 최일선에서 뛰는 자치구의 중요성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구청장으로서 가장 위기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으며, 어떻게 대처했는지요?

연일 의심증상자들의 검체 검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긴장되고 불안했지만, 우리구 최초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에 인근 자치구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을 때 압박감과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안타깝게도 2월 27일 우리 구 첫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확진자가 발생하자 곧바로 동선을 파악해 공개하고, 확진자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및 동선에 대한 소독도 실시했습니다.


무엇보다 확진자 발생으로 불안해 하고 있는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구청장인 제가 직접 아파트에 찾아가서 주민대표들을 만나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전달하고 엘리베이터에는 손소독제도 비치하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확진자는 병원에 입원조치 했고 동선에 대해서도 방역을 완료했습니다. 너무 불안해하지 마시고 일상생활을 하시되, 예방행동수칙은 꼭 지켜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직접 아파트 단지 내 안내방송도 했습니다. 안내방송을 통해 방역 관련 조치사항을 말씀드림으로써 주민들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시는 주민들께서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더실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2.방역대책을 펴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과 아쉬운 장면을 꼽아주세요.

 가장 보람찬 순간은 아무래도 주민들이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실 때이지만, 무엇보다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날입니다.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방역을 위해 현장에 나가면 저희를 보신 주민들이 오셔서 ‘고생한다’ ‘힘내라’ ‘고맙다’는 등 격려와 응원의 말씀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그럴 때 정말 뿌듯하고 우리 주민들께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으시도록 방역에 더욱 최선을 다 해야겠다고 다짐하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방과 종교시설 관련해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다만, 교회와 PC방 등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속히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확진자의 접촉자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 및 검사를 최단기간에 실시해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교회와 PC방 관계자의 적극적인 협조가 아주 큰 도움이 됐습니다.

3. 큰 틀에서 앞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집단 전염병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 일선 행정기관에서 보완해야 할 시스템이 있다면? 마스크를 일선 통반장을 통해 일괄 배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감염병은 빠른 정보 확인과 투명한 공개가 매우 중요한 만큼 일선에서 직접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한다면 확산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따라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중앙정부(질병관리본부)에서 더 많은 역학조사관들을 양성하고, 유사시에는 지자체가 역학조사관을 선발해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마스크 수급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로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취약계층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마스크에 대해서는 통반장의 협조를 얻어 배부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4. 코로나사태로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이 독거 어르신이나 기초 수급자 등 취약계층인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각 구청에서 지원책을 펴고 있지만 충분치 않은 듯합니다. 이에 대한 보완책은?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려움에 놓인 노숙인, 홀몸어르신, 장애인 등 저소득 가구에 대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진행되던 무료급식이 중단되어 식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숙인들에게 자체적으로 구입한 식사대용품(즉석밥, 컵라면, 김치, 초코파이 등)을 매일 배부하고 있고, 이들의 안전을 위해 노숙인 전담 직원이 1일 2회 이상 순찰을 돌며 발열 체크와 함께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코로나19 예방법 홍보를 계속하고 있으며, 우리 구 가나안쉼터와 연계해 목욕도 권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복지시설을 통해서 경로식당 사업, 도시락 배달 사업, 밑반찬 배달 사업 등 지원 대상자에게도 도시락, 대체식 등을 배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홀몸어르신 등 취약계층을 위해서 동주민센터 5개소(용신동, 제기동, 전농2동, 장안2동, 휘경1동 등)에서 자원봉사캠프 소속 자원봉사자 15명이 개개인에 전화를 걸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예방수칙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발열, 호흡곤란, 기침 등 초기 증상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추가적인 위기징후를 포착할 시 즉시 보건소에 방문상담을 의뢰하는 등 지역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5. 불철주야 최일선 방역전선에서 진두지휘하면서 여러 감회를 많이 느꼈을 줄 압니다. 소회가 있으면 어떤 것이든 써주세요.

현장에서 만나는 주민들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1,300여 명의 직원들은 물론 시설관리공단 직원들까지 동원되어 마음을 다잡고 코로나19의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구민여러분께서도 견디기 힘든 어려움에 처해 있을 줄 압니다. 범국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하시면서 조금만 더 견뎌내면 우리는 코로나19를 반드시 극복해 낼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