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영등포구, 올해 미세먼지 절반 줄였다

문래동 일대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 지정 등 집중관리 실시

등록 : 2020-05-28 15:19
금속가공업체 29곳에 집진기 설치

서울 25개 자치구 중 대기질 순위

지난해 25위에서 올해 9위 ‘껑충’

“미세먼지 청정 영등포 거듭날 것”

영등포구 문래동4가에 있는 유한정밀 공장에서 22일 한 직원이 산업기계 부품을 연마하고 있다. 직원 뒤쪽에 미세먼지를 흡입하는 집진기가 보인다.

영등포구 문래동4가에 있는 금속가공업체 유한정밀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윙윙거리는 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20평 남짓한 공장 안에는 여러 대의 연마 기계가 놓여 있었고 한 직원이 능숙한 솜씨로 금속을 연마하고 있었다. 기계 바로 위에는 집진기로 연결된 흡입구가 있어 작업 중에 나오는 미세먼지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전에는 ‘쇳가루 먼지’를 곧바로 공장 밖으로 내보냈는데, 지금은 집진기에서 걸러내고 깨끗한 공기를 내보내고 있죠.”

유한정밀 직원인 박상욱(43)씨는 22일 잠시 작업을 멈추고 “집진기 덕분에 바깥 공기뿐만 아니라 내부 공기도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유한정밀은 산업기계나 중장비에 들어가는 기어 등 부품을 주로 연마하는 업체다. 이전에는 기어를 연마할 때 나오는 미세먼지를 그냥 흡입해 밖으로 배출해 버렸다. 그래서 공장 밖 대기질 환경이 썩 좋지 않았다. 박씨는 “주위에서 민원이 들어오기도 해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지금까지 내부 공기질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금속을 연마할 때 나오는 미세먼지 때문인지 공장 내부 벽과 기계 등에는 미세먼지가 달라붙어 까맣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서울시와 영등포구의 지원으로 190만원을 들여 집진기를 들여놓은 뒤로는 내부와 외부 공기질이 상당히 좋아졌다. 또 다른 유한정밀 직원 김종운(49)씨는 “기계를 깎으면 미세먼지가 많이 나온다. 쇠가 깎인 가루 먼지라서 폐에 들어가면 더욱 몸에 안 좋다”며 “집진기 설치 뒤로는 이전보다는 훨씬 좋아진 걸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문래동은 산업화가 시작된 1960년대부터 철공소가 모여 있던 곳이다. 1990년대 이후 도심 재개발 사업과 철강 수요 감소 등으로 점차 줄어들긴 했으나 아직 1300여 곳의 금속가공업체가 남아 있다. 대부분 소규모 공장으로 작업 환경도 열악하다. 이곳에 밀집된 금속가공업체는 작업할 때마다 나오는 미세먼지를 정화하지 않고 배기구를 통해 그대로 공장 밖으로 내보내 주변 대기질이 나빠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등포구는 서울시와 협력해 지난 1월부터 대기배출시설이 밀집된 문래동 일대를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안심구역)’으로 지정해, 미세먼지를 줄이는 노력과 함께 취약계층의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기 위한 지원 사업도 함께 펼치고 있다.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은 문래동1~4가에 있는 문래근린공원 주변 지역(1㎢)으로, 대기 속 미세먼지 연간 평균 농도가 50㎍/㎥, 초미세먼지는 15㎍/㎥를 초과하고 어린이집, 초등학교, 노인복지시설, 병원 등 미세먼지 취약계층 이용 시설이 집중된 곳이다. 서울에는 영등포구를 비롯해 금천구와 동작구 등 모두 3곳의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이 있다.

문래근린공원 주변 지역은 어린이집 11곳을 비롯해 초등학교, 노인복지시설, 병원 등 미세먼지 취약계층 이용 시설 57곳이 있는데, 대기배출사업장도 38곳이나 있다.

영등포구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문래동 일대에 있는 소규모 금속가공 사업장에 집진기를 공급하고, 대기배출시설 사업장에 대해 전수 점검도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살수차를 이용해 소규모 사업장이 밀집된 곳에 일일 4회 살수 작업을 하는 등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 완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 내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금속가공업체 29곳에 미세먼지 집진기를 설치했다. 집진기는 공장 내부에 있는 미세먼지를 빨아들여 걸러낸 뒤 맑은 공기를 다시 공장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김주억 영등포구청 환경과 주무관은 “올해 말까지 설치 대수를 100여 대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충실한 관리를 통해 문래동 일대의 대기질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주민들의 호흡기 건강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영등포구는 올해 지역 내 미세먼지 측정 수치가 50% 가까이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 영등포구의 올해 1분기 미세먼지 농도는 27㎍/㎥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이런 수치는 지난해 1분기 미세먼지 농도가 서울 자치구 중에서 제일 높은 25위였으나,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실시한 올해 1분기에는 9위로 껑충 뛰어오를 만큼 좋아진 것이다.

우리은행 영등포구청점 옥상에 설치된 미세먼지 측정 시설.

김 주무관은 당산1동 주민센터 옥상에 있던 미세먼지 측정소를 이전한 것도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원래는 ‘먹자골목’ 주변에 측정소가 있어 각종 구이 전문점에서 고기를 굽거나 하면 미세먼지 수치가 올라갔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우리은행 영등포구청점 건물 옥상으로 측정소를 옮겨 이런 변수를 없앤 것도 미세먼지 수치가 내려간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고 했다.

영등포구는 스마트사물인터넷 에어샤워기와 환기시스템 등을 설치해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거나 실외 미세먼지 안전 대책 등을 마련해가고 있다. 구는 5월까지 취약계층 이용 시설에 유입되는 초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해 인체나 물건에서 떨어지는 초미세먼지의 유입을 차단하는 미세먼지 스마트사물인터넷 에어샤워기 3대를 설치했다.

이 외에도 실외 미세먼지가 심한 날 구민이 미세먼지를 피해 쉴 수 있는 미세먼지 쉼터를 이용자가 많은 버스 정류장에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미세먼지 쉼터에는 먼지 필터형 공기 정화기가 있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춰준다. 김 주무관은 “미세먼지 청정지역 영등포로 거듭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