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의 개념을 바꾸어놓은 ‘시민청’
서울 사용설명서 3년간 500만명, 서울시 청사 지하 1·2층 찾아
등록 : 2016-03-31 10:24 수정 : 2016-03-31 10:46
서울시 청사 안 ‘시민청’에서는 공연, 전시,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와 모임이 열린다. 토요일인 26일 시민청을 찾은 시민들이 아카펠라 그룹 ‘메이트리’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시민청은 공간뿐만 아니라 의견에 있어서도 열린 공간을 표방한다. 이용하는 시민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 마이크와 모니터가 설치된 ‘시민 발언대’에서는 시민청은 물론 서울에 관한 칭찬과 불만, 자신의 이야기 등을 마음껏 터놓을 수 있다. 발언 장면을 녹화해 제공한다. 한 시민은 발언대에 올라 서울시와 무상급식 등에 관한 울분을 30분 넘게 토로하기도 했다. 1층 신청사 앞에 있는 1000만 서울시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미로 설치된 귀 모양의 조형물 ‘여보세요’에서 이런 시민청의 의지를 찾아볼 수 있다. 매일 변화하는 문화의 마당, 시민청 비움과 유연성을 주제로 기획된 시민청의 공간은 행사에 따라 길을 없애기도, 공간을 나누기도 하며 변화한다. 어제 있었던 길이 오늘은 없을 수 있고, 전시갤러리는 비움과 채움을 반복한다. 설날, 추석, 1월1일을 제외하고 362일간 끊임없이 열리는 건 공연이다. 매일 낮 12시면 ‘활짝라운지’에서 활력콘서트가, 주말에는 공연은 물론 체험 전시가 열린다. 총 67팀의 시민청 예술가가 활동해 몇 번을 가도 겹치는 일이 별로 없다. 3·6·9·12월 주말에는 다양한 공연팀을 초청해 ‘바스락콘서트’를 연다. 인기가 높아 인터넷 사전예약을 해야 하고 현장 예약도 선착순으로 이뤄진다. 시민청의 벽 곳곳에는 미술 작가의 작품과 시민들이 만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시민청 벽 전체가 거대한 갤러리가 되도록 작은 구멍을 뚫어 작품 설치를 쉽게 만들었다. 이밖에도 음악과 소리로 힐링을 할 수 있게 설치된 ‘소리갤러리’와 다양한 주제의 특별 기획 전시가 이뤄지는 ‘시민청 갤러리’ 등 정식 전시실도 있다. 시민청의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서울 시민청의 변화는 많은 지방자치단체 및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서울시는 강남 대치동에 제2시민청을 건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광주광역시도 청사 1층에 ‘시민 숲’을 개관했다. 서울의 각 구청도 문화와 공유의 마당으로 주민센터를 개방하는 추세다. 중구는 각 동 주민센터에 동의 역사와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전하는 동 역사전시관을 열어 주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공간 활용과 전시 내용에 대해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8살짜리 아들 태효군과 함께 자주 시민청을 찾는다는 윤순목(45)씨는 “이용에 큰 불편은 없지만 체험행사가 보여주기식 행사로 느껴졌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시민청, 또 제2, 제3의 시민청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시민의 이용과 참여뿐이다. 이번 주말에는 시민청으로 소풍을 가보자. 구슬이 인턴기자 s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