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투명 페트병, 라벨 떼어 따로 내놓아야”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수거 지침 개정안 6월말 확정
등록 : 2020-06-25 15:17
투명 페트병·골판지 분리품목 추가
공동주택 12월, 단독은 내년말 의무
자치구들, 주민 홍보·모니터링 추진
“전용 선별·재활용 시스템 갖춰져야”
“뚜껑은 어떻게 해요?”
19일 오전 노원구 하계동 장미아파트 재활용장의 투명 페트병 전용 비닐봉지 앞에서 한 주민이 두리번거리며 옆에 있는 경비원에게 물었다. “라벨만 떼어 찌그러뜨려 넣으세요”라고 알려주며 경비원은 다른 페트병을 발로 힘차게 밟았다. 뚜껑은 선별 과정에서 무게 차이로 자동으로 분리될 수 있기 때문에 페트병에 둔 채로 배출해도 된단다.
현재 서울에선 투명 페트병을 별도로 배출하는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아파트마다 별도의 비닐봉지를 걸어놓았지만, 아직 주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참여도가 높지 않다. 장미아파트의 박숙 관리소장은 “동마다 게시판에 안내문도 붙이고 단지 내 방송도 하지만 제대로 실시되지 않아 경비원들이 일일이 분리 작업을 하는 실정”이라고 고충을 말했다.
환경부는 2018년 5월 재활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 거부 등으로 인한 재활용 대란의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이었다. 대책 가운데 하나가 국내의 낮은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안이다. 분리배출 품목 추가(골판지, 무색 페트병), 품목별 정기수거일 지정 등의 내용을 담은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수거 지침’ 개정이 그동안 진행됐다. 최근 행정예고를 마치고 규제심사를 거쳐 6월 말 확정될 예정이다. 지침 전면 시행 시기는 공동주택은 올해 12월, 단독주택·상가 등은 내년 12월로 잡혔다. 전면 시행에 앞서 환경부는 지난 2월부터 6개 지방자치단체(서울, 부산, 김해, 천안, 제주, 서귀포)를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제주 등 일부에선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의 작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71개 재활용도움센터에선 3~4월 두 달 동안 투명 페트병 20여t을 모았다. 경기도의 재활용업체에서 선별, 세척을 거쳐 경북의 섬유업체에서 재생섬유로 재탄생했다. 이 실로 니트 재질의 옷을 만들어 시중에 판매를 시작했다. 이경노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주무관은 “재생섬유가 필요한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일본 등에서 해마다 2만여t의 폐페트병을 수입해 썼다”며 “국내 투명 페트병을 깨끗이 비워 따로 모아 별도의 재활용 과정을 거친다면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했다. 서울에서는 하루 230t가량의 폐페트병이 배출되는데 분리배출 시범사업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서울시는 생활방역으로 돌아선 5월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에 나서려 했다. 하지만 이태원발 감염 확산으로 또 발목이 잡혀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반성태 서울시 재활용기획팀장은 “자치구와 동 주민센터에서 관리사무소, 입주자대표회의 등과 협의해 주민 홍보가 이뤄져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수거 지침 개정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서울시는 6월15일 자치구에 공문을 보냈다. 지침 개정 추진사항을 알리고 분리배출제 시범운영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자치구의 담당 부서는 모니터링을 하고 지역의 공동주택에 홍보물, 안내 공문, 지원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 환경부가 서울시에 준 1t짜리 마대 1만7천 개, 비닐봉지 18만 장 가운데 70% 정도가 배포됐다. 공동주택 단지 규모나 여건에 따라 호응도가 달랐다. 경비원들이 분리배출을 돕는 곳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주민들 참여도는 대체로 낮은 편이다. 노원구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주민의 자발적 배출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아파트 재활용장에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알리는 홍보용 선간판 세우기 등 홍보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장미아파트의 박숙 관리소장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서 소비자들이 재활용을 쉽게 할 수 있게 포장을 바꾸는 게 급선무”라며 “주민들에게는 텔레비전 공익광고 등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투명 페트병을 분리 배출해 고부가가치 재활용품을 만드는 쪽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서 필요성이 더 커졌다. 현재 우리나라 폐페트병은 혼합·오염 등으로 주로 솜으로 재활용된다. 코로나19로 미국, 유럽 등의 재생 솜 수입이 중단되면서 낭패를 겪는 상황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재활용 체계가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라며 “옷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질 좋은 장섬유를 뽑을 수 있게 투명하고 깨끗한 폐페트병의 분리배출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정책 실효성을 위해서는 전용 재활용업체를 두거나 별도 공정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재활용업체들은 국내에서 수거한 투명 페트병만을 위한 라인을 꾸리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대부분 재활용업체에서는 별도 수거를 하지 않고 선별과 세척 과정에서 다른 플라스틱과 섞어 처리하고 있다. 홍 소장은 ‘인내’를 강조한다. 그는 “일본의 경우 전용 시스템을 만드는 데 20년이 걸렸다”며 “일관성을 갖고 인내로 정책을 펼쳐가며 시민들이 바뀌도록 홍보 교육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좋은 습관으로 퍼져갈 수 있게 생활 속 환경 활동에 적극적인 온라인 모임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현재 서울에선 투명 페트병을 별도로 배출하는 환경부의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6월 말 관련 지침 개정이 확정되면 오는 12월 공동주택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사진은 노원구 하계장미아파트 단지 재활용 모습. 노원구 제공
