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수색~불광천~불광동~진관동 잇는 문화벨트 조성 속도 낼 것”

2020 구청장이 뛴다│‘지역 균형발전’ 힘쓰는 김미경 은평구청장

등록 : 2020-04-09 14:48 수정 : 2020-04-10 13:44
생활SOC·교통문제 해결 최우선으로

국장책임제로 코로나19에 적극 대응

주민·행정 역량 키워 협치 활동 촉진

“쓰레기 문제, 절박한 마음으로 풀어가”

3월27일 은평구 신사2동 ‘내를 건너서 숲으로(내숲) 도서관’에서 김미경 은평구청장이 <서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도시기반시설이 열악한 지역의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생활사회간접자본(SOC), 교통, 문화벨트 조성 등의 정책을 꼼꼼하게 설명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은평은 주민 참여가 활발해요. 이 도서관도 주민 2만 명이 건립 요청에 서명하고, 주민참여단이 설계와 운영기획에 함께해 세워졌어요.”

3월27일 은평구 신사2동 ‘내를 건너서 숲으로(내숲) 도서관’에서 <서울&>과 만난 김미경 은평구청장의 설명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문을 닫았지만, 평소엔 하루 1천 명이 찾는 지역 주민의 ‘최애’(최고로 사랑하는) 장소란다. 공원 안에 자리해 실내외가 이어지고, 야외 공연장도 있다. 김 구청장도 주민들만큼이나 이곳에 애정이 깊다. “서울시 의원일 때 공원 부지를 활용할 수 있게, 심의에 참여하는 동료 의원들을 6개월 걸려 일일이 만나 설득해냈다”고 했다.


김 구청장은 두 달 넘게 코로나19 방역 행정으로 긴장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2월 은평성모병원 환자 이송 업무 직원과 서울재활병원 치료사의 감염이 잇따라 터져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그러나 구청 직원들이 서울시, 질병관리본부와 힘을 합쳐 신속하게 대응해, 다행히 지역 감염으로 퍼지지 않게 잘 막아냈다. 그 과정에서 은평구보건소 하루 검사자 수가 400명을 넘어, 서울 검사자 수 1위를 찍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김 구청장은 공무원 역할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한다. “특히 보건소 소장과 직원들의 헌신이 감동적이었다”며 “국장 중심 책임행정제도 이번에 큰 역할을 했다”고 했다. 은평구에서는 사업 총괄부서 국장이 중심이 되어 사업 성격에 따라 협업 부서를 정한다. 김 구청장이 취임해 시행한 제도다. “경험이 많은 국장들이 현장을 꼼꼼하게 챙기면서 부서 간 협업이 속도감 있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이 배경임 내숲도서관장과 코로나19로 휴관이 길어져 생긴 주민 불편을 덜어주는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정용일 기자

