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의 다양한 변주를 즐겨 보자

안창호 선생도 먹은 카레라이스, 맛과 향이 색다른 타이식 그린카레 ‘깽 키아우 완 까이’

등록 : 2016-06-23 15:18 수정 : 2016-06-24 13:23
타이식 그린카레, 깽 키아우 완 까이
카레에 대한 내 첫 기억은, 카레라이스가 아니다. 내 나이 여덟 살, 그러니까 1981년 만난 카레맛 과자 ‘비29’.(과자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뜻을 담은 이름. 융단폭격으로 유명했던 B29 전략폭격기에서 따왔다) 과자에 카레향만 첨가했을 뿐인데 한 사람의 머리에 이렇게 깊숙이 들어와 남을 수 있는 건 카레가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과자를 그리워한 소비자들은 2007년 인터넷 카페를 열어 제조사 농심에 재출시를 요구해 2009년, 중단 18년 만에 비29를 재발매하게 하기까지 했다. 재발매된 비29에는 진짜 카레 가루가 들어 있었다.

 

일본 통해서 전파, ‘카레라이스’로 정착

아시다시피 카레는 인도 요리 ‘커리’에서 나온 이름이다. 강황과 커민 씨, 고수(코리앤더) 씨, 고추, 호로파 등으로 만든 커리 가루와 다양한 향신료에 고기, 생선 또는 채소로 만든 스튜를 가리킨다. 인도를 식민 지배한 영국으로 퍼진 뒤 유럽과 세계 전역으로 퍼졌다.

커리를 우리나라에 전파한 건 일본이다. 1900년대 초반부터 서양 요리를 자기화해 받아들인 일본은 커리 소스를 밥에 얹어 ‘라이스카레’를 개발했다. 이 무렵 우리나라에 일본에서 만든 커리 가루가 들어왔고, 명동 일대의 식당에서 일본식 라이스카레를 메뉴로 내놓기 시작했다. 1932년 6월7일, 경성지방법원 검사국에 호송된 도산 안창호 선생이 법원 구내식당에서 먹은 밥도 카레라이스였다고 한다. ‘라이스카레’ ‘커리라이스’ ‘쇠고기밥’ 등으로 소개되다가 ‘카레라이스’라는 이름으로 정착된다. 국립국어원에서 ‘커리’가 아닌 ‘카레’를 표준어로 인정하는 것도 우리에게 카레란 카레라이스라는 등식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카레가 즉석요리의 대명사, 가성비 높은 한그릇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우리나라 카레만의 역사가 있다. 1969년 최초로 국내 식품회사가 즉석식품 ‘오뚜기 즉석카레’를 팔기 시작했고 1981년 ‘3분 카레’로 카레 레토르트 시대를 열었다.

 


정통 커리 음식점 늘면서 다양한 재료 소개

카레 하면 단체급식으로 나오는 카레라이스만 생각하던 우리나라에, 정통 ‘커리’를 표방하는 음식점이 하나둘 늘고 있다. 이제는 마트나 수입식품 재료상에서 다양한 카레의 식재료를 구하기도 어렵지 않다. 다양한 카레의 종류와 배경이 되는 문화에도 서서히 눈떠 가는 듯하다.

색다른 커리 요리에 도전해 보자. ‘깽 키아우 완 까이’라는 이름의 그린카레는 타이식 카레다. 코코넛 밀크의 부드럽고 여운 있는 향은 이제껏 먹어 온 노란 카레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매혹적으로 때로는 자극적으로 코와 입을 자극하는 카레, 카레의 다양한 변주와 진화를 기꺼이 즐겨 보자.

그린카레 조리법

 
재료

닭고기(소금, 후추, 생강가루, 청주에 재워 두기), 그린카레 페이스트(50g), 코코넛 밀크(400g), 각종 채소, 피시소스, 생바질, 타이 고추

만들기

➊ 팬에 기름을 두르고 그린카레 페이스트를 넣고 볶는다.

➋ 페이스트에 코코넛 밀크를 넣고 한소끔 끓여서 그린카레를 만들어 둔다.

➌ 다른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닭고기를 볶다가 물을 한 컵 넣고 피시소스를 한두 숟갈 넣는다.

➍ 3에 각종 채소와 타이 고추를 넣고 같이 볶는다.

➎ 채소가 반쯤 익으면 그린카레 소스를 붓는다.

➏ 마지막으로 생바질을 넣어 마무리한다.

참고 도서: <커리의 지구사> 휴머니스트, 2013

글 임정은 협동으로 랄랄라 운영진 blog.naver.com/icoopkoreaa

사진 이지나 서울iCOOP조합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