환경부는 2018년 5월 재활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 거부 등으로 인한 재활용 대란의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이었다. 대책 가운데 하나가 국내의 낮은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안이다. 분리배출 품목 추가(골판지, 무색 페트병), 품목별 정기수거일 지정 등의 내용을 담은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수거 지침’ 개정이 그동안 진행됐다. 최근 행정예고를 마치고 규제심사를 거쳐 6월 말 확정될 예정이다. 지침 전면 시행 시기는 공동주택은 올해 12월, 단독주택·상가 등은 내년 12월로 잡혔다. 전면 시행에 앞서 환경부는 지난 2월부터 6개 지방자치단체(서울, 부산, 김해, 천안, 제주, 서귀포)를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제주 등 일부에선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의 작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71개 재활용도움센터에선 3~4월 두 달 동안 투명 페트병 20여t을 모았다. 경기도의 재활용업체에서 선별, 세척을 거쳐 경북의 섬유업체에서 재생섬유로 재탄생했다. 이 실로 니트 재질의 옷을 만들어 시중에 판매를 시작했다. 이경노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주무관은 “재생섬유가 필요한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일본 등에서 해마다 2만여t의 폐페트병을 수입해 썼다”며 “국내 투명 페트병을 깨끗이 비워 따로 모아 별도의 재활용 과정을 거친다면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했다. 서울에서는 하루 230t가량의 폐페트병이 배출되는데 분리배출 시범사업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서울시는 생활방역으로 돌아선 5월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에 나서려 했다. 하지만 이태원발 감염 확산으로 또 발목이 잡혀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반성태 서울시 재활용기획팀장은 “자치구와 동 주민센터에서 관리사무소, 입주자대표회의 등과 협의해 주민 홍보가 이뤄져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수거 지침 개정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서울시는 6월15일 자치구에 공문을 보냈다. 지침 개정 추진사항을 알리고 분리배출제 시범운영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자치구의 담당 부서는 모니터링을 하고 지역의 공동주택에 홍보물, 안내 공문, 지원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 환경부가 서울시에 준 1t짜리 마대 1만7천 개, 비닐봉지 18만 장 가운데 70% 정도가 배포됐다. 공동주택 단지 규모나 여건에 따라 호응도가 달랐다. 경비원들이 분리배출을 돕는 곳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주민들 참여도는 대체로 낮은 편이다. 노원구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주민의 자발적 배출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아파트 재활용장에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알리는 홍보용 선간판 세우기 등 홍보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장미아파트의 박숙 관리소장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서 소비자들이 재활용을 쉽게 할 수 있게 포장을 바꾸는 게 급선무”라며 “주민들에게는 텔레비전 공익광고 등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투명 페트병을 분리 배출해 고부가가치 재활용품을 만드는 쪽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서 필요성이 더 커졌다. 현재 우리나라 폐페트병은 혼합·오염 등으로 주로 솜으로 재활용된다. 코로나19로 미국, 유럽 등의 재생 솜 수입이 중단되면서 낭패를 겪는 상황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재활용 체계가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라며 “옷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질 좋은 장섬유를 뽑을 수 있게 투명하고 깨끗한 폐페트병의 분리배출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정책 실효성을 위해서는 전용 재활용업체를 두거나 별도 공정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재활용업체들은 국내에서 수거한 투명 페트병만을 위한 라인을 꾸리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대부분 재활용업체에서는 별도 수거를 하지 않고 선별과 세척 과정에서 다른 플라스틱과 섞어 처리하고 있다. 홍 소장은 ‘인내’를 강조한다. 그는 “일본의 경우 전용 시스템을 만드는 데 20년이 걸렸다”며 “일관성을 갖고 인내로 정책을 펼쳐가며 시민들이 바뀌도록 홍보 교육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좋은 습관으로 퍼져갈 수 있게 생활 속 환경 활동에 적극적인 온라인 모임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