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삼청공원 유아 숲체험장을 찾은 정신 유치원 아이들이 등반 체험을 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초록이 가득한 삼청공원에 재잘거리는 아이들 소리가 새소리처럼 번진다. 광진구 정신유치원의 5살 맑은반, 6살 푸른반, 7살 하늘반 원생 93명은 운동장에 가방을 벗어놓고 각각 연령별 체험장으로 간다. 맑은반 친구들은 기존 놀이터를 고쳐 3~5세 아이들에게 맞춘 ‘동심의 숲’, 푸른반 친구들은 5~7세 아이들을 위한 나무 미끄럼틀과 클라이밍 체험장이 있는 ‘숲속의 숲’, 하늘반 친구들은 지압 체험장으로 이동했다. 자갈밭이 아플 법도 한데 신발을 벗어 들고 걸어가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다. 하늘반 최서윤(7)은 “지압을 하면 아프지만 키가 커요” 하며 웃었다.
유아 숲체험 페스티벌 인기몰이
경복궁을 품은 북악산 자락 삼청공원이 유아 숲체험장으로 다시 태어난 건 작년 3월이다. 1940년 조성된 한국 최초의 도심공원답게 울창한 숲을 자랑하는 삼청공원은 특성을 살려 근처 유치원에서 찾기 쉽도록 놀이시설을 갖추었다. 체험 기구뿐 아니라 숲도서관도 있어 아이들이 자연과 독서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정신유치원의 양경전(54) 원장은 “무릎이 조금 까지더라도 마음껏 뛰노는 게 아이들에게 좋다. 지난해 체험 후 반응이 좋아 올해 또 찾았다”고 말했다.
서울에는 삼청공원과 같은 유아 숲체험장이 28곳 있다. 지난 5월30일에는 각 공원의 특성을 살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아 숲체험 페스티벌’을 열기도 했다. 유아 숲체험장에서 ‘신나는 나무체조’ ‘곤충 체험’ 등 엄마 아빠와 함께 신체활동을 한 축제다. 행사는 인기가 좋아 지난가을에 이어 올해 봄에도 열렸다. 서울시는 2018년까지 유아 숲체험장을 56개소로 늘리려고 한다.
유아 숲체험장은 ‘생애주기별 테마숲’ 조성 사업의 일환이다. 2015년에 시작된 테마숲 조성 사업은 2018년까지 유·아동기, 청소년기, 청·장년기, 노년기로 나눠 총 90개의 테마숲을 새롭게 만드는 게 목표다. 태교숲, 유아 숲체험장, 생태놀이터, 청소년 체험의 숲과 청·장년층을 위한 치유의 숲, 노년층을 위한 실버숲으로 나누어 만들고 있다. 숲 관리와 이용 편의를 돕는 안내센터와 업무를 총괄하는 녹색복지센터를 서북, 동북, 서남, 동남 권역별로 나눠 4곳으로 지을 예정이다.
서울시가 만드는 테마숲은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 예약’ 누리집(www.yeyak.seoul.go.kr)을 이용하면 좀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유아 숲체험장의 경우 이미 체험시설을 갖춰 놓았지만 누리집에서 예약하고 가면 숲해설가의 안내에 따라 ‘숲체조’ ‘공원에서 만나는 곤충 수업’ 등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체험장마다 내용도 다르고 모집 인원도 다르기 때문에 누리집에서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송파구 오금공원에서 1기 ‘숲 태교학교’에 참여했던 김지원 씨가 2기 참가자를 위해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도심 숲을 치유와 체험의 장소로 활용
중·장년층을 위한 ‘치유의 숲’도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피톤치드를 많이 뿜어내는 잣나무 위주로 삼림욕장을 만들고, 명상을 할 수 있도록 데크 시설도 설치해 청·장년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려 한다. 일부 자치구에서 운영 중인 태교숲과 실버숲도 서울시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올해 하반기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이미 조성된 대형 숲에서는 생애 주기별 프로그램을 통합적으로 운영한다. 수락산은 ‘수락산 수락골 치유·명상의 숲’을 운영하는데, 단기·장기로 나눠 명상과 체조, 약차 마시기, 마사지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서울대공원의 ‘서울대공원 치유숲’ 프로그램은 참가자에 따라 나뉜다. 중년 여성을 위한 갱년기 여성 프로그램, 예비 엄마 아빠를 위한 태교숲 프로그램, 장애·치매 가족을 위한 가족숲 프로그램, 아동센터나 부모와 아이를 위한 아동숲 프로그램 등이 운영 중이거나 준비되고 있다.
중랑 캠핑숲에 만들어진 청소년을 위한 ‘체험의 숲’에서 학생들이 목재 발판을 밟으며 이동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중랑 캠핑숲은 청소년들을 위한 ‘체험의 숲’을 조성해 인기를 끌고 있다. 밧줄을 잡거나 균형을 잡으면서 목재 발판을 건너가는 등 ‘인디아나 존스’ ‘지그재그 브릿지’라는 이름이 붙은 총 33개의 코스가 난이도별로 있다. 역동적이고 신체활동이 많은 프로그램이기에 여가 시간 대부분을 티브이 시청과 게임으로 보내는 청소년들에게 숲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 밖에도 친구들끼리 어울려 활동하는 기회도 되므로 일선 학교에서 재량수업으로 즐겨 이용하기도 한다. 서울시 공원조성과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멀리 가지 않고도 도심 숲을 활용해 모험심을 기를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 시설은 ‘서울의 산과 공원’ 누리집(www.parks.seoul.go.kr)에서 예약하고 이용해야 한다.
최아리 인턴기자 usimjo3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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