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낯섦’이라는 어떤 희망

‘왼손의 움직임’전 임선이씨

등록 : 2020-07-02 15:53 수정 : 2020-07-03 10:32

“쇠 굽 달린 신발을 벗어버리고 잠시 쉬고 싶어요.”

중견작가 임선이(49)씨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전시 ‘왼손의 움직임: 에필로그’(~7월9일, 금천예술공장)를 여는 이유를 이렇게 고백했다. 어느 날 문득 머릿속에 ‘반백 살에 쉼표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이기에, 쉬지 않고 달려온 자신을 되돌아보고 싶다는 고백으로 들린다.

그는 이번 전시를 “오른손의 수고를 잠시 접고, 왼손이 갖는 어설프고 낯선 중얼거림”이라 비유했다. 한 몸에 존재하는 왼손과 오른손의 차이는 무엇일까. 오른손잡이인 그에게 왼손의 어색함을 표현한 것이냐 묻자 이렇게 답했다. “수십 년간 쌓아온 작업과 대상에서 벗어나 잠시 시선을 옮겨 낯설게 보는 거예요.”

이번 전시는 동료작가 8명과 함께 열었던 전작 ‘왼손의 움직임’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된다. 전작에 참여한 작가들이 모두 1970년대에 태어난 화려한 경력의 작가들인데, 자신의 목표를 위해 달려왔던 주제에서 낯선 시도를 한 것이 공통점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것들과는 다른 결과물이 전시됐다. 이전과는 다른 감각을 실험해 만든 것들이다.

모두 다양한 레지던시를 거쳐 만난 인연인데 그들에겐 공통의 관심사가 있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많은 창작활동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어느덧 40대 중반을 넘기자 지원의 사각지대에 빠지는 상황이 닥쳐왔다는 것이다. 임작가 역시 한때는 건강상의 이유로 작업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이번 전시엔 그간의 노하우를 녹여내 다시 날갯짓했다. 제2의 인생을 위해 도약하는 그에게 이번 전시 이후의 삶에 대한 기대를 엿들을 수 있었다. “청년작가의 힙은 부족할지라도 하나의 스타일이라는 명분 아래에서도 유연성을 가지고 싶어요. 우리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 임선이는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조소과를 졸업했다. 주요 전시로는 ‘제1회 JCC 예술상&프런티어 미술대상 수상자 전시’(2017), ‘Photo-initially, finally’(2019), ‘반려생활-Companion’(2019), ‘아트경기 유니온아트페어’(2019) 등이 있다. 수상 경력으로는 송은미술대상전 장려상(2004, 2008), 제28회 중앙미술대전 올해의 선정작가25(2006),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 청년작가상(2006) 등이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