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지원금 모아 소비·기부 두 토끼 잡아
은평구, 공무원들 모금 통해 지역에서 물품 구매해 맞춤형 기부 진행
등록 : 2020-06-18 14:59
국장행정책임제 기반, 5월초 협의
1만~10만원씩 총 4천만원 모아서
동네시장·가게에서 구매, 쿠폰 발행
이 과정에서 돌봄 서비스도 곁들여져
전 국민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지 한 달여 지났다. 지급 초기 소비냐 기부냐 논란이 일었지만 둘 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보탬이 되는 만큼 각자 여건에 맞게 선택하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다. 이런 가운데 소비와 기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안을 강구해 실천에 나선 자치구가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은평구청 직원들은 재난지원금 일부를 십시일반 모은 4천만원으로 기부 대상자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전통시장과 동네 가게에서 사서 주거나, 살 수 있게 쿠폰을 발행해 나눠줬다. 은평구는 민선 7기 들어 국장행정책임제를 실시해 국장 책임 아래 모든 사무를 진행한다. 이번 착한 소비 연계 기부도 5월 초 간부회의에서 협의해 국별로 진행됐다.
지난 11일 오후 은평구 연서로 광현지역아동센터의 초등 3~4학년 아이 6명이 사회복지사 김경희씨의 손을 잡고 센터 인근 문구점을 찾았다. 김씨는 문구점 앞에서 아이들에게 쿠폰 한 장씩 나눠주며 “필요한 것으로 골라요. 그런데 불량식품은 안 돼요”라고 당부한다.
쿠폰엔 ‘착한소비쿠폰’이란 글씨 아래 문구점 이용권 6천원이라는 글자와 은평구청 가족정책과 담당자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착한소비쿠폰은 교육문화국 직원들이 재난지원금에서 1만~10만원씩 내 모은 300여만원으로 만들어졌다. 아이들 연령대에 따라 사고 싶은 게 다를 것 같아 쿠폰 방식으로 진행했단다. 지역아동센터 27곳의 아이들 531명이 각 센터 인근 문구점 10곳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을 받았다. 문구점 주인 박선대씨가 아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얼마 전 개학으로 겨우 숨통이 트였지만, 그간 박씨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2월에 개학 준비로 물건을 잔뜩 사놓았는데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임대료 등 매달 손해가 쌓여 자영업 30년 만에 처음으로 문방구를 접을 생각도 했다. 박씨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은평구청의 착한소비쿠폰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계산대 옆엔 지난 나흘 동안 받은 60여 장의 쿠폰 묶음이 놓여 있었다. 아이들은 각자 파란색 소쿠리를 하나씩 받았다. 평소 갖고 싶었던 캐릭터 필통, 샤프, 지우개 등 학용품이나 액체점토 장난감(슬라임) 등을 담았다. 사회복지사 김씨는 “학부모도 아이들도 모두 선물을 받았다며 행복해했다”고 전했다. 사전에 학부모 카톡 단체대화방에서 쿠폰 지급을 알리고 사용 방법에 대한 의견을 모았는데, 어려운 시기에 가계에 작은 도움이 돼 좋다고 했단다. 아이들은 직접 원하는 학용품을 골라 살 수 있어 만족도도 높다고 했다. 다른 6개국 직원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사서 기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기부 물품이 줄어든 복지기관이 적잖기 때문이다. 국마다 겹치지 않게 대상자를 정하고 수혜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사전조사도 했다. 기부 대상자는 홀몸·저소득 어르신, 지역아동센터 아동, 보육원 아동·청소년, 다문화가정 등이었다. 관련 복지기관들과 협의해 이들이 필요한 물품 목록을 받았다. 어르신들은 주로 선풍기 등 여름나기 물품, 다문화가정은 생필품, 시설 아동·청소년들은 식료품과 생활용품 등을 원했다. 구청 직원들은 복지기관들과 함께 동네 시장, 가게 등에서 물품 각 10여 종을 사 꾸러미를 만들어 전달했다. 행정안전국은 전화 안부를 묻는 홀몸 어르신들 명단을 받고, 동별 추천을 받아 지원 대상으로 50가구를 정했다. 직원들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필요한 물품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돌봄 서비스도 곁들여졌다. 몇몇 어르신이 ‘전등이 나갔다’는 등 불편을 호소했다. 구청 청사 전기 관리를 맡은 직원이 방문해 엘이디(LED) 등으로 교체해주기도 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직원들의 재난지원금 일부 기부로 4천만원 상당의 물품 등이 지역에서 구매되고 소비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 있다”며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목적대로 소비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은평구청 직원들의 활동은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퍼뜨렸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간부들은 지난달 성금 5천만원으로 은평구 대조시장에서 쌀, 가공식품, 소독제, 마스크 등 30여 종의 식품과 생필품을 샀다. 