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이 문제다. 청년을 위한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 지 오래지만 그에 대응하는 정책은 없다.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경제 상황이지만 기업은 이윤만 추구하다 보니 실업률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경쟁력 강화와 조직의 효율화라는 미명 아래 오히려 일자리를 줄여만 왔다. 정치권 역시 선거 때마다 청년 실업을 해결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웠지만, 대기업의 이익을 중시하다 보니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 정책도, 청년 실업 정책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청년들은 비정규직 알바에 열정페이만을 요구받아 왔다. 심지어는 생명의 안전도 보장 받지 못한 위험한 일자리에 내몰리게 되었다. 19살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가 사망한 구의역 사고의 뿌리는 이렇게 깊다.
통계청이 6월15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5월의 청년(15~29살) 실업률은 9.7%로 집계됐다. 청년 실업률이 지난 2월 12.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10%대 가까운 고공 행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적 청년 실업률은 2000년 이래 7~8%를 유지하다가 2014년에 9%대에 접어들었고, 서울시 청년 실업률 역시 2000년 이래 8~9%를 유지하다가 2014년도에 10%에 접어들었다. 30~59살의 실업률이 전국적으로는 2.6%이고, 서울시는 3.1%인 것에 비하면 그 차이가 0.5% 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지난 10년간 정책 당국에서는 몇 조 원의 예산을 들여 몇 십만 명의 일자리 창출을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보여주기식 정책 퍼포먼스였다. 설상가상으로 박근혜 정부는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지는 못할망정 임금피크제라는 이름으로 아버지의 정규직 일자리를 줄여 청년들에게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여 주겠다는 조삼모사식의 정책만을 내놓고 있다. 청년 실업의 문제가 심각해지니, 교육부까지 나서서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을 가장 중요한 대학평가지수로 만들어 적용하는 촌극도 벌어진다. 그러나 대학교수가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주체가 되지는 못하니 그러한 노력만큼 일자리 수가 실질적으로 늘어났는지는 의문이다. 서울시의 경우도 청년일자리센터 등 다양한 혁신적 정책을 만들고 있지만 지자체로서는 별다른 정책 수단이 없다. 그래서인지 서울의 청년 실업률은 전국보다 높다.
이쯤되면 정치권이 나서서 10%대의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방향의 대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정부 스스로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 두는 신자유주의적 노동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정부가 대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노동자의 대량 해고를 방조하는 현실 속에서 실업의 본질적 해결책은 요원하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일자리의 눈높이를 낮춰라’ ‘혁신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라’ 외치지만, 정치적 레토릭(수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몇 십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말은 허구의 정치적 슬로건에 불과했다는 것이 데이터로 입증된다. 시장 중심으로 기업의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안정적인 고용을 만들어 내는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야 하고 대기업의 이익을 위한 노동정책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이익을 위한 노동정책으로 바꾸어내는 일이 필요하다. 과도한 노동시간을 줄여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려는 혁신적 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 이런 정책이 도입되어야 청년 실업의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은 바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길이다. 청년이 미래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전 서울연구원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