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서울, 청년 잠자리가 불안하다

통계로 본 서울

등록 : 2016-03-31 10:30 수정 : 2016-03-31 10:45

서울은 젊은 시민의 도시다. 시민의 젊음이 기운 생동한 서울특별시를 만들어왔고, 또 그 패기가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 왔다. 이제까지 서울이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1960~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지역에 사는 젊은이들이 서울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가난한 시골집에서도 공부 잘하는 아들은 서울로 보내 대학교 옆 자취방에서 낯선 서울살이를 시작했고, 그 집 누이는 구로공단에서 밤을 새워 일해가면서라도 동생의 등록금을 벌어대며 고단한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등장한 시골 출신의 주인공들은 신촌의 하숙집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서울의 중산층으로 자리잡았다. 서울의 역동성은 바로 청년층의 인구 유입과 구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젊은 도시 서울도 노령화의 경향은 피해갈 수 없는가 보다. 서울연구원의 통계로 본 서울인구(2013)에 의하면 서울의 65살 이상 노령인구는 1980년 2.5%에서 2010년 9.3%로 증가하였다.

전국적인 노령인구의 비율이 3.8%에서 11%로 증가하는 것에 비하면 그래도 조금 낮은 편이다. 그리고 서울의 14살 이하 유소년 인구는 1980년 31.3%에서 2010년 13.9%까지로 크게 감소했다. 전국적인 유소년 인구의 비율이 1980년 34%에서 2010년 16.1%로 감소한 것에 비해서 더 낮은 수치이다. 서울의 15~64살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76.7%로 높기는 하지만, 노령인구의 증가와 유소년 인구의 감소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서울의 학령인구수(비중)를 살펴보면 2000년에는 234만명(24%)이었는데, 2040년에는 119만명(13.3%)에 도달하여 반토막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노령화사회에서 부양 인구가 될 유소년 인구의 감축은 주택 공급의 불일치와 연금 재정 부족 등 중요한 사회문제를 만들어 낸다. 유소년 인구와 학령인구의 감소는 저출산의 결과이고 이 저출산은 청년실업 등의 구조적인 문제와 맞물려 있기에 중앙정부가 거시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지방정부 역시 청년들이 공유할 수 있는 일자리 및 생활공간을 기획해서 제공하면서 문제의 해결을 도와야 할 것이다. 예컨대 노령화에 따라 많아질 빈집 활용이나 공공 유휴지 활용방안을 찾아야 하고 대학마다 캠퍼스 타운을 활성화시켜 대학생과 지역주민이 공생할 수 있는 생활 및 일자리 공간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현재와 같이 청년들이 올라가는 월셋값 때문에 서울 주변 지역으로 내몰려 나가는 현상이 계속되면 도시는 늙어지고 활력은 떨어지고 미래는 어두워지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은 학자와 예술가들이 살 수 있는 낮은 임대료의 주거 공간과 예술가를 위한 창작 공간 제공 때문에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가 될 수 있었다. 청년들이 마음 편하게 살면서 결혼하고 아이들을 기를 수 있고 편안히 예술창작에 몰입할 수 있는 그런 서울이 되어야 젊은 서울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의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청년들의 잠자리와 예술 공간도 중요하다. 이것은 서울시장의 몫이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전 서울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