기부금품은 은평푸드뱅크마켓을 통해 사회복지시설과 결식아동, 홀몸 어르신, 장애인 등 900여 명의 취약계층에게 전달되고 있다. 한편, 긴급재난지원금을 전통시장 소비로 이끄는 자치구도 있다. 동작구는 매달 1·3주 ‘전통시장 가는 날’ 행사와 함께 전통시장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구매금액별로 마스크나 소독제 등 방역물품을 선물한다. 구 누리집에 인증사진을 올리면 추첨 등을 통해 온누리상품권도 준다. 성동구는 구와 성동구공무원노조, 성동구상인연합회가 협약을 맺어 매주 한 차례 전통시장 가는 날을 지정해 운영한다. 국별로도 한 곳씩 전통시장과 결연하고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11일 오후 은평구 연서로 한 문구점에서 인근 광현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이 착한소비쿠폰으로 학용품을 사고 있다. 착한소비쿠폰은 은평구청의 교육문화국 직원들이 긴급재난지원금의 일부를 내 모은 300여만원으로 발행됐다. 은평구 제공
쿠폰엔 ‘착한소비쿠폰’이란 글씨 아래 문구점 이용권 6천원이라는 글자와 은평구청 가족정책과 담당자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착한소비쿠폰은 교육문화국 직원들이 재난지원금에서 1만~10만원씩 내 모은 300여만원으로 만들어졌다. 아이들 연령대에 따라 사고 싶은 게 다를 것 같아 쿠폰 방식으로 진행했단다. 지역아동센터 27곳의 아이들 531명이 각 센터 인근 문구점 10곳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을 받았다. 문구점 주인 박선대씨가 아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얼마 전 개학으로 겨우 숨통이 트였지만, 그간 박씨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2월에 개학 준비로 물건을 잔뜩 사놓았는데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임대료 등 매달 손해가 쌓여 자영업 30년 만에 처음으로 문방구를 접을 생각도 했다. 박씨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은평구청의 착한소비쿠폰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계산대 옆엔 지난 나흘 동안 받은 60여 장의 쿠폰 묶음이 놓여 있었다. 아이들은 각자 파란색 소쿠리를 하나씩 받았다. 평소 갖고 싶었던 캐릭터 필통, 샤프, 지우개 등 학용품이나 액체점토 장난감(슬라임) 등을 담았다. 사회복지사 김씨는 “학부모도 아이들도 모두 선물을 받았다며 행복해했다”고 전했다. 사전에 학부모 카톡 단체대화방에서 쿠폰 지급을 알리고 사용 방법에 대한 의견을 모았는데, 어려운 시기에 가계에 작은 도움이 돼 좋다고 했단다. 아이들은 직접 원하는 학용품을 골라 살 수 있어 만족도도 높다고 했다. 다른 6개국 직원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사서 기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기부 물품이 줄어든 복지기관이 적잖기 때문이다. 국마다 겹치지 않게 대상자를 정하고 수혜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사전조사도 했다. 기부 대상자는 홀몸·저소득 어르신, 지역아동센터 아동, 보육원 아동·청소년, 다문화가정 등이었다. 관련 복지기관들과 협의해 이들이 필요한 물품 목록을 받았다. 어르신들은 주로 선풍기 등 여름나기 물품, 다문화가정은 생필품, 시설 아동·청소년들은 식료품과 생활용품 등을 원했다. 구청 직원들은 복지기관들과 함께 동네 시장, 가게 등에서 물품 각 10여 종을 사 꾸러미를 만들어 전달했다. 행정안전국은 전화 안부를 묻는 홀몸 어르신들 명단을 받고, 동별 추천을 받아 지원 대상으로 50가구를 정했다. 직원들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필요한 물품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돌봄 서비스도 곁들여졌다. 몇몇 어르신이 ‘전등이 나갔다’는 등 불편을 호소했다. 구청 청사 전기 관리를 맡은 직원이 방문해 엘이디(LED) 등으로 교체해주기도 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직원들의 재난지원금 일부 기부로 4천만원 상당의 물품 등이 지역에서 구매되고 소비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 있다”며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목적대로 소비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은평구청 직원들의 활동은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퍼뜨렸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간부들은 지난달 성금 5천만원으로 은평구 대조시장에서 쌀, 가공식품, 소독제, 마스크 등 30여 종의 식품과 생필품을 샀다. 기부금품은 은평푸드뱅크마켓을 통해 사회복지시설과 결식아동, 홀몸 어르신, 장애인 등 900여 명의 취약계층에게 전달되고 있다. 한편, 긴급재난지원금을 전통시장 소비로 이끄는 자치구도 있다. 동작구는 매달 1·3주 ‘전통시장 가는 날’ 행사와 함께 전통시장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구매금액별로 마스크나 소독제 등 방역물품을 선물한다. 구 누리집에 인증사진을 올리면 추첨 등을 통해 온누리상품권도 준다. 성동구는 구와 성동구공무원노조, 성동구상인연합회가 협약을 맺어 매주 한 차례 전통시장 가는 날을 지정해 운영한다. 국별로도 한 곳씩 전통시장과 결연하고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