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실날실

재미를 더한 자원봉사의 요람

나눔교육 전문기관 ‘세상아이’

등록 : 2016-06-23 16:53 수정 : 2016-06-24 13:19
지난 3월20일 은평구 은평상상허브 교육장에 모인 청소년들이 각 나라의 빈곤지수가 그려진 빈곤 지도를 보며 퍼즐 맞추기를 하고 있다. 세상아이 제공

“봉사활동이요? 하지 않으면 점수 안 주잖아요. 쉬운 자원봉사는 금방 마감되는 터라 친구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심해요.” 중학교 1학년인 김민서(14) 양이 가진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생각이다.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인성을 기르자는 취지로 청소년 자원봉사가 의무화된 지 20여 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청소년들은 봉사활동을 시간을 채워야 하는 숙제, 어른들이 시키는 활동으로 여긴다. 2011년 문을 연 나눔교육 전문기관인 ‘사단법인 세상아이’(www.sesangi.org)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봉사교육에 재미를 더했다. 세상아이의 ‘나눔액션 프로그램’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참여 가능한 체험형 나눔교육이다. 천연 비누 만들기, 나눔 컬러링북, 재활용 크레파스 만들기 등 기부할 물품을 직접 만들면서 나눔과 관련한 이론 교육을 병행한다.  

일요일인 지난 5일 오전, 은평구 녹번동 은평상상허브 강의장에 옹기종기 모인 초등학생들이 천연 비누 만들기에 한창이다. 이렇게 수업 중 만든 비누는 국내 장애인 단체나 노인 단체,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기부한다. 틀에 부은 재료가 굳는 사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담은 영상을 함께 감상하고, 간단한 놀이를 하며 장애인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체험, 놀이, 영상 등을 곁들이니 2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세상아이’는 주말마다 개인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나눔액션 수업을 한다. 은평·서초구 두 곳에 학습장이 있다. 학교로 찾아가는 나눔 수업, 기업 봉사활동 운영도 함께 한다. 김문정 ‘세상아이’ 대표는 “다양한 형태의 체험과 교육을 통해 나눔은 재미있고 성인이 돼서도 하고 싶은 일로 인식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 통계를 보면, 2015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자원봉사자 수는 1138만여 명에 이른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세대는 청소년으로, 자원봉사 참여율이 세계 최고 수준(79.8%)이다. 기부 문화가 이미 활성화된 미국(21.9%)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하지만 참여자들의 만족도는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2011년과 2014년을 비교한 결과, ‘매우 만족스러웠다’는 응답이 43.8%에서 31.6%로 줄어든 반면,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응답은 3.7%에서 8.0%로 늘었다. ‘한국 자원봉사의 해’(2016∼2018년)를 맞은 한국의 현주소다. 강정모 시민교육콘텐츠연구소 소장은 “한동안 정체된 자원봉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새롭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단체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더불어 노력 봉사에만 국한하는 자원봉사의 범주를 시민들의 공익 활동으로까지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라현윤 이로운넷 에디터 80sanpretty@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