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입은 대학생 둘이 북촌 한옥마을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장맛비가 쏟아진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의 한옥지원센터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낡은 한옥을 고쳐 한옥 상가를 운영하는 송아무개 씨였다. 갑작스러운 비로 지붕에 물이 새니 점검을 해 달라는 요청이다. 한옥지원센터의 정태도 대목장이 곧바로 찾아가 건물의 안전성을 살피고 지붕 보수를 상담했다.
지난해 9월 세운 한옥지원센터(02-766-4119)는 이처럼 한옥살이를 하는 서울시민들에게 ‘119’ 같은 응급센터 구실을 한다. 한옥살이에 관한 불편사항을 알리면 한옥 장인들이 출동해 어려움을 해결해 준다. 이를 위해 센터는 대목장 등의 한옥 장인과 문화재 수리 기능자들로 구성된 장인단을 운영하고 있다. 정 대목장은 “여름철에는 지붕 누수나 흰개미 떼 신고가 많고, 겨울에는 난방 관련 문의가 많다”고 귀띔한다.
600년 서울의 상징, 종로구가 으뜸
서울시가 한옥 장인, 한옥국가지원센터와 협력해 한옥지원센터를 설립한 것은 600년 역사가 넘는 서울에서 한옥의 가치가 크다는 믿음 때문이다. 정유승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한옥은 역사문화도시 서울의 정체성과 주거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중요한 건축 자산”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에는 2014년 기준으로 모두 1만1776채의 한옥이 있는 것으로 서울시는 파악하고 있다. 자치구별로 보면 옛 서울의 중심이었던 종로구가 4143채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성북구 2749채, 동대문구 1643채 등이다.
이들 한옥은 대부분 1920년대~1960년대에 지어 낡고 생활하기에 불편하다. 그렇다고 소유주들에게 한옥을 잘 유지하라고 강요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울시가 한옥을 자산으로 보호하고 편리한 한옥살이가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시는 2000년 ‘북촌 가꾸기’를 발표한 데 이어, 2008년 ‘한옥 선언’, 2015년 ‘한옥 자산선언’을 추가로 내놨다. 이 기간 동안 712채의 한옥이 신축 또는 수선을 위해 지원금(융자 포함)을 서울시한테서 받았다.
서울시의 제1기 사업인 ‘북촌 가꾸기’는 한옥 밀집 공간을 유지·보호하려는 응급 처치 성격이었다. 제2기인 ‘한옥 선언’은 한 걸음 나아가 서촌 등 5곳을 한옥 밀집지로 지정하는 가치 발굴의 성격이 강했다. 제3기 ‘한옥 자산선언’은 여기서 진전해 한옥 대중화에 초점을 맞춘 장기종합계획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발표된 ‘한옥 자산선언’은 △한옥 지원 대상 확대와 세분화 △서울 전역에서 한옥 등 건축자산 관리 △한옥살이 지원 △한옥 건축 활성화 기반 구축 등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서울특별시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북촌 등 특정 지역으로 한정됐던 지원 대상을 서울 전역의 도시 한옥으로 넓혔다. 아울러 서울 시민이 쉽게 한옥을 이용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어린이집, 주민센터 등의 한옥 공공기관을 지금의 34곳에서 2020년까지 10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전체 고칠 때, 최대 1억8000만 원 지원
특히 서울시는 지난달에 서울 시내 한옥 밀집지역 10곳 가운데 밀집도가 높은 북촌, 서촌, 인사동, 돈화문로, 성북동 선잠단지 등 5곳의 55만㎡(16만 6700평)가량을 ‘한옥 보전구역’으로 지정했다. 한옥 보전구역은 한옥만 지을 수 있거나, 경관 보호를 위해 주변에서 일반 건물을 지을 때 높이 등의 제한을 받는 지역을 말한다. 대신 한옥을 새로 짓거나 고칠 때 지원금이 다른 지역에 비해 최대 1.5배 많아진다. 예를 들어 한옥 보전구역 안에서 한옥 전체를 고쳐 짓는다면, 융자를 포함해 최대 1억8000만 원까지 지원 받을 수 있다. 서울시 한옥조성과 소속인 최석진 한옥지원센터장은 “한옥에 대한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한옥을 짓는 장인에 대한 지원도 마련하고 있다. 명품 한옥과 한옥 명장을 지정하는 한옥인증제를 올 하반기 안에 실시할 예정이며, 장기적으로는 서울한옥재단을 설립해 한옥의 지속가능한 기반을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