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좁았던 수어통역센터 넓어져 너무 좋아”
‘무장애 도시’ 목표 추진 영등포구, 4월 수어통역센터에 농아인쉼터 문 열어
등록 : 2020-05-14 14:46
농아인 편히 쉬게 TV, 오락용품 갖춰
5월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개소
10월 장애인가족지원센터 문 열어
관련 예산 늘리며 정책 추진 힘 실어
“좁았던 공간이 넓어진 데 대해 농아인들이 무척 기뻐해요.”
신길동에 있던 영등포구 수어통역센터가 지난 3월23일 영등포동1가로 이사 왔다. 40평 정도 됐던 사무실 공간이 73평으로 2배 가까이 넓어졌다. 이곳에는 사무실을 비롯해 컴퓨터실, 수어교육실(프로그램실), 농아인쉼터가 자리잡았다.
신명선 영등포구 수어통역센터 수어통역사는 이곳을 찾는 농아인들의 표정이 달라졌다고 했다.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 손바닥 간격을 좁히면 수어로 ‘좁다’는 뜻이고, 양 팔꿈치를 옆으로 펼치면 ‘넓다’는 뜻이다. 신씨는 “농아인들이 이곳을 찾을 때마다 이런 수어를 반복한다”며 “이전 건물은 좁았는데, 지금은 넓어져서 좋다는 표현”이라고 했다.
7일 영등포구 영등포동1가에 있는 서울시농아인협회 영등포구지회를 찾았다. 이곳에는 영등포구지회에서 운영하는 영등포구 수어통역센터와 센터 딸림 시설인 농아인쉼터가 있다. 맞은편에 있는 수어통역센터 교육실에서는 일반인에게 고급 수어 교육을 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완화되자, 그동안 하지 못했던 교육을 이날 다시 시작했다. 영등포구는 올해 ‘무장애 도시’를 목표로 18억원을 들여 장애인 복지 시설 세 곳을 새로 만든다. 4월 영등포구 수어통역센터에 농아인쉼터를 연 데 이어, 5월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와 10월 장애인가족지원센터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농아인쉼터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농아인(청각·언어장애인)을 위한 휴게시설(약 302㎡)로 영등포구 수어통역센터가 운영하고 있다. 영등포구 수어통역센터는 농아인과 일반인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과 교육·상담·정보·문화 등 맞춤형 통합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농아인쉼터는 농아인이 언제든지 와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꾸며졌다. 농아인이 볼 수 있는 책, 자막과 수어가 나오는 시스템이 내장된 대형 티브이(TV), 안마기, 바둑과 장기판 등 오락용품도 갖췄다. 하지만 농아인쉼터는 아직 조용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이용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신씨는 “농아인들이 한꺼번에 모이면 감염이 퍼질까 걱정돼 아직 사전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5월27일 정식 개소식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영등포구 수어통역센터의 주 업무는 통역, 교육, 상담이다. 농아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한글교실과 수어교실, 컴퓨터와 휴대폰 활용력을 키워주는 정보화 교육도 함께 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농아인은 대부분 50대 이상으로 60대가 가장 많다. 일반 복지관에 갈 수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신씨는 “상반기에 농아인을 대상으로 한 수어교실을 열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아직 시작을 못했다”며 “지금 이 상태라면 모든 계획을 하반기로 넘겨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영등포구 수어통역센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수어교실을 운영하는데, 각 3개월 과정인 기초·중·고급으로 나뉘어 있다. 신씨는 “일반인들은 수어를 배워 영등포 관내 농아인들의 의사소통을 돕는 자원봉사를 하기도 하고, 좀더 뜻있는 사람들은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한다”고 했다. “수어통역사는 왜 마스크를 쓰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죠.” 코로나19 관련 정부 브리핑 티브이 중계를 보면, 바로 옆에서 수어 통역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어통역사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어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손짓과 몸짓을 총동원해 의사소통을 하는 수어는 얼굴을 찌푸리거나 눈을 크게 뜨거나 입을 벌리는 등 얼굴 표정도 의사 전달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농아인들은 마스크를 쓰면 이런 표정을 알 수 없어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신씨는 “수어 하나에 여러 의미가 있기도 하고, 표정이나 입 모양을 봐야 정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통역사들은 마스크를 벗고 검은 옷을 입는다”고 했다. 영등포구는 농아인쉼터에 이어 5월 말 정도 당산동1가에 스포츠실·프로그램실·심리안정 등을 갖춘 745.3㎡ 규모의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를 개원할 예정이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돌봄서비스와 사회적 자립을 지원하는 평생교육기관 구실을 한다. 성인이 된 뒤 배움의 기회가 드문 발달장애인을 위한 기본교육을 비롯해, 여가·문화·스포츠 등 장애인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된다. 구는 같은 건물 4층에 10월까지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만든다. 이곳에서는 장애가족 대상 교육, 위기가족 상담, 사례관리, 장애인 돌봄, 자녀 긴급돌봄 등을 지원한다. 또한 구는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장애인 일자리사업 외에 자체적으로 ‘발달장애인 일자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장애인표준사업장 ‘차오름’과 ‘드림플러스 샌드위치 카페’를 조성해 발달장애인의 직업훈련과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구는 자치구 중 유일하게 ‘휠체어 안전교육사업’을 실시하며, 장애인 복지 사업을 알기 쉽게 정리한 책 <장애인 복지 시책 안내>를 매년 발간·배포하고 있다. 특히 전국 최초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인 ‘꿈더하기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구는 ‘불편 제로, 무장애 도시’ 구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올해 총 186억원의 장애인 복지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3%나 늘어난 규모로, 정책 추진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영등포구 영등포동1가에 있는 영등포구 수어통역센터 교육실에서 7일 수어 교육 강사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고급 수어 교육을 하고 있다.
