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이 잠시 목이라도 축이면 좋겠어요.”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예술가를 돕기 위한 후원 캠페인 ‘오아시스 딜리버리(배달)’를 처음으로 시작한 오진이(60)씨는 이렇게 말했다.
올해 초부터 전국을 강타한 전염병은 사회·경제·문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기능을 멈추게 했다. 특히 확산을 막기 위해 몇 주간 계속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은 각종 공연과 전시를 줄줄이 취소시키거나 하반기로 연기시켰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어려움에 빠진 예술가를 돕기 위해 긴급 지원사업을 열었는데, 500건 지원에 5천 건이나 몰려 서울문화재단은 긴급하게 추가 재원을 마련하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그런 위기의식 때문이었을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예술가들이 모여 어려움에 빠진 동료들을 돕기 위한 십시일반 릴레이 후원을 시작했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페이스북에 ‘#오아시스딜리버리’라는 태그를 걸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조건 없이 10만원을 보내면 된다. “글을 올리자마자 후원에 동참하겠다는 사람이 쏟아져 나왔어요. 하루 만에 400만원이 모일 정도니까요.” 그렇게 모인 금액은 한 예술단체와 25명의 예술가와 기획자에게 보내졌다. 돈을 받은 이에겐 얼마나 힘드냐고 묻지도 않고 오직 계좌번호만 물었을 뿐. 게다가 누가 지원받았는지도 알리지 않았다. 이후 분위기는 온라인을 타고 삽시간에 확산돼 저마다의 방식으로 전개되기에 이르렀다.
어쩌면 아이스버킷챌린지처럼 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캠페인에 오씨가 진짜로 바라는 바를 이렇게 고백했다. “그동안 공공기관의 공모를 통해 지원을 받으려면 엄격한 심사와 검증절차를 통과해야 하잖아요. 요즘같이 어려울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면 신뢰가 쌓이지 않을까요? 코로나도 이겨냈듯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에도 면역이 생기길 바랍니다.”
글·사진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 오진이는 1985년 케이비에스(KBS) 신인방송작가 공모에 당선돼 방송작가를 했고 국립극장을 거쳐 서울문화재단에서 전문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예술현장 실무 매뉴얼 시리즈, ‘문화가 있는 놀이터’ ‘문화는 내 친구’ ‘예술로 충전해요’ ‘문화예술철도 프로젝트’ 등이 있다. 다음달 정년퇴직을 앞두고 현재는 ‘문화가 꿈, 문화 가꿈’을 모토로 문화예술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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