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머컬쳐로 느리게 살기

일거양득 ‘닭 트랙터’

등록 : 2016-06-23 16:03 수정 : 2016-06-24 13:21
닭 트랙터는 한 번에 밭 전부를 갈 수 없기 때문에 일정표를 만들어 이동 거리를 표시하며 옮기면 좋다.

현대의 농업기술은 수확량은 늘리고 노동력은 줄였지만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화학비료, 농약, 농기계를 쓰기 때문인데 이런 것의 대부분은 석유가 없으면 만들 수 없거나 쓸 수 없다.  

퍼머컬처는 되도록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방식으로 농사짓기를 권장한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석유를 이용할 경우 30년 이후에는 더 이상 석유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석유에 의존하지 않으면 비용이 줄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도시 농업의 경우 경비가 줄고 생산물의 안정성 확보라는 장점이 있다.  

생물을 이용하면 화석연료를 줄일 수 있다. 콩과 식물인 자운영을 녹비작물로 쓰면 질소를 흙 속에 남겨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지렁이는 음식 쓰레기나 분뇨를 먹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퇴비인 분변토를 만들기 때문에 쓰임새가 많다.  

동물도 이용할 수 있다. 가장 재미있는 것이 ‘닭 트랙터’이다. 손으로 쉽게 옮길 수 있는 작은 닭장을 만들고 작물을 수확한 밭에 이 닭장을 옮겨 일정 기간 동안 닭을 그냥 놔두면 된다. 닭들이 닭장 안에서 작물의 부산물을 먹어치우고, 흙 속의 벌레를 잡아먹으려고 땅을 갈며, 똥을 싸서 땅을 기름지게 할 것이다. 즉, 트랙터가 하는 일을 다 하는 셈이다. 텃밭이 넓다면 반나절이나 하루 간격으로 닭장을 이동시키면 마치 트랙터가 지나간 것처럼 밭을 갈고 퇴비를 뿌린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호주에는 멋지고 효과적인 닭 트랙터를 만드는 대회가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전 세계의 다양한 닭 트랙터를 만날 수 있는데, 도시 농부라면 한국형 닭 트랙터에 한번 도전해 보자.

글·사진 임경수 느린삶학교 대표강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