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손을 잡고.”
남편과 사별 이후 가슴속에 숨겨놨던 응어리를 털어낸 에세이 <문 뒤에서 울고 있는 나에게>(김미희 작) 표지를 넘기자 검은 펜으로 눌러쓴 문구가 눈에 띈다. 페이스북을 통해 간간이 소식을 접했던 한 젊은 여인이 들려주는 남편과 자식, 가족에 대한 기억이다.
전문 작가에게 풍기는 기교가 아니라 친구에게 털어놓은 고백처럼 이 책은 읽는 이의 가슴 한편을 울리게 한다. 온라인에 게재된 단신들을 모아 책을 낸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꼭 읽어보고 싶다’는 댓글로 이벤트에 응모했다. 운이 좋았는지 당첨 소식과 함께 날아온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데까지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이 책은 2년 전, 암으로 떠나보낸 남편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작한다. 15년 가까이 함께했던 남편의 마지막 투병생활은 그가 겪었던 고통의 매 순간을 지금도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은 착각을 자아낸다. “그날 이런 일이 있었지….” 부부가 나눈 대화처럼 과거의 기억을 음미하는 여러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작가는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여섯 살 난 아들을 키워야 하는 절박한 심정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죽음을 앞둔 남편과 이제 생명을 시작한 자식 사이 틈바구니에서 정신 줄을 놓지 않으려 부단히도 애를 썼다. “한 손은 남편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아이를 잡은 채”라는 문구가 어쩌면 그의 인생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했을지 모른다. 그는 힘겹게 살아온 40여 년에 어떤 미사여구도 붙이지 않았다. 9살까지 함께 살았던 친엄마에 대한 기억, 술로 버티다가 허망하게 떠난 아버지에 대한 원망,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낀 새엄마에 대한 애틋함까지.
작가는 인생을 “견딜 수 없는 현실의 고통이 덮쳐온 순간, 나는 기억의 저 먼 곳까지 헤엄쳐갔다”고 말했다. 이제는 어린 아들과 거친 세상을 헤쳐가야 하는 절박함에 대한 외침일까. 그 언덕에 오르자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작가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 부탁했는데, 아들이 찍어준 사진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것을 보내왔다. 사진 속 미소처럼 그들에게 행복만 가득하길 바란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 김미희는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어린이 좋은 생각>
잡지에 삽화를,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아빠가 사라졌다!> <앨리가 앨리를 만났어요>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현재는 남양주에서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