김 구청장은 구의원, 시의원을 거치면서 “은평구에는 대학도 하나(서울기독대)뿐이고 변변한 예식장, 호텔 하나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구청장 취임 뒤 지역의 도시기반시설 마스터플랜 마련과 추진에 힘을 쏟았다. 올해 초 서울시립대 제2캠퍼스가 불광동 서울혁신파크에 들어서기로 결정이 났다. 서울연구원 이전과 글로벌 사회혁신 오픈 캠퍼스 건립도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4차 산업혁명 대비 체험 활동 공간 마련 등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도록 시에 제안해 놓았다”고 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은평구에서 도시기반시설 확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예산이다. 김 구청장은 중앙정부의 생활사회간접자본(SOC) 3개년 사업을 절호의 기회로 삼아 발 벗고 나섰다. 증산2동에 주거지 주차장, 문화체육시설 등 복합문화체육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비촉진지구 안에 기부채납된 공원 터를 활용한다. 국비 45억원은 확보했지만 시비를 받지 못해, 위탁개발 방식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살림살이가 어려운 지자체가 생활SOC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국고 보조율을 높여야 한다”고 김 구청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생활SOC 3개년 계획에 맞춰 3년간이라도 보조금 지원 체계를 개선하고 지원 내용을 강화하는 등 특단의 조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광역지자체 보조율도 50% 이상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수색에서 불광천 방송문화거리, 불광동 서울혁신파크, 진관동 한문화체험특구를 잇는 문화벨트 조성은 김 구청장의 대표 공약사업이다. 그는 문화벨트 조성이 지역 균형발전의 동력이 될 거라 기대한다. 문화벨트 조성의 핵심 사업인 수색역세권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올해 좀더 속도를 더하려 한다. 건축자재 제조회사인 삼표 본사 이전이 인허가를 앞두고 있고, 증산빗물펌프장엔 행복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삼표가 기부채납한 터엔 체험교육 문화시설을 만들고 본사 건물엔 시민을 위한 옥상전망대 마련을 요청했다. 행복주택 1층은 문화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은평 지역이 고르게 발전하기 위해선 교통기반시설 개선도 꼭 이뤄내야 한다. 현재 통일로는 출퇴근 시간 차량 속도가 시속 15㎞이다. 은평 구역에서의 지하철 3호선 혼잡도는 출근 시간에 140%를 넘는다. 통일로 우회도로·은평새길 개설과 지하철 추가 건설이 필요한 이유이다.

지난해 여름 두 달 동안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과 서부선의 조기 착공, 고양선의 신사고개역 신설을 위한 지지서명운동’을 펼쳤다. 약 30만 명의 주민이 동참해 서명했다. “거의 모든 성인 구민이 서명한 셈이다. 주민들이 교통 문제 해결에 그만큼 갈급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은평새길은 구가 대안 노선을 서울시에 제안해 놓았다. 통일로 우회도로 건설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하반기에 착공할 계획이다.

김 구청장은 “구민들이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며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자신의 삶이 나아지는) 성공을 경험한 덕분에 참여율이 높다”고 평가한다. 10년 넘게 이어져오는 주민참여위원회를 통해 형성된 주민자치의 힘이 큰 요인이란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도 릴레이 성금과 물품, 면마스크 자원봉사 등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졌다”며 “그동안 다져온 민관 협치의 네트워크가 밑거름이 되어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했다”고 뿌듯해했다.

은평구는 주민과 행정의 협치 역량을 키울 수 있게 지원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주민 교육에 이어 올해는 직원들 교육을 한다. 주민참여예산 규모도 30억원으로 늘렸다. 주민들의 공익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 마련도 추진한다. “주민들의 자생적 활동이 계속될 수 있게 제도적 기반과 공익활동지원 공간을 조성하려 한다”고 했다.

김 구청장은 주민들과 함께 절박하게 풀어야 할 문제로 쓰레기 처리를 꼽았다. 은평구는 거의 모든 생활폐기물 처리를 수도권매립지에 의존하고 있다. 서울시의 자원회수시설을 사용하지 못하고 다른 시도의 대체시설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도권매립지의 생활폐기물 반입이 정지(2025년 예정)되면 쓰레기 수거 대란을 피할 수 없다. 올해 당장 줄여야 할 폐기물 양도 다른 자치구의 3배가량이다. 쓰레기 처리비용도 해마다 올라 구 재정에 큰 부담을 준다.

“구민들이 분리배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생활폐기물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구청장은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갈현2동에서 시범 실시 중인 ‘재활용 거점 모아모아’ 사업은 올해 전체 동으로 넓혀 추진한다. 광역자원순환센터를 만들어 서북 3구(마포구·서대문구·은평구)가 폐기물을 상호 교환 처리하는 시스템도 마련한다. 지난해 12월 중앙투자심사에 통과해 사업이 확정됐다. 올해 절차를 밟아 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 착공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김 구청장의 일상도 바뀌었다. 초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대책에 가능하면 주민들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으려 조심한다. 귀가 시간은 자연스레 빨라졌다. “늘 밤늦게 귀가하다가 요즘 저녁을 집에서 먹으니 가족들이 좀 어색해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