7일 영등포구 영등포동1가에 있는 서울시농아인협회 영등포구지회를 찾았다. 이곳에는 영등포구지회에서 운영하는 영등포구 수어통역센터와 센터 딸림 시설인 농아인쉼터가 있다. 맞은편에 있는 수어통역센터 교육실에서는 일반인에게 고급 수어 교육을 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완화되자, 그동안 하지 못했던 교육을 이날 다시 시작했다. 영등포구는 올해 ‘무장애 도시’를 목표로 18억원을 들여 장애인 복지 시설 세 곳을 새로 만든다. 4월 영등포구 수어통역센터에 농아인쉼터를 연 데 이어, 5월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와 10월 장애인가족지원센터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농아인쉼터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농아인(청각·언어장애인)을 위한 휴게시설(약 302㎡)로 영등포구 수어통역센터가 운영하고 있다. 영등포구 수어통역센터는 농아인과 일반인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과 교육·상담·정보·문화 등 맞춤형 통합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농아인쉼터는 농아인이 언제든지 와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꾸며졌다. 농아인이 볼 수 있는 책, 자막과 수어가 나오는 시스템이 내장된 대형 티브이(TV), 안마기, 바둑과 장기판 등 오락용품도 갖췄다. 하지만 농아인쉼터는 아직 조용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이용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신씨는 “농아인들이 한꺼번에 모이면 감염이 퍼질까 걱정돼 아직 사전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5월27일 정식 개소식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영등포구 수어통역센터의 주 업무는 통역, 교육, 상담이다. 농아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한글교실과 수어교실, 컴퓨터와 휴대폰 활용력을 키워주는 정보화 교육도 함께 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농아인은 대부분 50대 이상으로 60대가 가장 많다. 일반 복지관에 갈 수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신씨는 “상반기에 농아인을 대상으로 한 수어교실을 열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아직 시작을 못했다”며 “지금 이 상태라면 모든 계획을 하반기로 넘겨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영등포구 수어통역센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수어교실을 운영하는데, 각 3개월 과정인 기초·중·고급으로 나뉘어 있다. 신씨는 “일반인들은 수어를 배워 영등포 관내 농아인들의 의사소통을 돕는 자원봉사를 하기도 하고, 좀더 뜻있는 사람들은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한다”고 했다. “수어통역사는 왜 마스크를 쓰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죠.” 코로나19 관련 정부 브리핑 티브이 중계를 보면, 바로 옆에서 수어 통역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어통역사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어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손짓과 몸짓을 총동원해 의사소통을 하는 수어는 얼굴을 찌푸리거나 눈을 크게 뜨거나 입을 벌리는 등 얼굴 표정도 의사 전달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농아인들은 마스크를 쓰면 이런 표정을 알 수 없어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신씨는 “수어 하나에 여러 의미가 있기도 하고, 표정이나 입 모양을 봐야 정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통역사들은 마스크를 벗고 검은 옷을 입는다”고 했다. 영등포구는 농아인쉼터에 이어 5월 말 정도 당산동1가에 스포츠실·프로그램실·심리안정 등을 갖춘 745.3㎡ 규모의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를 개원할 예정이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돌봄서비스와 사회적 자립을 지원하는 평생교육기관 구실을 한다. 성인이 된 뒤 배움의 기회가 드문 발달장애인을 위한 기본교육을 비롯해, 여가·문화·스포츠 등 장애인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된다. 구는 같은 건물 4층에 10월까지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만든다. 이곳에서는 장애가족 대상 교육, 위기가족 상담, 사례관리, 장애인 돌봄, 자녀 긴급돌봄 등을 지원한다. 또한 구는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장애인 일자리사업 외에 자체적으로 ‘발달장애인 일자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장애인표준사업장 ‘차오름’과 ‘드림플러스 샌드위치 카페’를 조성해 발달장애인의 직업훈련과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구는 자치구 중 유일하게 ‘휠체어 안전교육사업’을 실시하며, 장애인 복지 사업을 알기 쉽게 정리한 책 <장애인 복지 시책 안내>를 매년 발간·배포하고 있다. 특히 전국 최초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인 ‘꿈더하기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구는 ‘불편 제로, 무장애 도시’ 구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올해 총 186억원의 장애인 복지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3%나 늘어난 규모로, 정책 추진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